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가 없는 나라 - 국가 경제를 이모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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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가 없는 나라 - 국가 경제를 이모작하라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13.05.23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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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령별 분업에 기초한 이모작 사회건설

 
[목포 시민신문] 고령화로 인한 사회적 부담과 경제적 위기를 지적하는 암울한 미래학들이 지속적으로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고령화를 경제성장 동력의 기회로 활용하자는 주장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이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주창하는 활기찬 고령화(Active Ageing) 패러다임으로 요약될 수 있는데, 활기찬 고령화란 “고령화에 따라 삶의 질을 증진시키기 위한 건강, 참여, 안전의 기회를 최적화하는 과정”이다.

지난 2011년에 보건복지부에서 실시한 “몇 살부터 노인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설문조사에, 65세 이상 노인들의 59.1%가 70세 이상으로, 심지어 13.3%는 80세 이상이라고 답변하였다. 실제 우리나라의 건강기대수명(2011년 기준)이 71.3세인 것을 감안해 볼 때, 이 조사는 노인들을 단순 연령이 아니라 건강수명이 다한 이후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저자는 이 책에서 고령화와 관련된 10가지 질문(고령화, 무엇이 문제인가? / 고령화로 인한 경제성장 정체 사례는 있는가? / 한국은 일본과 다른 길을 걸을 수 있을까? / 기존 저출산ㆍ고령화 대책은 효과가 없었나? / 고령화로 인해 한국경제의 미래는 절망적인가? 등등)을 던지고, 그에 대한 답변을 차분히 제시하는 방식으로 논리를 전개하고 있다.
 
 사실상 생애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하는 연령이 53세로 나타난 우리나라에서 ‘일하는 건강한 고령자 사회’가 가능할 것인지에 회의적인 입장도 많다. 현재 노인들뿐만 아니라 향후 5년에서 10년 이내에 은퇴를 하고 노인으로 분류될 베이비 붐 세대(1955년~63년 사이 출생자)만도 720만 명이나 되는 상황에서 고령자들을 위한 일자리가 도대체 마련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나 청ㆍ장년일자리도 부족한 현실에서 노인들의 일자리를 논의하는 것을 백안시하려는 분위기도 감지되곤 한다.
 
 이에 대해 저자는 연령별 분업체계를 해결책으로 제시한다. 연령별 분업체계란 “청장년층을 ‘가치창출’ 활동 관련 업종(제조업과 기술서비스 업종 등)으로, 그리고 고령층을 ‘가치이전’ 활동 관련 업종(관리 및 서비스 업종 등)으로 분업화하는 것”이다. 이모작 인생의 수명주기는 “25-50-75”로 요약할 수 있는데, 25세에서 50세까지 일모작 인생을, 50세부터 75세까지 이모작 인생을, 그 이후를 은퇴기로 구분한다. 이모작 인생기에는 일모작 인생기에 경험하는 생물학적 의무(자녀양육과 부모부양 등)와 수많은 시행착오 및 실패로부터 자유롭고, 기존의 지식과 경험, 그리고 노하우를 활용하는 진정한 프로페셔널로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고령화가 가져올 사회적 무게를 고민해오던 필자로서는 『은퇴가 없는 나라』가 제안하는 해결책을 새로운 아이디어로 반기면서도 한편으로는 우려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심지어 『은퇴가 없는 나라』라는 제목도 섬뜩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은퇴 후 여가를 즐기며 편안한 노후를 맞이하는 노인들을 더 이상 찾기 어려워지고, 장수가 축복이 아니며, 혹시나 사회와 가족의 부담이 될까 이모작 인생을 떠밀려 살아가야 할지 모르는 미래사회 노인의 고달픔이 느껴진다면 지나친 억지일까?

서평자/ 원시연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서울대학교 정치학 박사, 전 하버드대학교 케네디스쿨 여성정책프로그램(WAPPP) Research Fell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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