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서점 추천 이주의 책] 우리, 이토록 작은 존재들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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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서점 추천 이주의 책] 우리, 이토록 작은 존재들을 위하여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3.05.18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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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이토록 작은 존재들을 위하여

사샤 세이건 지음. 홍한별 옮김. 문학동네. 2022. 08 발행

[목포시민신문] - 우리 각자가, 살아서, 이 세상에서 함께 살아가게 되기까지, 우리가 바로 지금 이 순간에 도달하기까지 있었던 그 모든 일에 대해 나는 경이를 느낀다.- 사샤 세이건

이 책은 코스모스의 저자 칼 세이건의 딸인 사샤 세이건의 에세이로 우주의 작은 존재인 인간의 작은 일상들을 겸손과 경이로움으로 섬세하게 표현한 책이다. 천문학자인 아버지와 TV쇼 제작자인 어머니의 딸로 자라며 극문학을 전공했다. 그녀는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현상만을 신뢰했고, 부모님의 영향으로 뿌리 깊게 자리 잡은 과학과 인문학적 소양을 바탕으로 우주의 아름다움을 소소한 생활 속에서 풀어낸 과학과 인문학이 잘 버무려진 책이다. 유대인이지만 종교적 이데올로기에 갇히지 않고 민족의 문화로 생활 속에서 당당하게 살아가는 솔직한 모습이 책의 여러 곳에서 보인다. 편하게 읽어지는 책이지만 책장을 넘길 때마다 작은 쉼이 필요한 -생각을 정리하며 되새기는 시간이 필요한- 깊은 사유의 시간을 갖게 한다.

광활하고 끝도 없는 우주의 점 하나도 안되는 이토록 작은 존재들이 살아 내는 작은 몸부림들이 그지없이 숭고함으로 다가서게 한다. 태어남에서 죽음까지의 여정에는 봄을 맞이하며, 희망으로 가득하고 여름 속에서 단련한다. 가을의 성숙은 겨울의 마무리를 준비하고 겨울에는 다시 시작되는 봄이 숨을 쉬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한다. 우주의 경이로운 계절의 변화와 함께 간이역을 지나는 여행자처럼 우리는 각자의 방식대로 의식을 치르며 걸어간다. 친구를 만나고 연인을 만나 사랑하며 슬픔과 기쁨을 보듬고 살아간다. 결혼하여 아이를 낳고, 또 다른 우주를 만나, 별과 별 사이를 다스리려 안간힘을 쓰다 쓰러지고 다시 또 새롭게 시작되는 별을 향해 기뻐한다.

아버지 칼 세이건은 사샤가 십 대 때 세상을 떠나 사샤는 책의 시작과 끝맺음까지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으로 가득 채운다. 작은 일상 속에서 아버지를 발견하고 아버지는 세상을 떠나 저 머나먼 우주에서 별들과 지내겠지만 사샤의 마음속에도 영원히 빛나는 아름다운 별로 남아있다.

오늘은 어버이날이다. 사샤가 아버지 칼 세이건을 그리워하듯, 나 또한 사무치게 어머니가 그립다. 어머니는 따뜻한 별빛으로 꽃이 핀 화온당 마당에 내려와 노닐다 가실 거라 믿는다.

삶의 리듬을 아름답게 만드는 매일의 의식들과 너무 가까이 있어 알아차리지 못했던 일상의 조각들이 만들어 내는 경이로운 우주에 관하여 삶의 기쁨으로 진동하는 사랑스러운 책이다.

우리, 이토록 작은 존재들이지만 우주라는 넓은 무대를 가진 당당하고 경이로운 존재임을 알게 하고 가슴 펴고 살아가게 하는 힘이 되는 책이다. 언젠가는 모두가 저 우주의 별의 모습으로 만나겠지만.

화온꽃그림책방&그림책정원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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