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서점 추천 이주의 책] 와작와작 꿀꺽 책 먹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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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서점 추천 이주의 책] 와작와작 꿀꺽 책 먹는 아이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3.03.23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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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작와작 꿀꺽 책 먹는 아이

올리버 제퍼스 글. 그림/

유경희 옮김/공지영 추천/

주니어 김영사/2007년 발행

[목포시민신문] 책을 먹는 아이 헨리는 책 맛을 궁금해하며 글자 하나를 먹어 본다. 책의 맛을 알게 된 헨리는 처음에는 한 줄, 그다음에는 한 장, 나중에는 책 한 권을 통째로 먹게 된다. 헨리는 모든 책을 좋아했고 엄청난 속도로 책을 먹어 치우며 점점 아는 것이 많아지고 결국 학교 선생님보다 더 똑똑해졌다. 뭐든 알고 싶고 똑똑해지는 것이 좋아서 계속 책을 읽고, 더, 더, 똑똑해졌다. 그러다 이상한 일이 생겼다. 책 괴물이 헨리를 잡아먹으려고 달려들고 뭔가 아주 많이 잘못되기 시작했다. 너무 많은 책을 짧은 시간에 먹은 탓인지 아프기 시작했다. 그동안 알게 된 모든 지식이 엉망진창으로 섞여 버린 것이다. 소화할 시간을 주지 않고 먹어 치우기만 했기 때문이다. 말하는 것도 힘들어지고 점점 멍청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부모님과 의사 선생님은 이제 책을 그만 먹으라고 했고, 헨리는 책 먹는 그것을 그만두기로 했다. 이제부터는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을 읽으니 아주 재미있고 책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가끔 먹기도 했지만. 하고 끝을 맺는 그림책은 책을 먹는 헨리의 치아 자국이 남겨진 마지막 뒤표지가 재미를 더한다.

이 그림책을 통해 진정한 독서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사람마다 책을 만나는 방식이 다양하다. 많은 독서량을 자부심으로 생각하는 사람, 또는 다독보다는 천천히 집중하여 책을 읽는 사람, 책을 그저 장식물로 집안을 채우는 사람. “그 책 읽어봤어? 난 한 달에 한 권 이상의 책은 읽어. 너는 한 달에 몇 권 읽니? OO 책에서 나온 말인데….” 하며 책을 많이 읽으면 지식인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한 때, TV에서도 책 읽기 독려 프로그램이 유행이었고, 권장 도서, 필독서, 추천 도서 등 읽어야 하는 책들이 많다. 지식을 얻기 위해 단기간에 다독해야 하는 우리나라 입시교육과 맞물린 독서 교육 역시 많은 문제점이 있는 것이 현실이다.

태어날 때부터 부모는 아이에게 많은 책을 먹여주고 있다. 소화할 시간을 충분히 주지 않고 많은 양의 책을 도서관에서 대출하거나 구매하여 보여주고 있다. 아이마다 소화하는 시간이 다르고 한 권의 책을 수도 없이 보고 또 보는 아이도 있다. 그러나 엄마들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많은 책을 읽으면 정보량이 많아지고 똑똑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똑똑해지는 자녀를 보며 더 많은 독서를 권하고 또 권한다.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휴식과 수면이 필요하다. 낮에 들어온 정보를 장기기억 속으로 담길 시간이 수면의 시간이다. 충분한 소화의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헨리가 처음에는 조금씩 먹던 책을 꾸역꾸역 과식하는 것을 보면서도 부모는 똑똑해지는 헨리를 기특해하며 절제를 미루다 결국은 탈이 나고서 알게 된 것이다. 헨리가 아프다는 것을 알고 부모와 의사 선생님이 책을 읽지 않도록 한 것은 아주 현명한 처방이다. 이제는 책을 먹지 않고 읽게 되면서 책의 재미를 느낀 헨리는 시간은 오래 걸리겠지만 점점 똑똑해지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제 진정한 책 읽기를 하게 된다.

나에게도 읽어야 할 책, 읽고 싶은 책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책을 소화할 만큼만 아끼면서 꼭꼭 씹어서 먹자. 그리고 읽자.

화온꽃그림책방지기 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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