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사회서비원 공동 봉사 체험수기⑩]환한 빛으로 다가온 그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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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사회서비원 공동 봉사 체험수기⑩]환한 빛으로 다가온 그 순간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3.04.06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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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점순(이용고객)

목포시민신문은 전라남도사회서비스원과 공동으로 아름다운 전남 봉사의 삶이란 주제로 도내 사회복지시설 봉사자와 수급자의 체험수기를 받아 연재한다. 체험수기는 전라남도사회서비스원이 지난해 봉사자와 수급자를 대상으로 공모전을 실시해 입상작을 중심으로 올 한해동안 본보에 게재된다.<편집자 주>

아름다운 전남 봉사의 삶 체험수기-

[목포시민신문] 27년 전, 직장인 학교에서 과로로 쓰러져 뇌경색이라는 무서운 병을 앓게 되었다. 그 후유증으로 좌반신 편마비가 되어서 오랫동안 많은 시간을 병원에서 보내야 했다. 가족 모두 직장에, 학교에 다녀야 했기 때문에 병원에는 항상 혼자 다녀야 했다.

순천에 있는 성가롤로병원이나 의료원은 지역 사회 병원이며 오랫동안 다녀서인지 의료진과 가족처럼 지낸 터라 어렵지 않게 다닐 수 있었다. 하지만 광주보훈병원은 워낙 방대하고, 환자들도 많았으며, 집에서 멀어서 혼자 다니기가 어려웠다. 많은 인파 속에서 지팡이를 짚고 어렵게 다녀야만 했기 때문에 작은 소지품 하나라도 가지고 다니기 힘들었으며 여기저기 병실 찾기에도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더구나 광역콜택시를 왕복으로 신청하고. 정해진 대기 시간 안에 진료를 끝내야 했기 때문에 발 동동거리며 여기저기 빠른 걸음을 옮겨야 했는데, 나에게 몹시도 힘들고 어려운 일 이었다. 진료받기 위해 여기저기 다니는 가운데 저 많은 사람 중에 아는 사람 하나도 없으니, 조그마한 도움이라도 받을 수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아팠으며, 외로움이 왈칵 밀려왔다.

순환기내과 검사가 있던 날이었다. 그날도 역시 광역콜택시를 이용해서 광주 보훈 병원엘 갔었다. 검사를 끝내고 과장님 상담을 한 후 애써 태연한 척 병실 밖을 나서는 데 저쪽 의자에 기사님께서 앉아 계시는 게 아닌가! 작은 소지품 하나라도 들고 다니 기가 어려워 차에 내리면서 맡겨둔 가방을 꼭 안고서……. 깜짝 놀라서 자세히 보니까

병원에 나를 태워다주신 기사님이셨다. 아침 일찍부터 병원에 태워다 주시면서 맘 편하게 진료받고 오세요, 주차장에서 기다릴게요.’하시며 내 마음을 달래주시더니 혼자 진료받으러 다니는 게 마음에 걸리셨는지 원내로 들어오셔서 기다리고 계셨던 거다. , 갑자기 주위가 밝아진 듯했으며, 환한 빛 되어 내게 다가왔다. 아침 일찍 출근 하셔서 광주까지 운전하시고 힘드셨을 텐데, 나의 처지를 더, 크게 생각하시어, 차에서 조금이라도 쉬지 않으시고 원내까지 들어 오시어 나를 기다린 것이다. 그 모습을 본 순간 가슴이 먹먹해져 왔으며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감사하다고 몇 번이고 말씀드리고 서둘러 집으로 오는 차에 탔다. 집으로 오는 길에 다시 감사의 마음을 전해드렸더니 할 일을 했을 뿐인데요 뭘 하시면서 겸연쩍어하셨다.

10년 가까이 광역콜택시를 이용하면서 가슴 찡! 했던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20171월 말쯤 일이었다. 벌교 다녀오다 순천 명신대학교 건너편에서 집으로 가는 차를 신청한 적이 있었다. 차를 기다리면서 지루함을 달래려고 이리저리 걷다가 조그만 돌멩이에 걸려 시멘트 판에 넘어지고 말았다. 왼쪽 팔을 쓰지 못한 까닭에 땅을 두 손으로 짚을 수 없어서, 뒤뚱거리다가 딱딱한 시멘트 땅에 얼굴을 부딪쳐 버린 것이다. 온 얼굴은 피가 범벅이 되었고, 피가 얼른 그치지 않아서 아무도 없는 곳에 있던 나는 겁이 잔뜩 나서 어쩔 줄 몰라 하다가 센터 선생님께 전화 드렸다. 내 상황을 자초지종 말씀드리고 차가 빨리 올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드렸다. 상담 선생님께서는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하시며 기사님께 연락을 주셨는지 기사님께서는 급히 오시어 얼굴의 피를 닦도록 수건을 주시고 차에 타게 하시더니 성가롤로 응급실로 급히 가셔서 응급치료받게 해주셨다. 혈액 항응고제를 복용 중이기 때문에 피가 멈추지 않아 꿰매지 못하고 있는 나를 보신 기사님께서는 무척 안타까워하셨다. 다른 이용자들을 위해서 센터로 가시면서, 염려하시고 위로해주시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특수학급 교사였던 나는 몸과 마음이 아픈 아이들을 만날 수 있었다. 학급 아이 중에

마음이 몹시 아픈 아이가 있었는데 학교에, 병원에 오가면서 엄마는 물론 기사님께도 마구 떼를 썼다고 했다. 그때 기사님께서는 당황하지 않고 묵묵히 안전 운전만을 하시며, 아이를 진정시킬 수 있도록 도와주셨다고 하셨다. 아이 엄마는 너무 죄송하고 감사해서몸 둘 바를 몰랐다고 하셨다. 그 말을 들은 나는 고개가 절로 숙어졌다. 종일 운전하기도 힘드셨을 텐데 그렇게 배려해주시다니…….

