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서점 추천 이주의 책]고릴라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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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서점 추천 이주의 책]고릴라 할머니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2.11.04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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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릴라 할머니

. 그림 윤진현

웅진주니어

201251일 발행

[목포시민신문] 검게 그은 얼굴에 주름이 자글자글, 뽀글뽀글 파마머리! 잘 풀어지는 파마머리는 돈이 아깝다며 미용실을 바꾸는 할머니! 몇 달이 지나도 풀어지지 않는 머리를 자랑하시는 할머니! 고구마, 녹두, 결명자, 상추, 당귀, 참깨, 참기름. 자갈돌이 반 이상인 동네 빈 땅에 어찌도 그리 야무지고 실속있게 자급자족 먹을거리를 잘 맹글어 내는지. 살아생전 친정엄마의 텃밭 농사로 난 양념 걱정, 김치 걱정하지 않고 살았다. 돌아가시기 한 두 해 전부터는 김치도 담지 않으시고 사서 드시고는 딸에게도 그냥 맛난 곳에서 사 먹어라하셔서 서운했던 적이 있었다. 엄마는 늘 내게 당연히 해주시는 분이라고 생각했다. 딸이 담가 엄마께 드릴 생각은 하지 않았던 불효녀였던 나!

새색시가 구불구불 산골에 시집가서 시부모 공양하랴, 서방님 챙기랴, 자식들 키우랴, 집안일, 농사일에 소를 키우는 일까지 하다 십 년, 또 십 년, 또 십 년이 흐르니 어느새 얼굴에 주름이 자글자글, 검버섯이 거뭇거뭇, 고릴라 할머니가 되었다는 그림책이다.

검게 그은 얼굴을 그래도 보호하시려고 이쁜 하늘색 양산을 쓴 고릴라 할머니의 모습은 귀엽기까지 하다.

어르신들을 자주 만나는 원예치료프로그램을 진행하며 고릴라 할머니 책을 들고 가면 웃으시며 좋아하시는 분도 계시고 내 얼굴 같다고 싫어하시는 분도 계신다. 그래서 고민스러울 때가 있지만 나는 고릴라 할머니를 좋아하니 그냥 용감하게 들고 가서 읽어 드린다. 세상 그 어떤 미인보다 더 아름다운 고릴라 할머니를 사랑하고 자랑스러워한다고 말씀드리면 얼굴이 환해지며 좋아하신다. 노화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얼마나 열심히 살아왔는지 훈장처럼 생긴 주름을 자랑스러워해야 한다. 현대에는 의학적인 시술로 인해 조금은 노화를 지연시키려고도 하지만 자연스럽지 않고 오히려 부작용이 많이 생기기도 한다. 물론 시술을 통해 자신감이 생기고 자존감이 향상되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 삶의 방식이 다르고 처한 상황이 달라서 옳다 그르다 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 같다. 단지 내 입장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이 정신건강에 유리할 것 같다. 고릴라 할머니가 검고 주름진 얼굴을 관리하기 위해 양산을 쓴 모습이 얼마나 사랑스러운가!

매일 흙과 식물을 만지는 나도 얼굴에 주름이 많아지고, 손등이 거칠어지는 것을 보면 나이가 들어가는 것을 실감한다. 그래도 나는 좋다. 빨리 할머니가 되고 싶은 마음도 있다. 손주를 안고 꽃을 만지고 그림책을 보며 귀여운 고릴라 할머니가 되고 싶다. 고릴라 할머니가 양산을 쓰는 것처럼 난 모자를 쓰고 손주와 작은 마당에서 사계절 꽃을 심으며 늙어가고 싶다. 할머니가 되는 것이 두려운 분들은 꼭 이 책을 읽어보기 바란다.

[화온]꽃그림책방 책방지기 곽병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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