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단상-박찬웅]안동소주의 사촌(?) 위스키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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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단상-박찬웅]안동소주의 사촌(?) 위스키의 탄생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3.05.04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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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웅 칼럼니스트

[목포시민신문] 음식과 요리, 술에 대해 공부하고 글을 쓰면서 단순히 먹고, 마시고, 즐기는 미식의 이야기 이면에는 잔혹한 전쟁, 재미있는 과학, 흥미로운 정치와 경제이야기가 함께 녹아있는 경우가 많다. 위스키의 역사에서도 전쟁과 과학, 문명의 교류 이야기가 빠질 수 없다. 이제 흥미진진한 위스키의 탄생이야기 세계로 들어가 보자!

술의 종류에는 크게 막걸리, 맥주, 와인과 같이 당화와 발효가 가능한 곡물과 과일등 주원료를 효모의 발효작용을 통해 만드는 발효주와 이를 증류 가공한 증류주로 나눈다. 여기서 증류주는 발효된 술에 열을 가해 끓는점이 물보다 낮은 알코올을 추출해서 만든다. 증류주에는 우리나라의 대표전통주인 안동소주, 러시아의 보드카, 그리고 위스키가 있다.

증류는 술을 만들기 위해 만들어진 기술은 아니다. 대부분 약물이나 향수와 같은 화장품, 식품과 첨가하는 향신료를 만들기 위해 기원전 2000년경에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바빌로니아문명에서 원시적인 증류 장치를 만들어서 사용했다. 이 증류기술은 주변 지역으로 천천히 전파되기 시작했는데 기원전 5세기경에 인도까지 전파되었고 기원후 1세기경에 고대 그리스로 증류기술이 전파되었지만, 순수한 알코올을 추출하는데 는 부족한 점이 많았다. 그후 8세기경에 가서야 중세 이슬람 화학자들이 증류기술을 보완하는데 성공하여, 순수한 알코올을 추출하게 되었다.

증류법으로 순수한 알코올을 최초로 추출한 사람은 아부 유수프 야쿱 이븐 이샤크 알 킨디이고 이 증류기술을 가지고 와인을 증류해서 얻은 물질에 알코올이란 이름을 붙인 사람은 자비르 이븐 하이얀이라고 한다. 이 사람도 술을 만들려고 했던 건 아니고 아랍 여인들이 속눈썹 화장할 때 사용하는 접착제를 만들다가 만든 것이 ‘al kuhul(알코올)’ 인데 아직도 중동지역에서는 눈썹 화장품에 대명사처럼 쓰인다. 이렇게 만들어진 알코올과 증류기술은 십자군 전쟁을 통해 서(西)로 전파되면서 유럽으로 퍼져나가 위스키가 탄생하게 되었고, ()으로는 칭키스칸의 서방대원정을 통해 동으로 전파되면서 중국을 넘어 고려에 소주로 탄생한다.

이렇게 동서로 전파된 증류기술과 알코올덕분에 각 지역과 나라마다 특색 있는 증류주들이 만들어지게 되고 발전해 가는데 서쪽 서쪽으로 가다 이젠 바다를 건너 잉글랜드에 도착하게 되고 잉글랜드에서도 북쪽 스코틀랜드와 또 바다를 건너 아일랜드까지 가서 위스키가 탄생한다. 역사적으로 위스키의 최초탄생을 가지고 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가 아직도 경쟁하는데 문헌상기록은 아일랜드가 근소한 차이로 앞선다. 위스키의 어원은 중세 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 서쪽지역의 언어인 게일어에서 생명의 물이라는 뜻의 이시커 바허”(Uisge-Beatha)라는 단어에서 나왔고 후대로 가면서 위스퀴보(Wiskybae)”가 되는데 그 뒤에 어미가 생락되면서 오늘날의 위스키”(Wisky)가 됐다.

구전으로 내려오는 최초의 위스키는 아일랜드에 기독교를 전파한 생 패트릭(St.Patrick, 387~461)주교가 가르쳐준 술을 만든 것이 위스키의 시작이라고 하는데 증동의 증류기술의 전파시기와 여러 정황상 증류방식의 위스키보다는 맥주에 가깝지 않을까 추측된다. 그 후 12세기경이 되어야 위스키가 문헌에 “1172년 잉글랜드의 헨리 2세가 아일랜드를 침입했을 때 아일랜드 주민들이 보리를 발효한 다음 증류해서 만든 술을 즐겨 마셨다이것을 생명의 물(Usque-baugh)”라고 나온 것으로 보았을 때 최초의 증류식 위스키는 12세기 전후로 아일랜드에서 탄생되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또한 중세 유럽에서는 아이러니하게도 와인, 맥주, 위스키는 대부분 수도원에서 성직자들이 만들었는데 곡물과 과일로 술을 빚고 증류를 통해 위스키를 만들 만큼 높은 경제력과 뛰어난 기술을 가진 곳은 수도원뿐이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교회와 수도원은 세금을 내지 않는 면세지역이라 판매와 유통에서 큰 장점이 있었다.

. 재미있지 않는가? 중동에서 시작된 알코올. 증류주가 서로는 아일랜드까지 가서 위스키로 탄생하고 동으로는 고려까지 가서 안동소주로 만들어졌으니, 이역만리 세상의 끝과 끝에서 탄생한 두 사촌이야기가! 이때 내가 진짜 사촌이요라고 하는 진도 홍주(紅酒)가 나선다면 더 더욱 재미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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