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읽기-정은채 대표] 2023년, 새로운 봄에는
상태바
[목포읽기-정은채 대표] 2023년, 새로운 봄에는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3.03.16 13: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남도마을로협동조합 공공디자인연구소 대표 정은채

[목포시민신문] 2023228, 끝은 시작이라 합니다. 대학 교직 생활을 마치면서 길었던 터널에서 갓 나온 어느 교수의 마음을 들여다봅니다. 지나간 나를 버리고, 다가오는 새날들에 새마음을 들이려니 이러한 생각들로 채워집니다.

교만을 버리고 겸손을, 불만을 버리고 자족을, 부정을 버리고 긍정을, 불신을 버리고 믿음을, 분노를 버리고 인내를, 배척을 버리고 합심을, 아집을 버리고 아량을, 거짓을 버리고 진실을, 멸시를 버리고 존경을, 근심을 버리고 환희를, 욕심을 버리고 공평을, 불의를 버리고 정의를, 간계를 버리고 양심을, 불손을 버리고 친절을, 쟁탈을 버리고 화합을, 다툼을 버리고 화해를, 강탈을 버리고 긍휼을, 징벌을 버리고 용서를, 오해를 버리고 이해를, 편견을 버리고 공감을, 독선을 버리고 대화를, 외면을 버리고 위로를, 비난을 버리고 칭찬을, 피핍을 버리고 치유를, 절망을 버리고 희망을, 슬픔을 버리고 기쁨을, 속박을 버리고 자유를, 이기를 버리고 이타를, 탄식을 버리고 감사를, 증오를 버리고 사랑을, 이별을 버리고 만남을, 나를 버리고 우리를...

마을 하나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아니, 단 한 채의 집을 짓기 위해서도 많은 이들의 수고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있던 집을 고치려면 훨씬 더 큰 노고가 요구됩니다. 무엇보다 마음의 결단이 우선입니다. 언뜻 보면 멀쩡해 보이고 좀 더 사용해도 괜찮을 것 같아 보이지만, 미적미적하다 천장이 무너지거나 기둥이 넘어져 변고를 당하기도 합니다. 막상 철거하겠다고 작심을 했다가도 부수고 갖다 버리는 데도 비용이 들어가니 좀 더 버텨 볼까 하는 유혹에 빠집니다.

그나마 멀쩡해 보이는 곳들은 남기려고 잔머리도 굴려보지만, 겪어본 사람은 잘알겠지만 전면 철거보다는 부분 철거가 시간도 돈도 더 듭니다. 우리네 인생살이는 어떻습니까, 철거 후 재건은 불가하고 보강, 수선, 개조가 고작입니다.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고 싶지만 이미 흘러버린 많은 세월에 아쉬움만 부여잡을 뿐입니다. 물론 싹 밀어버리고 맨땅에 다시 짓고 싶지만, 어제가 없는 오늘은 없으니 일단 고치고 다듬을 수밖에 없습니다. 서둘러서 될 수 있는 일도 아니기에 구석구석 한 땀 한 땀 해나가는 방법밖에는 없습니다. 몇 년 살던 집에서 이사만 하려 해도 버려야 할 것이 많은데, 내 삶의 재건은 일단 치우고 끊고 잊어야 할 것부터 정해야 합니다. 우선 오늘의 시점에서 대상의 관점부터 바꿔야 합니다. 100이라 여겼던 모든 기준을 0에서부터 꼼꼼히 살펴보며 서서히 시작해야 합니다.

우리의 미래는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짙은 안개 속에 휩싸여 있습니다. 정치, 경제, 사회는 물론 환경, 교육, 종교 등 모든 것들에 대해 도대체 어디부터 손을 대야 할지조차 모를 지경입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싶지만, 일단 당장 처리하고 결단해야 할 위험들이 천지사방에 도사리고 있습니다. 저출생, 고령화, 지역소멸로 인한 암울한 현실에 부딪혀 있는 우리에게

지금 당장 방안을 마련하고 해결하지 못하면 곧 재앙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특히, 베이비부머 세대의 침묵은 사회적 경제적으로 도태되어 정체적 삶으로 이어지고 미래세대에 무거운 짐만 안겨 줄 것입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베이비부머 세대를 위한 특화된 교육입니다. 특화된 교육은 자신의 정체성과 세대의 공통된 숙제를 풀기 위한 도구로 쓰일 것이며 미래세대에 부끄럽지 않은 자산으로 남기기 위함입니다. 우리의 나태함과 부족의 소치로 후손들에게 재산은커녕 빚만 짊어지게 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대안이라면 교육환경에 큰 역점을 두고 문제의식을 갖는 이들이 중간 조직으로서의 역할로 마을협동조합을 만드는 일입니다.

전남의 22개 시군의 8500개 마을의 이야기를 만들어 지역소멸에 대한 위기의식을 대비할 수 있는 자극으로 마을의 스토리를 엮어내 지역의 일자리와 소득사업으로 연계시킬 수 있을 것이고 이는 곧 협동조합을 통한 상생의 길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회복의 유일한 길은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길이 막혔다면 처음으로 돌아가라.”라는 말도 있습니다. 하지만 인생의 길은 그럴 수 있는 길이 아니니, 걷고 걸으며 새봄과 함께 다시 되돌아보며 내가 아닌 우리를 위해 가치 있는 일을 해나가야겠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