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시민신문은 전라남도사회서비스원과 공동으로 아름다운 전남 봉사의 삶이란 주제로 도내 사회복지시설 봉사자와 수급자의 체험수기를 받아 연재한다. 체험수기는 전라남도사회서비스원이 지난해 봉사자와 수급자를 대상으로 공모전을 실시해 입상작을 중심으로 올 한해동안 본보에 게재된다.<편집자 주>
아름다운 전남 봉사의 삶 체험수기-⑨
[목포시민신문] 택시 운전을 한 지 어느새 10년이 되어간다. 멀리서 공부하는 대학생 딸에게 용돈이라도 보내주려 잠깐 몇 년만 일해보자고 시작했던 게, 먹고 사는 일이 바빠 그만두지 못하고 계속하게 됐다.
장날에 무거운 보따리를 인 할머님들을 택시에 태우면 “자기는 맘대로 운전하고 다니니까 좋겠소”라며 부럽다 하시기도 하고, 대단하다고 말씀해주시기도 하는데 모든 직업이 그렇듯 마냥 좋지만은 않다. 어느새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어 하루 종일 택시 안에서 운전하는 게 힘에 부치고, 사납금을 맞추기도 점점 벅차고, 종종 여자 기사라는 이유로 무시하는 사람 때문에 눈물 흘릴 만큼 마음이 힘들 때도 있다.
그냥 돈벌이니까, 라고 무의미하게 느껴지던 택시 운전을 감사히 여기는 계기가 생겼다. 어느 날 회사에서 ‘바우처 택시’라는 제도가 새로 생겼는데 신청자를 받는다고 했다. 등록 장애인들이 콜택시를 이용하면 시내버스 요금만 내고 나머지 비용은 시에서 지원해준다는 거였다. 내가 사는 순천시 같은 경우 시내에서 멀리 떨어진 면 지역이 많은데, 버스 타기 불편한 분들이 비싼 택시비를 부담스러워하는 상황을 많이 접했기에 좋은 제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참여하게 된 바우처 택시가 삶에 대한 내 태도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처음엔 당황스러운 적도 많았다. 다리가 불편한 손님이 집에서 나오다 넘어지셔서 황급히 차에서 내려 힘겹게 부축하기도 했고, 손님과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아 행선지를 찾아가는 데 진땀을 빼기도 했다.
우연찮게 자주 콜을 받게 되어 친분이 생긴 어느 한 부부가 있다. 부부 모두 지적장애를 가지고 있는데 병원도 함께, 복지관도 함께, 항상 붙어 다니면서 여느 평범한 부부보다도 좋은 금실을 자랑한다. 한번은 그들이 나에게 가족들과 나눠 먹으라며 감을 조금 주었다. 시간이 얼마간 흐른 뒤 다시 만나게 되었고, 감을 잘 먹었냐는 질문에 장난기가 발동했다.
“그 감 저 혼자 다 먹었어요.”
“왜요? 남편도 안 주고, 자식도 안 주고요?”
“네. 혼자서 다 먹고 싶어서요.”
“우린 그렇게 안 사는데… 뭐든지 나눠 먹어야지요.”
순간 머리가 띵했다. 돌이켜보니 저들은 분명 자신들도 풍족하진 않을 텐데 항상 뭔가를 나눠주려고 했었다. 여름엔 덥다며 음료수 한 캔을 건네기도 하고, 자기들만 먹기 미안하다며 과자 한 봉지를 주기도 하고, 추석엔 명절 잘 보내라는 덕담까지 나눠주었다. 과연 비장애인인 나는 다른 사람에게 무엇을 얼마나 베풀고 살았나, 반성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그들처럼 아주 조그만 것이라도 나눌 줄 알고 서로를 아끼면서 사는 삶이 진정으로 행복한 삶이 아닐까 싶었다.
뿐만 아니라 뇌병변 장애로 거동이 불편한 60대 여자 손님도 내 택시를 탈 때마다 친언니처럼 살뜰히 챙겨주신다. 자신은 평생 일만 죽어라 하면서 살다가 이렇게 아프게 되어버렸다며, 돈 버는 것도 좋지만 꼭 건강 챙기고 쉬엄쉬엄 일해야 한다고 진심 어린 조언을 해주신다.
어떻게 보면 나는 그냥 직업이니까 손님들을 태우는 것이 당연한 일인데 항상 고맙다 말씀해주시는 손님들 덕에 감사함을 많이 느끼는 요즘이다. 택시를 운전할 능력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우리 가족들이 건강함에 감사하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해준 바우처 택시 제도가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바우처 택시 운행 대수가 좀더 늘어났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교통약자를 위한 바우처 택시라는 것이 있다는 게 더욱 널리 알려져서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손발처럼 편하게 이용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전남사회서비스원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