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김상철]목포 시내버스를 시민의 것으로: 상황의 정리와 제안
상태바
[특별기고-김상철]목포 시내버스를 시민의 것으로: 상황의 정리와 제안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3.02.16 16: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상철 공공교통네트워크 정책위원장

[목포시민신문] 현재 목포 시내버스의 상황은 코로나19 이후 한국의 시내버스가 처해있는 상황을 가장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알다시피 한국의 버스산업은 일제시대 어용사업으로 시작하여 50년대 잠깐 공영버스의 시대를 거쳐서 60년대 이후 사실상 지금과 같은 민간 운영형태가 완전히 자리 잡게 되었다. 현행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은 자동차운수사업법으로 제정되었던 때가 1962년이고 그 전까지는 일제가 1933년에 제정한 조선자동차교통사업령에 따라 사업을 유지해왔다. 이러한 역사적 맥락은 한국의 공공교통에 핵심적인 수단인 시내버스의 가장 핵심적인 문제인 면허제도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보여주는 단서다. 민간사업자가 특정한 버스노선에 대해 배타적인 소유권을 행사할 수 있는 현행 면허제도는 주요한 선진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후진적인 제도다. OECD 국가의 대부분은 노선권 자체는 공공이 소유하면서 사업자에게 사업권을 보장하는 방식이거나 공공기관이 직접 운영하는 형태를 띤다. 그러다 보니 2004년부터 서울시에서 시행하여 지금은 전국 광역 지방자치단체에서 도입해 운용하는 버스준공영제 역시 한국에 밖에는 없는 이상한 제도다. 특히 운송 수단의 소유권이 여전히 민간에 있고 노선권의 이전이 이루어지지도 않았는데 준공영제라는 이름을 붙여, 이후 많은 시민들이 혼란을 겪게 된 원인이 되기도 했다. 정확하게 보면 기존의 적자보전형 민영제에서 이윤보장형 민영제로 인센티브 구조가 다른 민영제 지원방식으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이해할 수 없는 사업자와 목포시

다소 장황하게 현재 버스운영 체계에 대해 설명을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현재 목포시의 시내버스 상황, 그러니까 비상식적이고 말도 안된다고 여길 법 한 상황이 왜 벌어지고 있는가에 대한 배경 이어서다. 목포시 시내버스 문제에 대해 우선 법과 제도의 문제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지역 사회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라는 개혁의 문제이기도 한 이유다. 그런 점에서 목포시민들이 겪고 있는 현재의 상황은 한국의 다른 지역에서도 공통적으로 발생하는 문제임과 동시에 또 목포시만의 독특한 지역 환경에 의해 유별난 측면이 있는 사례이기도 하다. 목포시의 사례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현행 버스사업자의 행태와 그에 대한 목포시의 대응이다. 우선 사업자는 제출해야 하는 경영걔선계획을 제출하지 않고 느닷없이 기부채납을 선언해 버린다. 태원여객이 목포시장 앞으로 보낸 110일자 공문을 보면 최근 대중교통 이용 승객의 감소, 코로나19로 인한 대중교통 기피, 유가 급등, 52시간제 시행으로 인한 인건비 인상 등을 이유로 경영을 지속적으로 할 수 없어 모든 재산과 장비, 인력을 목포시에 기부채납하기로 결정했다고 통보한 것이다.

 

그런데 이런 방침은 태원여객 측의 무지를 드러내는 것이거나 아니면 영악한 꼼수라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지방자치단체가 기부채납을 받는 절차를 정하고 있는 공유재산법에 의하면 태원여객이 기부채납을 하겠다는 대부분은 기부채납 대상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행정안전부가 만든 공유재산 업무편람에 따르면 지방재정에 이익이 없는 경우, 기부에 조건이 수반된 재산, 사권이 설정된 재산은 기부채납이 될 수 없다고 명시한다. 그런데 태원여객 사업자가 기부채납의 조건으로 부채 청산을 원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이런 조건은 기부채납에 부가할 수 없다. 더구나 현재 태원여객은 토지나 건물 등을 담보로 대출을 받은 상태이고 또한 버스의 상당수는 할부 금융으로 구입하고 잔금을 지급하지 않은 상태다. 물론 기부채납 과정에서 위의 결격을 해소할 수 있지만, 과연 이를 모르고 제안했을까 의구심이 든다. 합리적인 의심 중 하나는 자신들에게도 쏠리고 있는 책임을 목포시로 떠넘기려 한 꼼수로 보는 것이다.

