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
• 솔 루이스 글,그림 / 문주선 옮김
• 2022.05.30. 나무말미 출판
[목포시민신문] ‘나는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때 행복한가, 나는 어떤 삶을 원하는가’
「되고 싶은 게 많은 마니」는 2021 IBBY 스페인 지부 스페인 어린이청소년도서협회(OEPLI) 선정작으로, 작가인 솔 루이스의 첫 그림책이다.
마니는 자신이 무엇인지 몰라서 무엇이 되기로 결심하고 길을 떠난다.
마니는 어느 숲에 도착하자 그 숲의 나무가 되면 어떨까 생각하지만 이미 나무가 많기도 하고, 막상 나무처럼 움직이지 않고 한자리에 가만히 있는 건 자신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마니는 다시 길을 떠나서 숲 가까이에 있는 연못으로 간다. 거기서 물고기를 보더니 물고기가 되면 어떨까 생각하지만 이미 물고기도 많았고, 마니는 물고기처럼 차가운 물속에서 헤엄치는 건 자신이 없다고 생각하고 마니의 여행은 계속된다. 나는 무엇인가, 나는 무엇이 될 수 있을까? ,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세상 속 많은 '무엇'들을 만나고 다니지만 그때마다 자신은 그렇게 될 수 없음을, 또는 자신은 그렇게 되고 싶지 않음을 확인하면서 결국 자신은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어떤 인물이 되어야 할지를 찾느라 방황을 하다가 '무엇'을 찾는 일을 그만두고 싶을 즈음, 마니는 이상한 아이를 만나게 된다. 마니는 아이에게 묻죠. "도대체 넌 '무엇'이니?"라고 말입니다. 그러자 아이는 이렇게 답합니다.
‘나는 용감하고 사나운 사자이기도 하고,작고 겁 많은 생쥐이기도 해.하지만 잘 봐.나는 그 무엇도 아닌…그냥 나야.’
무엇인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마니는 자기가 될 수 있는 것, 자기가 되고 싶은 것을 찾는 여행을 하다가 이 이야기를 듣고 깨닫게 된다.
우리 각자의 내면에는 그 어떤 것도 될 수 있는 또는 그 어떤 것이라고 이름 지어 불릴 수 있는 잠재력과 가능성이 들어 있지만 마니가 앞서 다니면서 만난 나무, 물고기, 새, 연기는 이미 그들만의 특성에 의해 그렇게 불리는 것들이므로 마니만의 고유한 그 무엇은 아니다. 누군가의 특성이 담긴 그 '무엇'이 되려고 한정 짓는다면 그것은 그 누군가이지, 더 이상 마니 자신일 수는 없으므로 자신이 무엇인지 알고자 한다면, 무엇인가 되고 싶다면, 이미 정해진 다른 누군가가 되려고 할 게 아니라 오직 나만이 될 수 있는 그것이 되어야한다. 그럼 오직 나만이 될 수 있는 '그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나 자신'이 되는 것. 나 자신이 되는 것은 그 누구도 할 수 없는 일이므로.
마니의 마음이 담긴 다음의 마지막 문장이다.
‘자신은 이미 그 무엇이고,세상에 하나뿐인 존재니까요.
다른 무엇이 될 필요는 없어요. 마니는 마니인 것만으로
이미 많은 것을 한 거예요.’
내 존재에 대한 인정, 수용, 사랑이 있다면 혹시라도 있을 어떤 다른 무엇이 되어야 한다는 압박에 굴하지 않고 자기다움을 멋지게 지키고 펼쳐나갈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깨달음을 얻은 마니는 이도 세 개나 생긴 입을 벌려 활짝 웃는다.
「되고 싶은 게 많은 마니」는 '나는 무엇인가?', '무엇이 되고 싶은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해서 자신의 존재 자체의 가치, 중요성을 발견하는 것으로 끝나는 그림책입니다. 마니라는 알 수 없는 생명체의 의인화 를 통해 독자로 하여금 내가 누구인지, 어떤 존재가 되고 싶은지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해주고, 무엇보다 있는 그대로의 나의 존재를 아끼고 존중함으로써 자기다움을 키워나갈 수 있다고 우리들에게 격려해 주는 그림책이다.
기린의 숲 김혜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