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단상-박찬웅] 중국 맥주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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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단상-박찬웅] 중국 맥주 이야기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2.11.20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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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웅 칼럼니스트

[목포시민신문] 날씨도 슬슬 추워지고 올해 달력도 이제 얼마남지 않았다. 이래 저래한 일로 마음도 복잡하고 영 기분이 편하지 않는 한해로 마무리 될것 같은 연말이 다가오고 있다. 좋은일 보다는 나쁜일이 많고 희망적인 미래보다는 불투명하고 암울한 예견만이 난무한다. 이러한 일상에서도 작은 웃음과 소소한 재미가 우리를 지탱하게 하는 힘인데 그중에 으뜸은 먹고 마시는 즐거움이 아닐까. 오늘도 마시는 이야기 중 맥주이야기를 해 볼까 한다.

맥주하면 독일이나 유럽에 나라가 생각되겠지만 세계맥주 생산량과 소비량 1위 국가는 중국이다. 중국에서는 맥주를 우리처럼 보리로 만든술이라는 의미로 맥주(麥酒)라고 부르지 않고, 피주(啤酒)라고 부른다. 피주는 맥주의 영어식 발음인 비-어(beer)의 중국어 음차인 표기이다. 중국에서도 역사적으로 오래전부터 보리로 술을 만들어 마셨지만 현대의 거품과 탄산, 맑은 황금색 맥주가 아닌 우리의 막걸리와 비슷한 형태의 고대 이집트나 로마의 정제되지 않는 형태의 술이었다.

중국에 현대적 형태의 맥주가 전해진것 청나라 말기 서방 열강들의 제국주의 침략이 본격화 되면서 부터 홍콩, 광저우, 상하이, 텐진같은 조계지와 개항장에 외교관들과 상인, 군인들이 거주하거나 주둔하면서 부터 수입되고 유통되어 일부의 청나라 사람들도 맥주를 접하게 되었지만 대중화되는 것은 그 후 로도 오랜 시간이 지난 후였다.

중국 최고의 맥주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양꼬치에 칭따오”라는 광고로 유명해진 칭따오 맥주이다. 칭따오는 중국 산동성의 제1의 항구도시 칭따오 - 청도의 이름이기도 한다. 칭따오 맥주에도 가슴 아픈 제국주의 침략의 역사가 함께 한다.

1.2차 아편전쟁과 청불전쟁다른 열강들 보다 중국진출이 상대적으로 늦었던 빌헬름2세의 독일제국은 1897년 산동지방에서 선교하던 독일인 피살사건을 구실로 칭따오를 비롯한 교주만일대를 해군을 동원해 점령하고 99년간 조차하여 반식민지로 통치한다. 독일군인들에게 필수품과 같이 보급해야 했던 맥주를 칭따오에서 현지생산하기 위해 독일과 영국에서 가장 좋은 최신식 양조설비과 기술을 도입하고 아주 좋은 지하수를 개발하여 맥주를 생산하는데 이 맥주가 칭따오 맥주이다. 그리고 이 맥주는 1906년 뮌헨국제박람회에서 금상을 차지해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된다. 지금도 칭따오에 가면 그 당시 설비와 제조공정들이 보존되어 맥주박물관으로 활용되고 있다.

그럼 중국 최초의 제조맥주는 어디 일까? 지금도 중국에서도 중국4대 맥주로 불리우고 가끔 우리나라 편의점에서 찾아볼 수 있는 하얼빈 맥주이다. 하얼빈 맥주 또한 제국주의 침략의 역사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하얼빈는 중국과 러시아의 국경인 흑룡강(아무르강)변에 위치한 교통과 수운의 요충지이고 지금도 흑룡강성 최고의 도시이다. 청나라 말기의 하얼빈은 청일전쟁(1894-1895)에서 패배한 청나라가 막대한 전쟁배상금을 마련하기 위해 러시아로 부터 차관을 빌리게 되고 이에 따른 동청철도와 남만주철도의 부설권을 러시아에 넘기게 됨에 따라 러시아의 철도기술과 인부, 군인들이 하얼빈에 거주, 주둔하게 되어 사실상 칭따오 같은 반식민지로 러시아가 통치한다. 1900년에 폴란드계 러시아 양조업자들이 맥주를 제조하게 되었고 이것이 최초의 중국맥주 하얼빈맥주의 시작이다. 하얼빈 맥주는 맥아향이 적고 구수한 느낌이 나며, 탄산이 강해서 짜릿한 맛이 있어 중국에서 맥주소비량이 가장 많은 동북지역에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맥주라고 한다. 그리고 안중근 의사에 하얼빈 역 이토 히로부미 사살 의거를 통해 하얼빈은 우리에게 깊은 의미가 있는곳이기도 한다.

이렇게 우리가 즐겨 마시는 맥주 한병에도 제국주의 침략의 역사와 동북아시아인의 아픔이, 구구절절한 애환이 숨어 있고, 맛있고 정성스런 음식과 정겨운 술 한병이 우리의 소소한 일상을 만들어가고 내일의 희망을 이야기 할 수 있는 힘이 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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