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가 어제 같더니 어느새 내일이- (29)
상태바
그제가 어제 같더니 어느새 내일이- (29)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13.05.14 16: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남농(南農)백부님의 산소는 신안(新安)의 다도해(多島海)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무안군(務安那) 왕산면(狂山面)의 산 중턱에 자리하고 있다. 좀 뻥을 치면 그곳에 임시 유택(幽宅,가묘)을 만들어놓고 명당 중에 명당이라고 자칭하며 거의백번도 더 왔을 산소지만, 그곳에 도착하면 항시 비슷한 설명이다.

‘저 섬들이 흡사 왕에게 읍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야’ ‘그래서 왕산이란다.’하시면서 시야에 꽉 찬 압해도의 섬(群島)들을 가리킨다.

백부님께서 이곳을 찾는 것이 유일한 운동이고 휴식이며 즐거움이셨지만 가끔 그 눈빛에는 언젠가는 또 다른 삶으로 이어질 자신의 유택(幽宅)이라는 것을 생각하시는지- 우수에 젖은 안색에서 엿볼 수가 있었다.

지난 겨울(2006년) 백부님의 산소가 있는 바닷가 모퉁이에 “야아-목포에도 이런 곳이”라는 환성이 나올 정도로 풍광(風光)이 수려(秀麗)한 주거지(住居地)가 있어서 노년의 거처(居處)를 염두에 두고 군소리 없이 구입을 하였다. 시작이 반이라고 땅을 매입한 그 시점부터 고향에 안착(安着)한 것 같은 포근함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은 화가의 눈에도 한 폭의 그림 같은 배산임수(背山臨水)의 명당자리였기 때문이었다.
 
백부님께서 창창하실 때 나는 고향을 떠났다. 언제라도 백부님의유사시에는 하시라도 그 자리를 바로 채운다는 여운을 남기고- 한마디로 압축하면 그림은 물론 世交(세교)도 넓히고 인생살이의 참뜻을 익힌다는 명분으로 유학을 떠난 것이다.
 
타향살이 40여년- 그제가 어제 같았는데 어느새 칠순이 넘어가고 있다.
 
여우가 죽을 때 자기가 태어난 굴(屈)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죽는다는 뜻으로 수구지심(首丘之心)이라는 말이 있다. 그동안 경력도 쌓일 만큼 쌓였고 나이도 들만큼 들지 않았는가! 좀 늦은 귀향이었지만 나도 여우처럼 남은여생 이곳에 살면서 오늘의 나로 키워주신 南農 백부님의 은공을 기리는 산지기나 하면서 내 기력이 소진(消盡)할 때까지 고향이나 지키리라. 
 
그곳에서 산소까지는 걸어서 20분 정도로, 백부님이 생전에 좋아하시던 남도창(南道唱) 몇 곡만 흥얼대면 상석(床石)앞에 도착할 수 있는 지척에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