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칼럼-송정미 대표] 세월호 참사 9주기 묻히지 않고 기억되어야 할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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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칼럼-송정미 대표] 세월호 참사 9주기 묻히지 않고 기억되어야 할 사람들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3.04.20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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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청소년노동인권센터 송정미

[목포시민신문] 2014년 그 해 봄, 아침 84823초 세월호 우현 횡경사가 일어났고, 849분 최초 조난자가 발생했다. 85232초 단원고 학생이 전남 119에 최초 조난신고를 했다. 855분 세월호 조타실 선원이 제주 VTS에 신고 했다. 85734초 목포해양경찰청 상황실장이 123정 출동을 지시했다. 919YTN에서 세월호 여객선 조난 보도를 시작했다.

932분 목포해양경찰청에서 보낸 123정이 사고 현장에 도착했다. 939분 세월호 기관부 선원이 탈출을 시작했고 945분 세월호 조타실 선원이 탈출했다. 950분 세월호 3,4층 좌현 침수가 시작되었고 1030분 세월호는 선수부만 남기고 완전 침몰했다.

9년의 시간이 지났다. 하지만 도저히 풀리지 않는 의문은 여전하다. 왜 승객을 우선 구조한 것이 아니라 세월호 선장을 비롯한 선원을 먼저 구조하면서 여전히 배 안에서는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는 방송만 되풀이 했을까? 단원고 2학년 학생들은 단체 수학여행으로 거의 3,4층 선실에 있었는데 왜 그 누구도 이 학생들을 구하기 위해 나서지 않았을까? 알았을 것 아닌가? 학생들이 집단으로 세월호를 타고 수학여행 중이었단 것을 몰랐을 리 없지 않은가? 해경도, 해군도, 그럼에도 왜 승객을 구하기 위해 나서지 않았을까? 그 날 세월호가 침몰하는 것을 목격하면서 구조에 나선 주변의 어선들을 왜 모두 물리쳤을까? 세월호 승객을 구조하기 위해 여기저기서 달려온 바지선들은 왜 아무 역할도 못하고 되돌아 갔을까?

세월호 승객 476명 중 구조된 승객은 172명에 불과했다. 희생된 304명 중 5명은 아직도 시신을 찾지 못했다. 갓난아이도 있었고 어린아이도 있었다. 꿈을 품고 제주를 향하던 젊은이도 있었고 먹고 살기 위해 밤낮으로 다니던 화물트럭 기사도 있었다. 그리고 고등학교 2학년 단체 수학여행을 떠난 단원고 학생들이 있었다. 학생들을 구하지 못한 죄책감으로 자살한 선생님, 수도 없이 물 속을 잠수하며 희생자들의 시신을 수습했던 김관홍 잠수사, 그리고 자식을 먼저 보낸 뒤 삶을 잇지 못하고 생을 마감한 부모님. 차마 그 고통을 헤아릴 수가 없다.

세월호는 단지 배가 아니라 304명의 생명과 그 가족의 삶을 앗아간 국가의 무능력을 고스란히 간직한 증거물이다. 전국으로 생방송 된 침몰의 현장을 국민들은 지켜보면서 오직 하나 간절히 바랐던 것은 해경이든, 해군이든, 고기잡이 어선이든 어서 빨리 세월호 안에 갇힌 소중한 생명들을 구출해 달라는 것이었다.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을 것이다. 생방송까지 하고 있는 상황에서 세월호가 침몰될 때까지 476명 승객을 설마 구하지 못할 이유가 어디에 있겠는가? 하지만 그 순간 세월호 침몰을 지켜보는 국민들은 대한민국이란 국가를 책임지고 운영하고 있는 운영자들의 무능력만 실컷 바라본 셈이다. 이후 세월호 참사와 관련하여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기관들, 여당은 오로지 책임회피만 급급하였고, 마침내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희생자들을 조롱하고 우롱하는 말과 행동으로 인간의 존엄을 짓밟는 행위자들이 떠들썩하게 우리 사회에 당당하게 등장했다. 그런 사람들이 무슨 마음을 가지고 그런 행위들을 저질렀는지, 지금도 저지르고 있는지는 알지 못한다. 다만 대한민국이란 국가를 운영하는 책임자들이 희생자와 그 가족, 그리고 가슴 저리게 안타까운 마음으로 애 태우며 이를 지켜본 국민들에게 최소한의 예의를 보이고 진심이 담긴 사과와 진상규명을 약속하고, 책임자를 엄벌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면 아마도 사람으로서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되는 해괴한 행위들을 하는 사람들이 저토록 당당하게 나타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두 번 다시는 국가의 무능력으로 국민을 구하지 못하는 참사가 일어나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전국 곳곳에서 희생자를 추모하고, 세월호 참사의 원인을 밝혀내고 책임자를 찾아내어 진상을 규명하자는 이 운동은 현재 진행형이다.

흩어져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흩어지지 않는 마음이 팽목으로, 안산으로, 제주도로 목포 신항으로 사람들의 발길을 움직이게 한다.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 청소년들은 국가가 추모하지 않는 416을 기억하며 안전한 사회. 인간의 존엄이 지켜지는 사회를 요구하며 아직도 컨테이너로 만들어진 팽목의 기억관을 찾는다. 9년의 시간이 지났지만 국가는 아직도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던 그 장소에 희생자를 기리며 추모할 수 있는 기억관 하나 세우지 못했다.

20221029일 서울시 최고의 번화가 이태원에서 일어난 159명의 참사는 한국 사회가 여전히 생명을 중시하고 안전을 우선하는 사회가 아니라 보여주기 행정과 관행에 맹목적으로 움직이는 사회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해 주었다. 진상규명도 책임자에 대한 처벌도 없이 또 그렇게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묻히기만을 바랐던 그들에게 우리 사회의 구성원인 국민들은 또 다시 당하고 말았다. 자식을 잃고 피눈물을 흘리는 가족들에게 부검을 요구하고, 이리 저리 병원을 헤매게 하더니 서울시는 서울광장에 설치한 희생자 합동 분향소를 철거하지 않는다고 유가족과 시민대책위에 29백만원의 변상금을 부과했다. 2014416일과 20221029일의 참사는 우연히 아니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한 생명을 지키는 것이 국가의 역할이고 책임이라는 사실을 그들은 방기하고 있다. 52백여 만 명이 살고 있는 나라에서 별의 별 일이 다 일어날 수 있지만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것은 국가의 의무라는 기본 사항마저 망각한 채 국가가 마땅히 해야 할 구출, 구조의 역할도 제대로 못하면서 억울하게 희생당한 희생자들에게 그 책임을 묻고 전가하고 있다.

잊지않고 기억하고 묻고 책임을 지도록 요구하는 것은 국민이 국가를 이루는 구성원으로 의무이기도 하다. 어제, 오늘, 내일로 연결되는 시간이 역사이듯 국민들은 역사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세월호 참사, 이태원 참사가 묻히지 않도록 기억하고 묻고 기록하며 지난한 시간이 될지라도 지속적으로 살아있는 사람으로서 행동으로 이어가는 것이 오늘을 사는 사람들이 해야 할 또 하나의 숙제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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