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읽기-박정용 교사] 윤씨(尹氏)가 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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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읽기-박정용 교사] 윤씨(尹氏)가 뭐니!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3.04.27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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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시민신문] 적절한 호칭은 인간관계에서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적절한 호칭은 상호 간 존중과 신뢰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절한 호칭이 애매한 경우를 우리는 종종 경험한다. “저 사람을 뭐라고 불러야 하나?”

성과 이름을 함께 부르는 경우는 매우 공식적이라 두 사람 사이에 친밀감이 떨어진다. 학교에서도 성과 이름을 함께 부르면 학생들은 때때로 기분나빠한다. 친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선생님을 부를 때도 친하다고 생각되는 선생님을 이름과 존칭을(성은 빼고) 함께 사용한다. 요즘 애들 참 발랄하다.

얼마 전 윤석렬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할 때 여러 가지 일들이 지금까지도 회자되며 국민들의 희비를 엇갈리게 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가장 황당한 사건은 일본의 주요 언론인 요미우리신문이 우리 대통령을 윤씨라고 호칭한 부분이다. 우리나라에서 성에 씨를 붙여 호칭하는 경우는 당사자들 사이에 대단히 애매한 사정을 보여준다. 우선 별 볼 일 없어 보이는 사람을 함부로 하대하기는 그렇고 해서 부르는 경우이다. 예컨대, 주로 막노동 판에서 이름도 없이 그냥 김씨, 박씨, 이씨 하는 식으로 난감한 상황을 적당히 얼버무리며 관계를 유지하는 것과 같다.

일국의 대통령을 초대해 놓고 일개 식민지 총독취급이나 하려드는 일본인들의 얄팍한 마음이 참으로 얄밉다. 일본에 도착하자마자 저녁 TV 뉴스에서는 일본 공식 방문객의 등급을 나타내는 도표를 띄워놓고 우리나라 대통령이 제일 아래 등급인 차관급에 해당하는 대우를 받을 것이라는 행동은 도저히 문명국이 해야 할 손님 대접이라고 인정할 수가 없었다.

저들은 아직도 대한민국을 자신들의 식민지로 알고 우리 대통령을 식민지 총독쯤으로 알고 있는 것 같아 아직도 세상 변해가는 사정을 모르는 아둔한 사람들 같아 보인다. 지금의 일본은 메이지 유신 이후, 대륙침략을 하며 대동아공영권을 외쳐대던 시절, 그리고 한국전쟁 후에 미국의 국방 우산 아래 경제적 번영을 구가하던 국가는 더 이상 아니다.

더군다나 경제 강국으로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리라던 80년대의 호황기 이후에 미국을 등에 업고 호가호위하며, 지난 시절 전쟁 범죄에 대한 일말의 양심도 없고, 반성도 없이 행동하여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의 눈살을 찌뿌리게 만들며 안하무인하던 일도 오래된 이야기일 뿐이다.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비록 국민 다수로부터 지지를 못받는다 하더라도 엄연히 선거라는 헌법적 절차에 따라 대통령이 된 사람이다. 그들이 함부로 농락하듯이 무시하면 우리 국민들은 대단히 마음이 거시기 하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김대중 전 대통령을 만난 미국의 부시(아들 부시) 대통령이 김 대통령을 이 사람(this man)’이라고 불렀다고 미국 대통령한테 무시당한 한국의 대통령을 어마무시하게 질타하던 그 언론들이 지금은 왜 이렇게 조용한지 참 궁금하다. 왜 우리 대통령을 무시하느냐고 쌍심지 켜고 달려드는 일은 일말의 기대도 하지 않지만, 그때처럼 왜 밖에 나가 무시당하고 들어오는냐고 대통령에게 핀잔이라도 주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이런 모습을 보고도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벙어리 냉가슴 앓듯이 아무런 말도 못할 일이라면 우리가 국사 시간에 한숨을 지으며 보았던 조선 시대 성리학자 사대부들의 실속 없는 명분에만 사로잡혀 힘없는 백성들만 드잡이하던 중국 사대와 무슨 차이가 있을까?

일본의 극우 집단들은 어리버리한 대통령불러다가 자기들이 원하는 것을 모두 이루었다고 쾌재를 부를지도 모르지만, 이것이 불가역한 일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다. 이 정권이 물러나고 또다시 상식적인 정부가 들어서면 정의와 인류보편적 가치를 추구하는 우리 국민의 신념이 그들의 불의함을 몰아낼 것이다.

그러함에도 힘없는 민초지만 꼭 한마디는 하고 싶다.

요미우리씨, 아무리 그래도 윤씨가 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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