이 점에서 또 하나 이해할 수 없는 당사자인 목포시의 문제가 드러난다. 현행 운수사업법 제85조에는 운수사업자의 면허 취소에 대한 사항을 규정하면서 12호를 통해 사업경영의 불확실, 자산상태의 현저한 불량, 그 밖의 사유로 사업을 계속하는 것이 적합하지 아니하며 국민의 교통편의를 해치는 경우를 명시하고 있다. 지난 해 10월부터 운행한 날보다 운행하지 않은 날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을 고려하면 현 태원여객의 상황이 이에 해당한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운수사업법에 따라 시도지사에게 위임된 면허 및 등록에 대한 권한은 다시 전라남도 조례에 따라 시장에게 위임되었기 때문에 당연히 목포시는 해당 사업자에 대한 면허 취소를 할 수 있다. 특히 사업자가 기부채납 의사를 밝힌 상황이기 때문에 신규 사업의 개시를 위해서도 면허 취소는 필수적이다. 하지만 목포시는 이를 차일피일 미루었다. 최근 지방자치단체와 버스사업자 간의 소송에 대한 대법원의 판례들은 일관되게 시민들의 교통 편의라는 공익을 민간사업자의 사익 추구보다 우선하고 있고, 소송을 진행하더라도 당연히 버스의 임시운행을 중단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정상적인 운행 수준의 일정 비율을 유지하는 임시운행은 시민에 대한 필수서비스로서 보장될 소지가 크다) 사업자가 소송으로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 역시 현실성이 낮다. 이런 상황에서 생각해볼 수 있는 이유는 둘 중에 하나일 수밖에 없는데, 하나는 목포시가 버스 운행을 직접적으로 책임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 즉 공영제에 대한 공포이고 다른 하나는 현행 민간사업자의 눈치를 보는 것, 즉 지역 권력구조의 작동이라는 측면에서다. 이미 전국에 20여개가 되는 지방자치단체들이 전부 혹은 부분적으로 공영제를 시행하고 있거나 시도했던 것을 고려하면 목포시의 공영제 공포는 사실 자기최면적 공포에 가깝다. 이를테면 2021년 공론화위원회 과정에서 나온 한국산업관계연구원의 공영제 전환 비용은, 실제 공영제 운영 중인 사례를 참조하지 않은 가상의 숫자에 불과했다. 공공교통네트워크가 확인 바에 따르면 현재 공영제로 운영되는 곳의 대당 운영비용은 민영제는 물론이고 준공영제 사례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목포시가 가지고 있는 공영제 공포는 비용에 대한 공포라기 보다는 민간사업자에게 떠넘길 수도 있었던 시내버스 책임을 행정이 직접 져야 한다는, 시민에 대한 공포에 가깝다고 보는 것이 맞다.

태원여객이 돌아온다

다른 의심은 지역 권력구조의 작동이라는 건데, 최근 버스 사업자가 은행대출을 통해서 쟁점이 되었던 연료비 미납금을 납부하고 운행을 재개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에서 좀 더 명확하게 드러나는 부분이다. 현재 전자공시를 통해서 알 수 있는 태원여객의 재무상황은 단순히 심각한 수준을 벗어난다. 외부감사를 실시한 2019년 기준 감사보고서를 보면 이전까지 태원여객의 회계자료는 자산을 부풀리고 부채를 줄이는 방식으로 작성되었음이 드러난다. 실제로 회계법인이 채택한 공식적인 회계 기준에 따라 작성되기 전에는 2019년 기준으로 자산이 54억 원, 부채가 89억 원으로 34억 원 정도의 자본잠식이었지만 재작성 된 후엔 자산이 37억 원, 부채가 134억 원으로 나타나 98억 원의 자본잠식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은 2018년 기준으로도 동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의도적인 회계부정을 의심해볼 수 있는 상황이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이런 상황이 코로나19의 문제(20, 21), 52시간 노동시간 의무화의 문제(21년 적용)도 아닌 시점에서 그랬다는 점이다. 애초 기부채납을 하겠다 하면서 말했던 경영 악화의 원인인 코로나19나 주 52시간 노동시간 문제 이전에 태원여객의 경영 상태는 부실했다. 오죽하면 감사를 진행한 감사법인이 주석을 통해서 계속기업가정의 불확실성을 언급하면서 태원여객의 상황이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능력에 대한 유의적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적었다.

