[수요단상-김경애 시인] 누군가의 눈동자를 오래 바라봤던 기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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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단상-김경애 시인] 누군가의 눈동자를 오래 바라봤던 기억이 있다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2.10.27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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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시민신문] 내가 주목하는 한 편의 시

당신은 북천에서 온 사람/ 이마에서 북천의 맑은 물이 출렁거린다/ 그 무엇도 미워하는 법을 모르기에/ 당신은 사랑만 하고/ 아파하지 않는다/ 당신의 말은 향기로 시작되어/ 아주 작은 씨앗으로 사라진다// 누군가 북천으로 가는 길을 물으면/ 당신은 그의 눈동자를 들여다본다/ 거기 이미 출렁거리는 북천이 있다며/ 먼 하늘을 보듯이 당신은/ 물의 눈으로 바라본다// 그러는 순간 그는/ 당신의 눈동자 속에 풍덩 빠진다// 북천은 걸어서 가거나/ 헤엄쳐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당신 눈동자를 거치면/ 바로 갈 수 있지만/ 사람들은 그곳에 들어가지 못하고/ 걷거나 헤엄을 치다가// 되돌아나온다// 당신은 북천에서 온 사람// 사랑을 할 줄만 알아서/ 무엇이든 다 주고/ 자신마저 남기지 않는다 - 이대흠,당신은 북천에서 온 사람전문.

(당신은 북천에서 온 사람, 2018, 창비)

나는 누군가의 눈동자를 오래 바라봤던 기억이 있다. 어렴풋이 기억하는 건, 누군가의 눈동자를 오래 바라봤던 기억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순수하게 바라봤던 사람이 누구였던가? 그렇게 세밀하게 관심 가졌던 것들이 무엇이었던가? 지금 나에겐 순수는 사라진 지 오래되었다. 나를 사로잡고 있는 불편한 세상살이의 고단함과 끝없이 나를 옥죄는 욕망 안에서 허우적거리는 시간이 많아졌다. 문득 맑은 눈동자, 차고도 높은 영혼을 지닌 것들을 찾아보려고 애써본다.

당신은 북천에서 온 사람북천에서 온 사람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사람일까? 존재하지 않지만, 이 세상 어딘가에서 한없는 사랑으로 남겨지길 원하는 사람의 바람일까? 북천에서 온 당신을 만나려면 걷거나 헤엄쳐서는 결코 닿을 수 없고, 만날 수 없는 사람이다. 그를 만나려면 그의 눈동자를 들여다보아야 한다. 출렁거리는 물의 눈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자신도 모르게 풍덩 당신의 눈동자에 빠져 북천으로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관상에 관심을 두게 되었다. 관상에서 눈 모양이나 눈동자가 많은 것을 의미한다. 특히 영혼이 맑은 사람은 눈동자가 맑고 깨끗하다고 한다. 아마도 북천에서 온 사람의 눈동자는 너무도 맑고 투명하여 자신도 모르게 그 사랑()속으로 빠져들게 되나 보다. 미워하는 법을 모르고 오직 사랑만 하고 아파하지 않는 사람이 북천에서 온 사람이란다. 그러나 북천에서 온 당신은 단순히 눈동자만 맑은 사람은 아니다. 깊고도 그윽한 심상을 지닌 사람일 것이다.

문득, 시인의 모습(시인의 시)을 떠올려본다. 시적 화자가 모두 시인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시인이 아니라고 말할 수도 없는 일이다. 시인이 아니라 할지라도 적어도 시인의 마음속에는 그만이 지닌 맑고 투명한 사랑이 있는 것 같다. “말의 향기로 시작되어 아주 작은 씨앗으로 사라지는 당신. 이렇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당신은 사람일까? 아니면 시일까? 어쩌면 당신은 사람이 아니라 시일수도 있겠다고 생각해본다.

 

그러나 북쪽을 떠올려보면, 따뜻하고 포근한 곳만은 아니다. 서슬하고 차가운 영혼이 빛나는 곳일 것만 같다. 북천에서 온 사람은 온갖 힘들고 어려운 일을 다 이겨내고 비로소 얻게 된 귀한 것을 품고 있는 사람이다. 이제는 어떤 시련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 사람. 흔히 시를 말하기를 진흙 속에서 피어난 꽃, 핏속에서 자라난 꽃이라고 말하지 않던가? 어쩌면 시인이 말하고 있는 북천에서 온 사람은 분명 사람보다 더 사람다운 사람이거나 보다 더 다운 일수도 있겠다. 내 마음을 움직인 한 편의 시를 따라가며 깊어가는 가을, “를 바라보고 대하는 나의 자세를 다시 되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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