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단상-김수미 부회장] 추락하는 대학의 권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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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단상-김수미 부회장] 추락하는 대학의 권위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3.05.13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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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미 전남·목포소비자연맹 부회장

[목포시민신문] 우리나라 최고 지도자의 부인의 논문을 표절 의혹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내가 논문을 썼던 과정을 떠올린다.

대학원을 다닐 때 결혼을 하게 되었고, 임신과 출산을 위해서 2학기를 쉬어야 했다. 출산 후에도 일과 육아를 병행해야 했기에 다른 이들보다 늦게 6학기를 꼬박 채우고서야 박사과정수업을 마칠 수 있었다. 대학원 수업을 마치고 나서는 전공 시험과 영어시험까지 통과 후 박사 수료가 되었다.

박사가 되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 논문이었다. 1년 동안 논문을 위한 기초자료와 계획서를 준비하는 동안 2년간 진행된 인공수정과 시험관을 통해 기다리던 둘째의 임신이 되어 버렸다. 어렵게 가진 아이 때문에 눈물을 머금고 논문을 포기하고 안전한 출산에 전념하였다.

둘째를 출산하고 2년이 지난 후 나는 다시 논문을 시작하게 되었고, 일과 육아를 하면서 논문을 쓰기 시작하였다. SPSS가 아닌 STATA라는 새로운 통계프로그램도 배우면서 밤을 새우기를 꼬박 1년 그러나 완성했던 논문은 당연히 완벽하지 못했다. 3번의 심사를 받을 때마다 신랄한 비판을 받으면 통계를 다시 돌려야 했고, 도출된 자료가 바뀌면 여지없이 이론적 배경과 결과들을 다시 작성해야 했다.

마지막 심사 때도 어김없이 난도질 당하는 논문에 내 자식이 욕을 먹는 듯한 느낌에 심사를 받고 눈물범벅이 되기도 했다. 그 당시에는 꼼꼼하게 비판해주시는 교수님들이 서운하기도 했다. 그러나 세심하게 짚어주시고 다잡아주신 심사위원 교수님들 덕분에 나는 나의 자료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세 번의 논문을 뒤집은 결과 나는 세 개의 논문을 쓴 것처럼 성장해 있었다. 아마 심사하신 교수님들도 이런 것을 원했을 것이다. 박사학위 후에 나는 학회에 새로운 논문 두편을 게재하기도 했다.

지금 보면 또 부족하고 부족한 논문일 것이다. 그때 가장 힘이 된 건 같이 논문을 쓰는 동기였다. 힘들 때 같이 했던 그 동기는 아직도 나의 은인이다. 혼자였으면 못했을 가장 힘든 시간이면서도 서로 기대어 학문을 나눈다는 것은 가장 찬란하고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서로의 논문에 대한 대화를 나누면서 서로 집중하고 서로 조언해주고 서로 가르쳐주고 서로 배우고 힘든 시간에 우리는 결코 비천하지 않았다.

논문을 쓴다는 것은 그만큼 산고의 고통을 느끼며 출산하는 것처럼 자신의 머릿속의 모든 지식들을 끄집어내서 이루어내는 하나의 출산물이다. 자신이 쓰려는 논문 주제를 정하기 위해서 대학원생들은 짧게는 몇 달 길게는 몇 년을 고민한다. 그래서 못난 출산물일지라도 그만큼 소중하다.

학문적으로 중요한 논문이 되건 되지 않건 자신이 쓴 논문에 대해서는 자신뿐만이 아니라 그 논문을 지도한 교수 그리고 심사한 교수 그리고 그 대학의 박사라고 인정해주는 대학까지도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부족하지만 서로가 서로에게는 부끄럽지는 않아야 한다.

문화평론가인 황현산의 밤이 선생이다(2013)에 글은 작금의 현실이다.‘남의 논문을 표절하여 박사 학위를 받았다고 의심되는 한 정당의 국회의원 후보 공천자로 내내 남아 전문가들의 판단이나 학계 내외의 질타도 아랑곳없이 그 후보가 여론 조사에서 선두를 달리는 것에 대해 개탄할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사실을 말한다면, 표절이 명백하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에도 불구하고 학위를 준 대학이 학위를 취소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대학이 아닐 것이며, 그 사람이 계속 교수로 남아 있는 대학도 대학이라 말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 사람이 국회의원이 되는 나라를 상상하는 일은 더욱 고통스럽다. 우리의 삶이 아무리 비천해도 그 고통까지 마비시키지는 못한다.’

전문가들이 표절이라고 하고, 표절당한 교수가 표절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논문에 대해, 표절자는 아랑곳 없고, 학위를 준 대학들의 침묵하는 현 상황은 교육 분야의 편법의 편린이 존재하는 순간을 극명하게 보여준 것이다.

표절에 면죄부를 준 대학과, 부끄러운 교수들, 그리고 교육부를 보면서 우리는 아이들에게 표절이라는 지적 절도행위에 대해 어떻게 가르쳐야 할 것인지 갈 길을 잃었다.

표절한 논문을 학위를 주었는데도 아무 죗값도 치루지 않고 바로잡으려고 하지도 않는가장 옳고 그름을 가려야 대학의 추락하는 권위를 보면서 현재 우리의 삶은 무척이나 고통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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