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이승우 감사] 나무야! 친구야!

이승우 (사)목포환경운동연합 감사

[목포시민신문] 창문 너머 희뿌연 먼지들 틈으로 남산 타워가 보인다. 빌딩 숲 사이로 무표정하게 걸어가던 사람들이 신호등 소리가 울리자 허겁지겁 뛰듯이 신호를 건넌다.

걸어서 출퇴근하는 길에 만나는 사람들은 귀에 이어폰을 꽂고 핸드폰을 보며 걸어가느라 도통 다른 사람들에게는 관심이 없다. 눈길을 줄 곳이 없어 길바닥도 쳐다보고 건물 옆에 조그만 화단도 살펴보며 걷는다. 무표정한 얼굴들에서 도시 사람들의 외로움을 보았다.

황량한 거리에도 봄날이 왔다. 텅 빈 거리에서 생명의 기운이 느껴졌다. 작고 푸른 새싹들이 생동감 넘치는 표정으로 미소 지으며 “너희가 고생이 많다”라고 인사를 하면 “니들은 하고많은 장소 중에서 인간들이 밟고 다니는 길바닥에 태어나서 힘들지 않니”라고 주고받는다.

1년간의 서울살이 내내 한결같이 나를 위로해 주고 친구로 지내 준 식물과 나무들 덕분에 많은 위안을 얻었고 덜 외로웠지, 싶다.

그때가 퇴직을 3년여를 남겨 두고 있을 즈음이었다. “퇴직 후에 무엇을 해야 하나?”를 화두에 두고 있었다. 그러던 중 나무하고 친구하고 사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문득 떠올랐다. 빙고!! 오랫동안 맞추지 못한 마지막 퍼즐을 맞춘 기쁨과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

나무들의 친구가 되기로 했으니 당연히 나무들에 대해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여 공부를 시작하였다.

막연히 공부를 시작하기로 결심하고 “무엇을, 어떤 방법으로 공부해야 하나.”를 고민하고 있을 때 비전문가들의 부정확한 진단, 약제 오남용 등으로 수목 피해 발생이 심각해져 이를 개선하기 위해 2018년 6월에 수목보호법이 개정되어 “나무의사”라는 직업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퇴직 후 인생 2막의 천직이 될 것이라는 직감으로 망설임 없이 나무의사 자격증 취득에 도전하였다.

나무의사 자격시험에 응시하기 위해서는 전남대 나무의사 양성과정을 수료해야 했고, 이 양성과정을 수료하기 위해서는 “식물보호기사”라는 자격이 필요했다. 이 일련의 과정을 거쳐 나는 나무의사 자격시험에 도전했고 2022년 7회 시험에 1, 2차 합격해 나무의사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었다.

4년간의 지난한 노력으로 소망하던 나무의사가 되었고, 올해 6월 “녹색을 켜다, 온그린 나무병원” 개원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음에도 아직 스스로 많이 부족하다 느낀다.

나무들은 우리에게 “아낌없이 주는” 존재들이다.

나무는 태양 에너지로 물과 이산화탄소를 합성하여 생산한 포도당을 지구상의 동물들에게 제공하여 주는 생명의 근원이다.

나무는 산소를 생산하고 탄소를 흡수하기도 한다. 큰 나무 한 그루는 네 사람이 하루에 숨을 쉬는 데 필요한 양의 산소를 공급한다. 또한, 흉고직경 25cm인 소나무와 잣나무는 해마다 각각 17L, 26L의 휘발유 소비로부터 배출되는 탄소량을 상쇄하는 탄소흡수원의 역할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