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단상-박찬웅 칼럼니스트]커피보다 흑맥주 박찬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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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단상-박찬웅 칼럼니스트]커피보다 흑맥주 박찬웅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2.12.23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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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시민신문] 세상이 하얀 눈 속에 파묻힐 것처럼, 하얀 함박눈이 쉼 없이 내리는 겨울밤이다. 올해는 대통령 선거, 전쟁, 경제위기와 월드컵, 아직도 끝나지 않은 팬데믹... 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많은 일들과 사건으로 복잡하고 힘든 시간이었다. 여느 해와 같이 시간은 흘러 지나갔고 미래를 예측할 수 없기에 답답하고 두려운 연말 보내고 있다. 이런 날 저녁은 강하고 찐한 커피한잔이 끌린다.

오늘도 맥주이야기를 해보자. 우리는 맥주하면 부드럽고 크림 같은 흰 거품에 톡 쏘는 탄산과 목 넘김이 좋은 황금색 맥주를 떠올린다. 그러나 쌉쌀하고 찐한 풍미에 강한 끝 맛이 느껴지는 흑맥주가 오늘의 맥주이야기에 주인공이다.

흑맥주는 보통 검은 빛깔을 가진 맥주를 말한다.

왜 일반맥주와 같이 황금색이 아니라 검은색일까? 맥주를 만드는 주원료인 맥아를 커피 원두와 같이 로스팅 기계에 넣고 아주 높은 고온에서 볶아낸 흑맥아로스티드 맥아(Roasted Malt)’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흑맥주를 만들 때 이런 흑맥아는 전체 맥아량의 10% 정도만 넣는데, 이것만 해도 충분히 검은색의 외관에 특유의 커피와 초콜릿 풍미를 나타낼 수 있다. 너무 많이 로스팅으로 당화가 파괴된 흑맥아를 넣으면 발효를 방해하여 맥주제조가 어렵다.

흑맥주도 제조방법, 생산지, 맛과 향, 재료와 첨가물에 따라 종류가 워낙 많아 분류하거나 스타일을 정의하기가 쉽지 않지만 포터(Porter), 스타우트(Stout), 다크 라거(Dark Lager)로 크게 3가지로 나눈다.

먼저 최초의 흑맥주라고 할 수 있는 영국식 흑맥주 포터(Porter)이다. 포터는 짐꾼이라는 뜻으로, 산업혁명기 영국의 부두와 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를 뜻한다. 주로 형편이 좋지 않은 노동자들이 마시던 맥주라 값싼 저품질 맥아의 맛을 숨기기 위해 살짝 맥아를 태우고, 발효시간을 단축함으로써 알콜도수 낮아 쓴맛과 탄 맛이 적으며 비교적 단맛이 올라오는 편이다.

그 후 강한 맛을 선호하는 기호를 맞추기 위해 맥아의 로스팅을 강하게 하고 발효시간을 늘림으로서 알콜도수를 높여, 강한 탄 맛과 묵직한 맛에 남성적인 강하고 굳세다는 뜻에 스타우트(Stout)가 탄생하게 된다. 대표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맥주, 기네스(Guinness)가 있다. 알코올 도수가 8%-13%이상이 되는 고도수의 임페리얼 스타우트(Imperial Stout)도 있는데, 일설에 따르면 러시아로 수출할 때 맥주가 얼어버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도수를 높인 스타우트를 제작하여 수출했는데, 이 맥주를 보고 러시아의 황실이 마시는 맥주라 하여 임페리얼 스타우트(Imperial Stout)라 부르기 시작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다크 라거(Dark Lager)이다.

다른 흑맥주에 비해 밝은 외관과 흑맥아의 커피와 초콜릿의 풍미가 은은하게 나타나며, 깔끔한 라거 효모의 캐릭터가 더해져 알코올 도수도 낮고 가벼운 흑맥주이다. 완전 검은색이라기보다는 커피색에 가깝다. 대표적으로 체코에서 생산된 코젤 다크(Kozel Dark)가 있다. 보통 독일, 체코지방에서 생산하기때문에 독일식으로 둔켈(Dunkel)이라고 하고 더욱 색이 아주 진한 검은색에 가깝게 양조한 것은 슈바르츠비어(Schwarzbier)라고 한다.

이렇게 강하고 찐한 맛을 가진 흑맥주이다 보니, 커피와 같이 유우를 첨가한 스타일에 밀크 스타우트도 있고, 따뜻하게 해서 설탕이나 시나몬 등을 첨가해서 마시는 흑맥주까지 생겨났다. 이렇다 보니 커피와 맥주의 경계를 허무는 혼종들이 나오게 되는데 흑맥아 대신 로스팅 커피원두를 첨가한 커피맥주(?)들도 만들어지고 있다.

이제 우리는 강하고 진한 맛은 커피만 있는 것이 아니라 흑맥주라는 아주 좋은 대체재가 있다는 중요한(?)사실을 알게 되었으니 쓴 맛이 아니라 에스프레소의 쌉싸름한 맛과 카푸치노 같은 두터운 거품의 부드러움까지 겸비한 흑맥주를 조금씩 알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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