 

병원에 입원 치료하였지만 혼자서는 병실 밖에도 나갈 수 없었다. 사력을 다하여 치료에 임하고 열심히 운동한 결과 곧 일상생활에 복귀할 수 있겠다는 의사 선생님 말씀에 따라 퇴원 후, 집에 와서 한 달쯤 쉬다가 복직하였다. 하지만, 건강 상태는 여전히 혼자서는 움직이기 힘든 상태였고, 대중교통 이용이 어려웠다. 날마다 지불해야 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았지만, 출퇴근 시간에 혼잡한 길가에 서서 택시 잡는 일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그 일을 감내해야만 했다.

어느 날, 아이들을 콜택시에 태우고 다니시던 자모님의 조언으로 콜택시를 타게 되었다. 택시 잡으면서 춥고 조급했던 그 마음에 평화가 찾아왔다. 더구나 고정배차 시기에는 얼마나 편했던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아침 출근 시간에는 집 앞에서, 오후 퇴근 시간에는 학교 앞에서, 정해진 시각에 기다려주시던 기사님들 덕분에 걱정 없는 나날을 보낼 수 있었다. 그러던 중 학교를 타지역으로 옮겨야 하는 시기가 되었다. 먼 곳까지 무슨 차로, 어떻게 출퇴근할지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201631일 자로 광양으로 발령이 났다. 그런데 때마침 그때부터 광역콜이 시행된 것이다. 나는 운 좋게도 광역콜택시를 이용해 광양으로 출퇴근할 수가 있었다. 출근은 순천콜택시로, 퇴근은 광양콜택시로 하는 행복을 누릴 수 있었다.

병원에서 어느 정도 회복하여 집에 와서 쉬는 동안, 나는 사는 게 아니었다. 나 스스로 영혼 없는 사람 같다고 자책하기도 했다. 가족들은 모두 아침 일찍 일터로, 학교로 나가고, 텅 빈 집에 혼자가 된 나는 허무와 절망 속에서 기나긴 하루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 학교에서 돌아온 딸아이들은 엄마는 밖에 나가면 안 된다고 하며 바깥출입을 막았기 때문에 외롭고 답답한 마음은 여전했다.

한 달 후, 학교에 복직하여 그동안 꿈속에서도 그리워했던 아이들과 동료 선생님들을 만날 수 있어서 숨이 트이고, 즐거웠다. 하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없어 매일 택시로 출퇴근해야만 했었던 그때의 하루는 아침에는 학교로, 저녁에는 집으로 가는 일만이 반복되는 다람쥐 쳇바퀴 도는 생활이었다. 혼자서는 이동하기 어려운 자신이 한스러웠던 나날이었다.

광역콜택시를 이용하기 시작하면서 내 생활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동이 자유로와졌다. 따라서 몸과 마음까지도 자유로와진 것이다. 정년퇴직하고 내 시간이 많은 지금, 동료 작가들 모임에 나가 저녁 늦게까지 정담을 나누기도 하고, 공부도 할 수 있으며, 서예학원에 다니며 붓글씨도 쓰고 화실에 나가서 어릴 적 추억을 화폭에 담아보기도 한다. 연둣빛 나뭇잎이 움트기 시작한 이른 봄날에는 뒤 둑에 나가, 양지 바른쪽에 제일 먼저 나와 까르르 웃어대는 봄까치꽃과 눈맞춤도 하고 함께 재잘거리며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그리고 가을에는 온통 노란 은행잎으로 물든 문화의 거리에서 열리는 시화전이며, 그림 전시회를 구경하는 귀하고, 행복한 나날을 보낼 수 있게 되었다.

장애인의 이동권을 보장한다는 광역콜택시를 만난 후, 허무와 절망 속에서 슬퍼하며 지내던 내 삶은, 기쁨과 희망으로 바뀌어 갔다. 광역콜택시로 인해 내 삶의 질은 이처럼 향상될 수 있었다. 나뿐만이 아닌, 광역콜택시를 이용하시는 다른 장애인들 역시 그러하리라. 광역콜택시를 이용하면서 항상 느끼는 것은, 콜택시 기사님들은 단지 우리가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데 도와주시는 역할에 그치지 않고, 따스한 보호자 역할을 다하시는 분들이시라고 생각한다. 오늘도 기사님들은 긴 시간 운전에 피곤한 줄 모르고 들고 있는 내 장바구니가 무겁겠다고 염려하시며 엘리베이터까지 들어다 주시는 친절을 아끼지 않으셨다.

전남광역이동지원센터 광역콜 제도가 시행될 수 있도록 노고를 아끼지 않으신 분들게 깊은 감사를 드리고, 전남광역이동지원센터에서 애쓰시는 관계자 여러분 모두와, 기사님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린다.

<자료제공=전남사회서비스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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