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읽기-조준 교수]공생과 상생, 그리고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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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읽기-조준 교수]공생과 상생, 그리고 리더십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3.01.12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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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준 동신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목포시민신문] 아프리카 남부 칼라하리 사막에는 '스프링 벅(spring buck)'이란 산양이 살고 있다. 평소에는 작은 무리를 지어 평화롭게 풀을 뜯다가 점점 큰 무리를 이루게 되면 아주 이상한 습성이 나온다고 한다. 무리가 커지면 앞에 있는 양들이 풀을 먹어버리고 결국 뒤쪽에 따라가는 양들이 뜯어먹을 풀이 없게 되자 좀 더 앞으로 나아가려고 한다. 그러면 다시 제일 뒤로 처진 양들은 다른 양들이 풀을 다 뜯어먹기 전에 조금 더 앞으로 나아간다. 이렇게 모든 양들이 풀을 먹기 위해 경쟁적으로 앞으로 비집고 들어가려고 하면 앞에 있는 양들은 자리를 뺏기지 않기 위해 더 빨리 내달린다. 앞에서 뛰니 뒤에서도 따라 뛰고 그러다 보면 모두가 필사적으로 달음박질을 하게 된다. 결국 풀을 뜯으려던 것도 잊어버리고 오로지 다른 양들보다 앞서겠다는 생각으로 빠르게 뛰게 되고. 그렇게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그저 계속 뛰다가 절벽을 만나면 그대로 떨어져 버리고 만다고 한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재화가 한정되어 있고, 이러한 이유로 재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상호간에 이해충돌이 일어날 수 밖에 없다. 자본주의와 개인주의가 시작된 후 우리는 계속해서 이러한 이해충돌과 그로 인한 갈등, 그리고 대립과 싸움의 역사를 거쳐왔다. 개인 간 이해충돌이 일어나는 공동의 갈등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개인주의가 아닌 다른 원리나 관점이 필요한데, 상생의 원리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자유주의의 개인주의는 인간 생활에서 공생(共生)을 간과하는 면이 있다. 이것은 인간의 사회성 혹은 인간 삶의 공동체적 측면을 보다 확장한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자본주의 사회 역시 모든 사람이 서로 공생의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 경제적으로 우리는 모두 직간접적인 분업과 협업의 고리로 이어져 있다. 우리가 살면서 기쁨과 보람을 느끼는 것도 공생 덕분이다. 자신 외에 그 어떤 사람이나 생명체, 존재 없이 홀로 산다면, 우리는 아무런 기쁨과 보람을 느낄 수 없을 것이다.

상생의 원리란 자신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 모든 존재의 가치와 권리를 존중하면서 그들과 서로 도우며 더불어 살아가는 것을 말한다. 즉 공생하는 모든 존재가 서로 아끼고 도우고 사는 것을 상생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이 소중하듯 다른 존재도 모두 절대적으로 소중하고, 그들이 있기 때문에 내가 존재할 수 있으므로 자신만 아니라 다른 존재 모두 존중해야 한다. 이러한 상생의 원리에서 우리는 공동의 문제를 풀기 위한 해법을 찾을 수 있다. 상생의 원리는 전체주의와는 전혀 다른 개념이다. 국가나 집단을 개인보다 우선시하는 전체주의는 전체를 위한 개인의 희생을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 그러나 상생의 원리는 인간 개인을 궁극적인 가치의 원천으로 여겨 개인의 권리를 절대적으로 보장하고, 전체를 위한 개인의 희생을 용납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이 원리는 개인주의와 상통한다고 할 수 있다.

상생의 원리는 내가 소중한 것처럼 다른 사람과 생명체를 비롯한 모든 존재가 소중함을 인정하고 서로 도와야 함을 강조한다. 그런 면에서 이 원리는 자유주의의 관용의 원리와 공동체주의의 관점을 더 적극적으로 확장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즉 개인주의의 한계를 상생의 원리로 보완한 새로운 패러다임인 것이다. 새로운 시대의 패러다임을 개척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것이 리더십이다. 올바른 리더십은 모든 조직이 추구하고 있는 필수요소이다. 우리 사회에서 진정한 리더와 리더십의 필요성이 논의된 지는 오래되었다. 하지만 진정한 리더와 리더십의 정의는 지금도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큰 논쟁거리로 자리 잡고 있다. 작게는 가정의 리더십이나 기업, 교육 현장에서부터 크게는 국가를 경영하는 국가 지도자의 리더십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 전반은 리더십 부재에 당면해 있다. 모든 구성원들이 공존하고 상생할 수 있도록 이끌어갈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진정한 리더이다.

오로지 혼자 앞서가는 것은 올바른 리더의 모습이 아니다. 다른 사람과 함께, 상생을 도모하는 사람이 자신의 인생도 성공으로 이끌어 갈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뛰어난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책임을 다해 일할 뿐만 아니라, 자신의 가치와 열정을 기꺼이 조직이나 사회에 투자할 수 있어야 한다. 새해에는 우리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상생의 리더가 더 많아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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