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서점 추천 이주의 책]나는 무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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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서점 추천 이주의 책]나는 무늬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3.03.02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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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늬

김해원 지음, 낮은산, 2022-05-10

[목포시민신문] 청소년소설을 즐겨 읽는다는 독자들을 간혹 만난다.

물론 청소년도 아니고, 주변에 청소년이 있어서도 아니다. 그들이 청소년소설을 좋아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재미있어요.”

소설의 가장 큰 미덕이 아닐까. 재미의 요소는 다양하고 주관적이다. 공포소설, 역사소설, 연애소설, SF소설. 추리소설 등 각자의 취향은 재미를 느끼는 지점에서 결정된다. 이제 청소년소설도 하나의 취향이 되었다. 어른들도 그림책을 사 모으고 동화책을 섭렵하듯이 청소년소설도 더 이상 청소년 전용이 아니다.

우리나라 청소년소설은 2000년대 초반에 붐을 일으키며 급속도로 시장이 커졌다. 강박처럼 청소년의 일탈을 통해 성장을 부르짖던 청소년소설이 이제는 문학으로서의 미학적 태도를 추구하면서 매니아층을 형성하기에 이르렀다. 그러자 최근에는 이 소설이 어째서 청소년소설인가, 일반 소설과 다른 지점은 무엇인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소설들도 많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십대 청소년이 등장한다고 해서 청소년소설이 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나는 무늬는 청소년소설이 어떠해야 하는가를 잘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라 반가웠다. ‘무늬라 불리는 주인공 문희와 그의 친구들을 통해 십대의 삶을 생생하게 묵도할 수 있다. 부모님의 눈을 피해, 반대로 고아에게 쏟아지는 사회의 시선을 피해, 입시의 장벽 아래에서, 가난의 굴레 안에서 그들은 생명을 가진 존재로서 어떻게 꿈틀거리는지.

이 작품은 족발집에서 알바를 하던 청소년 노동자의 죽음이라는 비극적인 사건을 서사의 중심에 놓았다. 망자의 억울함을 벗기기 위해 악착같이 사건의 진실을 추적해내는 청소년들의 모습은 놀랍게도 결코 어둡지 않고 결코 무겁지 않으며 현실의 벽을 훌쩍 뛰어넘는 허무맹랑한 영움담으로 흐르지도 않는다. 어쩌면 이 작품의 등장인물들은 건강한 실패를 거듭하며 인생을 조금씩 감각하고 있을 것이다.

학교폭력, 가출, 복잡한 가정사, 장애 등 청소년소설이 구석구석 소외된 지점을 찾아 스포트라이트를 비추는 동안, 어떤 청소년은 노동 현장에서 억울한 죽음을 맞이하고 있었다. 노동이라든지 죽음이라든지 하는 거대담론을 마주한 평범한 청소년들이 그들 나름대로의 해결을 도모한다. 그 모습이 밝고 건강하고 믿음직스럽다. 어른들이 망쳐놓은 세상을 청소년들이 구원하는 방식을 읽는 청소년들은 이 이야기가 어째서 지금 여기의 내 이야기가 될 수 있는지 실감할 것이다.

-동네산책 책방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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