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단상-이철호 칼럼니스트] 다크투어리즘과 남도여행
상태바
[수요단상-이철호 칼럼니스트] 다크투어리즘과 남도여행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2.11.04 09: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철호 컬럼니스트

[목포시민신문] 지난 여름 친구와 함께 진도 부속섬 접도의 남망산을 올랐다. 땅이 봉긋 올라온 정도이다 보니 등산애호가들 먹잇감으로는 거리가 먼 산이다. 가볍게 나서면 산책길 수준이어서 부담을 느끼지 않을 뿐인데도 해변에 접한 나지막한 산행길 풍광이 뛰어나서 상당한 소구력이 있다. 외진 곳에 위치한 까닭에 매력을 뽐낼 기회가 없었는데 진도군에서 웰빙등산로를 조성하면서 외지인에게도 꽤나 알려지게 되었다. 이날은 정상을 찍고 일출봉과 말똥바위, 솔섬바위까지 섭렵하니 4시간이 넘는 산행이었다. 내려오는 길목에 유배지공원이 있고 몇 걸음 더 움직이면 원다리의 유배마을이 있다. 본디 이름이 금갑도였던 이 섬은 진도 본섬과 함께 조선 말까지 유배지로 활용되었다. 아마도 내가 걸었던 그 산길을 조선 유배자도 걸으며 시대와 화해를 청하거나 한양에 돌아갈 날을 손꼽아 기다렸을지도 모른다.

유배지나 유배길을 살펴보는 여행은 다크투어리즘의 한 유형이다. 다크는 색상의 이름이 아니다. ‘어둡다는 빛과 관련된 의미이니 빛을 모두 제거한다면 어둠이 될 것이다. 따라서 다크를 관광에 대입해보면 그 의미를 어렵지 않게 유추해 볼 수 있다. 다크투어리즘은 과거 인간이 저지른 어두운 현장을 찾아 음미하는 시공간적 여행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이 용어는 1996, 영국 글래스고 칼래도니언대학의 말콤 폴리와 존 레넌이 발표한 논문 ‘JFK and Dark Tourism’에서 처음 언급되었다. 저격당한 존 F. 케네디를 기리고자 수많은 사람들이 달라스에 모인 이유를 분석한 것이 논문의 주 내용이다. 다크투어는 역사교훈관광이나 애도관광, 블랙관광으로 불리기도 한다.

필자가 귀향하던 2014, 진도의 맹골수도에서 세월호가 침몰한다. 그날 이후 세월호는 참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최루제가 되었다. 지난 923, 진도 왜덕산에서 정유재란 때 죽은 일본병사들을 위한 추모제 겸 국제평화학술대회가 개최되었다. 바로 그 전쟁과 삼별초항쟁, 유배지 등을 포함하여 진도에 산재한 역사적 현장 등을 다크투어리즘의 시각으로 조명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다크투어리즘의 유형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왜 요즘 이런 유형의 여행이 부상하고 있는지, 남도(진도)가 보유한 다크투어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를 살펴보고 이를 활용한 관광목적지 포지셔닝과 활성화에 대한 진지한 검토는 그 자체로 가치있는 일이라고 여겨진다.

다크투어는 어떤 곳을 어떤 목적으로 가는 것일까? 이는 연구자에 따라서 관점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다. 시튼의 경우 여행자의 행동관점에서 5가지로 구분하였다. 먼저, 실제 진행되는 사건을 보기 위해 찾아가는 여행(프랑스혁명 당시의 단두대 처형, 조선시대 카톨릭교도 사형집행현장)으로 가장 리얼한 다크투어라고 할 수 있다. 두 번째는 개인 또는 집단이 과거에 죽은 장소를 찾아가는 투어인데 아우슈비츠수용소나 크메르의 킬링필드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세 번째는 과거 사건을 기념하고 추모하는 공간(묘지, 기념비, 기념관) 투어이다. 네 번째는 실제 장소와 관계없이 죽음의 상징을 재현해 놓은 공간(무기박물관, 고문박물관) 투어이다. 다섯 번째는 죽음을 간접체험하는 공간(관 체험, 멕시코의 사자의 날카니발)을 의도적으로 찾는 여행이다. 관광목적지를 테마별로 분류하는 방법도 있다. 앞서 말한 레넌과 폴리는 전쟁, 대학살, 감옥, 묘지, 역사적 식민지, 고스트, 자연재해 등 7가지로 구분하였다. 이 외에도 유배지를 찾아가거나 종교순례여행, 슬럼여행, 표류, 환경파괴현장 방문 등 다양한 분류를 할 수 있다.

다크투어는 근래 왜 각광을 받고 있는가? 크고 작은 사고가 전세계적으로 지속 증가하는 현실을 간과할 수 없다. 아울러 관광산업 규모 자체가 급속 팽창하는 것도 한몫을 한다. 기존의 관광형태에 식상한 일부 관광객들이 차별화 전략으로 다크투어를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관광객의 욕구에 부응하기 위해 지자체들이 앞장서서 다크투어관광지 개발에 투자하는 것도 이유이다. 과거에는 참혹한 사건현장을 감추려고만 했다면 지금은 선제적으로 이들 현장을 관광자원화함으로써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자 하는 것이다. 기름이 유출되었던 태안의 바다를 언제까지 그대로 바라만 보고 있어야 하는가? 세월호가 침몰한 맹골과 그 수습현장이었던 팽목항을 방문하는 발걸음이 언제까지 천근만근이어야 하는가? 이런 고민들을 풀어낸 것이 지자체의 다크투어관광지 개발이다. 다크투어는 무엇보다 진정성 있게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고 과도한 상업적 접근은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올 수도 있다.

특정 관광목적지의 문화자원이 관광객들에게 어떻게 인지되고 소비되는지를 분석하는 일은 마케팅과 직접 관련되기 때문에 중요하다. 대표적인 수용자 분석방법 중 하나인 연상어휘를 통해 분석해 볼 수도 있다. 문화가치 영역을 구분하고 연상어휘들을 활용하여 포지셔닝의 준거로 삼는다면 핵심관광자원의 관리, 홍보 등에 유용할 것이다. 나아가 그 문화가치 영역, 즉 해당 공간에 어울리는 스토리텔링을 적극 개발하여 문화관광해설사들로 하여금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이때 자연자원에 대해서도 인문학적 접근과 해석을 곁들이고 인문자원도 자연자원의 매력을 돋보이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융합적 스토리텔링으로 공간을 풀어낸다면 관광객들의 공감을 살 것이라고 여겨진다. 향후 남도의 다크투어리즘을 문화가치 영역별로 나누어 글을 써 볼 생각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