최근까지 지역에서 쟁점이었던 연료비 문제는 더더욱 이해하기 어렵다. 현재 액화천연가스는 목포지역의 공급망을 독점하고 있는 목포도시가스()가 충전소인 그린씨앤지와 공급계약을 통해서 납품하는 것이고 태원여객은 주주 중 1인의 소유인 그린씨앤지에서 독점적으로 연료를 공급받아 왔다. 문제가 되는 것은 목포도시가스()와 그린씨앤지의 간의 대금 납임과 관련한 쟁점이다. 즉 사법인 간의 갈등이거니와 여기에 태원여객이 연루될 이유가 없다. 만약 태원여객이 그린씨앤지에서 연료를 사용하고도 대금을 납부하지 않은 것이라면, 더욱 심각한 문제가 생긴다. 왜냐하면 태원여객은 목포시로부터 전체 운영 적자의 상당부분에 해당하는 재정보조금을 받고 있고 당연히 해당 보조금은 정상적인 버스 운행을 위하여 사용했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연료비 지출을 하지 않고 보조금을 운행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금융이자의 납입 등으로 사용했다면 심각한 보조금법 위반 사유가 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목포시가 보인 태도는 사업자에게 시간을 벌어주는 것에 가깝다. 특히 사업자가 알아서 판단해야 하는 법정관리 신청을 권고하는 것은, 해당 민간사업자의 지속적인 사업을 독려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의미를 지난다. 결국 목포시는 연료비 미납금에 대해 해결방안을 모색하다 도저히 방법을 못 찾게 되자 뒤늦게 사업자가 추가 대출 방침을 받는 것으로 수습한 것이 아닌가 싶은 것이다.

 

결국은 시민의 힘, 결론은 공영제

지난 해 12월부터 올 2월까지 목포시와 사업자가 보인 모습은 어찌 보면 잘 짜여진 역할극 같기도 하다. 이 역할극의 목표는 목포시민으로 하여금 대안이 없다고 체념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공영제 전환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자 목포시가 꺼낸 카드가 연구용역이다. 하지만 공영제 전환은 연구용역이 필요한 사안이 아니다. 이미 시행하고 있는 곳이 있으니 벤치마킹을 하면 되지 또 무슨 연구용역이란 말인가. 결국 공론화위원회 과정 때와 같이 전문가 집단의 외피를 쓰고 시간을 벌어 불편한 국면을 모면하려는 것이 아닌가 싶다. 특히 작년에 이미 끝났어야 하는 준공영제 용역 결과조차 쉬쉬하면서 공개되지 않는다고 하니 하는 말이다.

현행 지방자치법 및 지방자치단체의 행정기구와 정원 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긴급히 발생하는 한시적 행정수요에 대처하거나 일정기간 후에 끝나는 사업을 수행하기 위하여 부득이한 경우에 한시기구를 설치할 수 있고 또한 한시인력을 채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그 기간은 3년 이내로 정한다. 이미 장기화되고 있는 임시운영 체계를 한시조직의 역할로 넘기고 일정기간을 정해 공영 운영 방식에 대한 테스트를 직접 해볼 수 있다. 이것이 어설픈 연구용역보다 더욱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결과를 만들어낼 것이다. 하지만 이 분명한 방법을 목포시가 스스로 선택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결국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시민들의 힘이다. 불편함을 감수하면서라도 지역의 버스 문제를 근본적으로 바꾸자는 시민들의 의지가 지금까지의 상황을 만들어냈다. 여기서 한걸음 더 움직일 수 있는 것 역시 시민들일 수 밖에 없다.

 

*공공교통네트워크는 환경운동연합,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교통관련 시민단체와 전국 철도와 지하철 노동조합의 협의체인 궤도협의회, 버스 노동조합인 민주버스본부 그리고 사회공공연구원 등 연구기관이 함께 힘을 모아, 공공교통 부문의 공공성을 위해 활동하는 단체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