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서점 추천 이주의 책] 코끼리에게 필요한 것은?
상태바
[독립서점 추천 이주의 책] 코끼리에게 필요한 것은?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3.03.16 13: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코끼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유가 있어요

나딘 로베르 글, 발레리오 비달리 그림

번역: 지연리

출판사: 달리(2019)

L'elephant de L'ombre(2019)(어둠, 그림자의 코끼리)

[목포시민신문] 누군가를 위로하는 일, 누군가에게 힘을 주고 응원하는 일, 쉽지 않지요. 원숭이와 타조, 악어는 코끼리를 위로하고 싶었고, 힘내라고 응원하고 싶었고, 기쁘게 해주고 싶어 했지요. 물론 그들의 위로와 응원은 분명 선의였지요. 그러나 때로는 그런 선의의 마음이 전달되지 않을 때도 있는 것 같아요. 상대가 내 마음을 너무 모른다, 너무 멀리 있다고 느낄 때는 아무리 자신을 위로하려고 해주는 말도, 행동도 와닿지 않을 때가 있단 말이지요

내 마음을 열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을 때 상대가 해주는 위로와 응원은 오히려 마음의 부담이 되기도 하지요. 그만 슬퍼하고, 그만 힘들어하고 일어나라는 말로 들려서 더 슬퍼질 수도 있고 더 힘들어할 수도 있어요. 내 감정을 인정받지 못했다고 느껴져서겠지요. 네 감정에 상관없이 이젠 그만 힘을 내서 일어나라는 것처럼 들리기도 하고,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웃으라는 말로 들릴 수도 있으니까요. 제대로 코끼리의 마음을 모르는 채 원숭이가 들려준 재미있는 이야기나 타조의 신나는 춤, 악어의 선물에 코끼리가 전혀 위로받지 못했고, 자신의 마음을 꺼내려고도 하지 않았듯이 말입니다.

그렇다면 코끼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원제의 l'ombre가 그림자라고 했지요? 어쩌면 원숭이나 타조, 악어가 코끼리의  그림자 같은 어두운 마음을 인정하고 함께 머물며 공감해 주는 시간 이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네요. 생쥐의 어려운 사정에 공감을 나누자 생쥐가 위로를 받고 같이 울었고, 이런 과정에서 오히려 코끼리도 마음의 회복을 이룬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생쥐와 함께 평화롭게 걸어가는 코끼리의 뒷모습을 보니 더욱 그런 생각이 들어요

물론 그렇다고 코끼리처럼 누군가 어두운 그림자 속에 있을 때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은 아니지요. 원숭이나 타조, 악어처럼 그래도 누군가 곁에 있으면서 그에게 관심을 보여주고 애써주는 친구가 있다면 좋을 것 같아요. 다만, 때에 따라서는 원숭이, 타조, 악어처럼 코끼리의 마음이 어떤지 알아보거나 그런 마음에 같이 공감을 나누기 전에 섣불리 위로하거나 응원하는 게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 더구나 그가 처해 있는 그림자가 짙으면 짙을수록 그럴 수 있다는 말이지요.

파란색, blue는 희망을 상징하기도 하지만 서양에서는 우울의 뜻 을 지니고 있기도 하지요. 코끼리에게 필요한 것은?속의 코끼리는 물론 그림책의 배경 색이 전체적으로 푸른색으로 그려져 코끼리가 아주 깊은 우울감에 빠져 있음을 보여주는 것 같아요. 반면에 원숭이, 타조, 악어가 위치한 배경은 다른 색으로 칠이 되어 양쪽의 무드가 다름을 나타내다가 마지막에는 밤이 되어 온통 파란색 배경으로 바뀌는데, 뒷부분의 파란색 배경은 생쥐와 함께 길을 떠나는 모습이 담겨 있어서인지 파란색이 우울함보다는 희망으로 해석이 되네요. 같은 파랑이지만 앞에서는 우울, 뒤에서는 희망으로 해석이 되니 흥미롭네요

코끼리에게 필요한 것은?은 어린이들에게는 어떤 슬픈 일, 어려운 일이 있었을지, 그런 때 어떤 마음이었을지, 어떤 말이 위로가 되었는지, 그리고 친구가 걱정스러운 표정일 때, 슬픈 표정일 때 어떻게 하면 좋을지 등에 대해 같이 이야기 나누며 보면 좋을 책입니다.

기린의 숲 책방지기 김해경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