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읽기-조준 교수] 애 취급은 하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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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읽기-조준 교수] 애 취급은 하지 맙시다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2.11.24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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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준 동신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목포시민신문] 지난 주에 한국노인의 전화전국 이사회가 있었다. ‘한국노인의 전화는 민간영역의 노인복지가 아직 발전하지 못했던 1990년대에 만들어진 순수 민간노인복지단체로 벌써 30년동안 노인일반상담과 노인학대상담 등의 영역에서 전국에 지회를 두고 활동하고 있다. 처음에 시작할때만해도 대학교수로 40대였던 각 지회의 회장들도 이제는 정년퇴직을 하고 70세를 앞둔 노인 당사자가 되어 있는 것을 보면서 세월의 흐름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이야기를 나누던 중 충북지회 회장을 맡고 있는 신부님의 말씀이 아직도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얼마전 몸이 좀 불편해서 병원에 갔는데, ‘어르신이라는 칭호와 아버님이라는 칭호를 병원관계자들이 자주 써서 썩 달갑지 않았는데, 더 기분이 좋지 않았던 것은 자꾸 애 취급을 하는 것 때문이었다고 한다. “아버님, 딴 데 가시면 안돼요”, “여기서 기다리시다가 부르시면 오세요, 보호자는 안오셨어요?”, “하루에 두 번 드시면 돼요, 제가 여기다가 써드릴게요. 아침약과 저녁약 꼭 구분해서 드셔야 해요”, “제 말씀 잘 이해하셨어요?” 등등...

노인이 되면 자연스럽게 모든 것이 쇠퇴해 간다. 청각, 시각, 걸음거리, 순발력, 기억력 등 모든 것이 점점 이전보다 못해져 간다. 그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임권택 감독의 영화 축제의 한 장면처럼 우리 인간은 누군가의 돌봄을 필요로 하는 아이로 태어나서 점점 성장해가다가 다시 누군가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아이와 같은 노인이 되어 세상을 떠나게 된다. 그러나 도움을 필요로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해서 아이를 대할 때의 태도와 노인을 대할 때의 태도는 달라야 한다. 물론 일부러 그렇게 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아직 그 나이를 경험해보지 못하였기 때문에 그런 것일 것이다. 그래서 이제 분명히 말씀드린다. “노인들을 애 취급하지 마시라고”...

노인들은 나이가 들었다는 것 때문에 다양한 사회적 배제를 경험한다. 우선 연령이 많다는 이유로 노동현장, 의료서비스 등 일상생활을 하는 과정에서 언어적 폭력이나 무시, 불친절한 언행을 경험한다. 차별에 대한 인식은 노인들의 빈곤이나 건강 문제 등과 겹쳐지면 더 강화된다. 즉 빈곤 노인이나 건강이 좋지 못한 노인은 단순히 연령이 높거나 구시대 사람이라는 인식을 넘어 복지수급자, 젊은 세대에게 경제적 비용을 지우는 존재로서의 낙인이 부여된다. 연령차별에 기반한 노인 혐오는 한국사회에 만연해 있으며 심각한 경우 노인혐오를 넘어 종종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로 이어지기도 한다. 특히 독거 노인 중 경제적으로 취약한 노인일수록 범죄나 차별의 가능성이 크다. 이는 노인의 빈곤과 사회적 고립이 범죄와 차별에 부정적으로 작용함을 의미한다. 노인에 대한 빈곤과 사회적 배제는 단순히 연령의 증가로 인해 노년기에 갑자기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다. 노인빈곤을 포함해 노년기에 경험하는 어려움은 노인집단의 생애에서 누적되어온 일련의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사회적 배제는 노인의 불안정한 고용지위, 임금수준, 사회적 안전망과도 밀접한 연관을 가진다. 노인집단은 이러한 사회적 인식을 자신을 판단하고 구성하는 틀로 수용한다. 노동이 불가능한 신체를 지닌 존재로서 노인을 타자화하는 것은 노인 스스로 자신을 부정적으로 인식하도록 한다. 결국 노인들은 나이가 많아 어떤 것도 잘하지 못하는 존재로 자신을 인식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이러한 자기인식은 별 생각 없이 노인을 애 취급하는 젊은 사람들에게 대항하는 것을 막아버리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치매진단을 처음 받게 된 노인들은 이런 애 취급경험으로 힘들어한다고 한다. 아직은 경증치매로 일상생활이 대부분 가능한데도 갑자기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애 취급을 경험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것도 가족들로부터 당하는 애 취급은 더욱 더 감당하기 어렵다고 한다. 다시 한번 당부드린다. 우리 어르신들을 애 취급 하지 마시라고... 어른 대접이 어려우면 최소한 나이에 대한 존중은 해주시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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