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단상-김경애 시인] 동목포역에서 詩를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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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단상-김경애 시인] 동목포역에서 詩를 말하다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3.01.13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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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시민신문] 한 해를 마무리하고 시작하는 시간을 동목포역에서 보냈다. 작년에 참 무모하게도 직접 시화를 만들어 전시회를 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몇 년간 번아웃으로 시를 쓰지 못한 아픔을 어떻게 극복할까? 궁리 끝에 내린 결론이었다. 그동안 발표한 시로 글씨를 써보기로 한 것이다. 상반기 때 몰입해서 연습했다. 무언가에 빠지면 정신 못 차리는 성격이라 글씨를 쓰면서 즐거웠다. 또 맘 맞는 사람들과 여행하면서 상처도 많이 아물었다. 그런데 가을이 되어 일이 많아지면서 정신도 흐트러졌다. 그러함에도 자몽회원들 등에 업혀 3번이나 전시를 하게 되었다. 연말엔 어설픈 개인 전시회까지, 막 달리느라 좀 버겁기도 했다.

그런데 참 고맙고 신기하게도 서툰 글씨와 그림들이 동목포역에는 잘 어울리는 것이었다. 그렇게 믿고 싶다. 몇 년 전 목포우체국 시화 전시를 딱 1번 하고 창고 안에서 빛을 못 본 액자들이 10개가 넘었다. 올해 족자와 액자를 10개 정도 새로 만들었다. 무엇보다 엽서를 직접 제작했다. 엽서는 직접 찍은 사진과 그림과 글씨를 조합해서 만든 후 기획사에서는 거의 인쇄만 하였다. 그래서 전문적이지는 않지만 모두 애정이 간다. 나만 나르시시즘에 빠져 그런 건가? 그런데 아닌 것 같다. 사람들은 완벽한 것보다 작고 어설픈 것들에게 더 마음이 가고, 편안해하고, 또 아이디어를 얻어가는 것 같다. ‘경애가 이 정도면 나는 더 잘할 수 있어!’ 뭐 이런 느낌 말이다. 나쁘지 않다. 아이들에게도 늘 모방하면서 옆 친구에게 배우고 함께 하는 것을 가르치고 있기 때문이다.

크리스마스 전후 목포에는 많은 눈이 내렸다. 화이트 크리스마스여서 운치는 있었지만, 전시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다행히 마지막 주에는 눈이 다 녹고 날씨는 청명했다. 처음 혼자 준비하는 전시라 막막했다. 우연히도 시간이 되어 감각 있는 쿵짝쿵짝샘들이 작은 소품 위치까지 잡아주어 예쁜 공간이 되었다. 첫날은 매혹적인 명문장 낭독 아카데미샘들과 환경연합 엮을편()’ 샘들과 이화 작가님, 박종길 교수님, 유헌 시인님이 참석해 주셨다. 올 한해 여러 가지 일을 하면서 가장 마음 편안하게 만났던 사람들이다. 목포의 역사를 잘 아는 분들이 모이니 이야기가 더 풍성해졌다.

다음날은 목포문학회회원들과 목포작가회의집행부 샘들 박석민 전) 목포역장님, 강성희 회장님, 고독 독서 모임 대장님 등이 오셨다. 진짜 예전 동목포 간이역이 연상되었다. 낡은 난로 위에서 고구마와 밤이 익어간다. 낭만열차에서도 맛있는 차를 판다. 이날만큼은 아침에 도착한 케냐 AA 커피를 드립 해서 윤호표 커피를 마셨다. 커피 향과 여기저기 웃음소리가 정겹다. 오전에 왔던 사람들도 오후가 되도록 다들 집에 갈 생각을 하지 않고 놀고 있었다. 지나가는 사람들도 하나둘씩 몰려들었다. 처음에는 작게 시작한 일이 이렇게 예쁘게 펼쳐지니 기분이 좋았다. 잠깐이라도 이곳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다면 그게 예술이고, 문화가 아닌가.

마지막 날에는 정성우 감독과 영상 만드는 샘들이 함께 했다. 구성원들이 짱짱하다. 다들 직업이 있고, 각자의 위치에서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다. 한해 모든 일이 마무리되는 과정에서 12월과 1월 사이, 영상을 배워 보겠다고 만났다. 예술과 문화를 향한 열정, 어찌 이분들을 따라올까? 음악, 미술, 그림, , 사진, 낭송, 글쓰기 모든 것을 총동원한 영상이라니. 즉석에서 돌아가며 시 낭독도 하였다. 최고의 날이었다. 이렇게 12월 마지막 날은 정신이 전시회에 홀랑 빠져 친구랑 저녁을 간단하게 먹고 집에서 쉬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새해 아침, 조금 늦게 문을 열었다. 그런데 평소에 관심 두고 있던 피터 팬 리턴즈 음악 밴드가 낭만열차 1953에 왔다. 공연은 2시부터인데 행사 전에 동목포역 앞에서 몇 곡의 노래를 불렀다. , 생각지도 않던 새해 선물이라니, 평소에 듣고 싶은 목포다운 노래들이다. 진짜 소원이 이루어진 것처럼 모든 일이 시간마다 각본도 없이 술술 풀리는 것만 같은 느낌이다. 열차 안에서 공연이 시작되고 난 후 김형만 선생님과 재갈경희 님이 오셨다. 정말 반가웠다. 동목포역에 오신 모든 분이 소중하고 귀하지만, 특히 선생님의 발걸음은 힘이 되었다. 보이지 않게 끌리는 마음을 어찌할까?

이번에는 이상하게도 생각했던 마음들이 다 전달되어 내 마음이 닿은 것 같은 묘한 기분이다. 그동안 맘고생 한 것에 대한 보답 같았다. 이대로 전시회를 마무리하기에는 아쉬움이 남아 1주일을 더 연장하기로 했다. 그냥 장소가 정겹고 마음이 가기 때문에 마음 가는 대로 가보기로 한다. 무엇보다도 이런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 이은주 대표. 문화를 만들어가는 사람. 칭찬하고 또 감사하다. 여기에서 다 말할 수 없는 사람들, 늘 응원해주는 분들께도 고맙다는 말을 전한다. 낭만열차 1953, 동목포역에 머물다 간 사람들의 발길과 마음에 큰 축복이 있기를 바란다. 새해에도 목포에 새로운 문화의 바람이 불어오길 빈다. 목포문화도시, 목포문화재단, 낭만열차 1953 협동조합 등 모두 힘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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