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읽기-조준 교수]'아부’와 아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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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읽기-조준 교수]'아부’와 아첨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3.04.06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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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준 동신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목포시민신문] 우리는 인사이동이 있을 때마다, 혹은 어떤 결과 발표가 있을 때마다 실망스러운 결과에 대해서 종종 이런 말을 하곤 한다. “내가 아부에 약해서...” 한마디로 자신은 실력도 있고, 노력도 했으나, 단순히 계산적이고 약은 처세술에 약해서 손해를 보고 있다는 말을 우회적으로 하는 말이다. 하지만, 이건 절대 더 이상 미덕이 아니다. 오히려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 아직도 아부를 약삭빠른 계산에 의한 처세술 이라고만 생각한다면, 이렇게 물어보고 싶다. “아부해서 손해 본적 있으셨습니까?”

역사 이래 아부해서 손해를 본 사람은 없다. 오히려 솔직해서 죽음을 당한 사람들은 많았다. 세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리어왕에 등장하는 막내딸 코델리아가 대표적이다. 나이 든 리어왕이 영토를 딸들에게 나눠주기 전에 진실로 딸들이 얼마나 자신을 사랑하는지 알고 싶어 했을 때, 입에 발린 소리로 환심을 샀던 첫째, 둘째 딸과 달리, 막내인 코델리아는 입바른 소리를 해 아버지인 리어왕의 분노를 사게 된다. 리어왕처럼 누구나 진실을 원한다고 하지만, 막상 진실에 닥치면 부인하고 외면하는 쪽이 많다. 한마디로 인간은 진실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진실만 보려고 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누구든지 자신이 믿고 싶은 것만 믿으려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아부에 목말라하고 아부를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건 너무나 간단하다. 인간은 허영심으로 가득 찬 존재이기 때문이다.

체스터 필드는 인간은 허영심과 자존심을 먹고 산다고 할 수 있다. 주위를 돌아보라, 칭찬 받으려고 애쓰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미 여기서 칭찬과 아부는 구분이 힘들어진다. 흔히 자긍심이 강하고 화려한 업적을 높이 쌓은 사람들은 자신을 칭찬하는 소리를 아부라고 여기지 않는다. 오히려 그러한 평가를 해주는 타인의 안목이 뛰어나다고 받아들인다. 플루타르크의 말처럼 아부에 무척 약한 인간이라고 알려진 인물일수록, 사실은 지나칠 정도로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 그들은 자신을 매우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온갖 뛰어난 자질을 소유하도록 갈망하고, 또 실제로 갖고 있다고 여기는 사람들이다”. 결국, 아부를 받는 이는 당연히 아부를 받아야 할 만한 대상이 되는 사람이고, 만일 여러분이 아부를 받는다면 그 또한 그 정도의 가치가 있는 사람이라는 말이다. 그러니 아부를 할 때도, 받을 때도 이제까지와는 달리 마음을 편하게 가지면 된다.

버나드 쇼는 당신이 누군가에게 아부한다는 것은, 곧 당신이 그를 아부할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아부를 하는데, 돈이 든다거나, 또는 아부를 했다고 고소를 당하거나 이런 일은 절대 없다. 아부란 한마디로 상대를 존중할 만한 가치 있는 인물로 만들어 주는 구체적인 행동이다. 존 스튜어트 밀은 네가 대접받고 싶은 대로 대접하라라고 말했다. 이 말은 인간관계의 황금률로 통한다. 미국의 탁월한 사회학자 어빙 고프만은 만일 필요한 상황에서 아부하지 않으면, 우리의 일상적 삶은 엄청난 혼란에 빠지게 될 것 이라고 지적했다. 적절한 아부야 말로 인간관계를 원활하게 해주는 윤활유인 것이다.

여기서 몇 가지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첫째, 아부는 말을 잘하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많은 사람들이 아부를 잘하는 사람을 달변가라고 지레짐작하지만, 상대방에게 상당한 관심을 기울이는 뛰어난 경청자야말로 아부를 잘하는 사람이다. 화자를 우쭐하게 만드는 적극적인 경청과 상대의 말을 가로채지 않는 것처럼 뛰어난 아부는 없다. 둘째, 아부는 아랫사람만 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만일 아부가 윗사람에게만 적용이 되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 부담스럽거나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신다면 그 생각마저도 버리시라. 요즘처럼 조직관리가 리더의 필수 조건인 상황에서 아부란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도 충분히 전략적으로 해야 할 필요가 있는 기술이다. 아랫사람에게 하는 전략적 칭찬 즉 아부야 말로 현대의 CEO가 절대적으로 가져야 할 덕목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윗사람이 스스로 자세를 낮추면 아랫사람에게 존경과 신망을 얻기 마련이다. 마지막으로 명심하여야 할 점은 아부아첨은 구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부는 아부를 받을 만한 사람에게 아부 받을 만한 사실에 대해 하는 것이다. 아부를 받을 만한 자격이 없는 사람에게 하는 아부는 아첨이다. 그리고 아첨을 하는 사람은 아랫사람이나 동료에게는 거칠게 행동하면서 윗사람에게만 공손한 태도를 취하며,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 목적으로 아첨을 하며, 자기 외에 타인들의 관계를 멀어지게 하는 행동을 한다. 이것이 아부와 아첨을 구별해야 하는 이유이다. 자 이제 우리의 선택만 남았다. 아부를 할 것인가, 말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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