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단상-정성우 대표] 보존은 기억의 연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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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단상-정성우 대표] 보존은 기억의 연속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3.05.18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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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우 시네마MM 대표

[목포시민신문] 공간은 과거와 현재 미래를 연결시켜 주는 통로이다. 그래서 우리는 건축물을 보존하고 지켜가고자 하는 이유이다.

최근 원주시에 있는 아카데미 극장을 철거한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그리고 그곳에 주차장을 짓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계획이 기존 결정된 내용과 절차를 다 무시하고 시장이 바뀐 정당, 국민의힘의원 전원 찬성13표 그외 반대11표로 가결 되었다는 것이다. 아카데미극장을 보존하기 위해 국비가 확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의 목소리도 외면한채 철저하게 개발논리 비용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그동안의 역사와 문화 가치를 무시한채 아카데미극장을 철거한다는 원주시의회의 결정을 받아 들이기가 힘들다. 수많은 사람들이 반대하고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의회는 막무가내다. 지금의 정부와 다를게 없다. 위에서의 모습이 그러하니 지방의회까지 닮아가는 모양새다. 지방의회는 오직 지역 시민의 목소리와 지역의 미래를 보고 생각해야 하는데 멀리서 이렇게 바라보고 있으면 참 속이 탈 지경이다. 타지 사람인 나도 이러한데 현지 주민들의 마음은 어떠할까. 그래서 정치도 중요한 것이다.

목포에도 보존해야 할 공간들, 근대역사건축물들이 다른 지역보다 많은 곳 목포.

그런 공간들이 하나 둘 다른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다. 어떤 공간은 유명 카페가 들어섰고 어떤 곳은 빵집이 들어서고 또 어떤 곳은 식당이 들어서고 있다. 비어 있던 공간들이 무언가로 채워지고 활기가 생긴다는 것은 한편으로 긍정적일 수 있으나 시간은 그 공간에 대한 기억과 추억 그리고 현재와 미래를 연결시켜 주지는 못한다. 사라지는 것이다. 다 사라지고 남겨지지 않으면 그냥 잊혀지는 것이다.

원주아카데미극장보다 1년 후에 개관한 단관극장이 목포에 아직 있다. 바로 제일극장이다. 물론 제일극장 자체도 영업을 중단한지 꽤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 그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나에게 첫 영화를 가져다 준곳이기도 하다. 아마 초등학교 시절 우뢰매 였던것으로 기억한다. 늘 바쁘게 살아가던 어머니와 함께 처음으로 가봤던 영화관이기도 하다. 캄캄한 어둠 사이로 한줄기 빛이 나오던 찰라, 그 빛이 스크린을 향해 쏘아지고 거대한 화면이 눈앞에 펼쳐졌을 때의 그 첫 경험은 잊혀지지가 않는다. 가끔 필름이 끊겨 중단되고 극장을 가득 메운 사람들이 하는 그런 장면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누구든지 극장에 대한 기억과 추억 그리고 이야기가 있다. 공간은 그렇게 이야기로만 머무르지 않으며 역사가 되고 문화가 된다.

원도심을 지나칠때마다 덩그러니 오래된 건물로 남겨져 있는 제일극장을 바라볼때면 그 안이 항상 궁금하다. 낡아버릴대로 낡아버린 이 건물 안은 어떤 모습일까. 무엇이 저 공간안에 비밀처럼 숨겨져 있을까 상상해 본다.

처음 목원동에 독립영화관 공간을 만들고자 했을 때 극장 건물에 붙어져 있었던 건물매매 프랑을 보고 전화를 했던 기억이 있다. 당시 매매가격이 엄두가 나지 않아 포기 했던 것이 조금은 후회가 된다. 시간이 지나면 목포에서의 마지막 단관극장으로 남겨져 있는 제일극장도 철거가 되지 않을까. 그러기 전에 목포에서도 하루빨리 제일극장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하지 않을까.

아직 희망은 있다.

원주 아카데미 극장 철거예산안 의안 심의 의결일이 525일이라고 한다. 원주 아카데미 극장은 원주라는 특정 공간을 뛰어 넘어 많은 영화인들과 극장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있어 매우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상업공간에게 밀려 하나 둘 사라졌던 단관극장들. 그리고 사라진 기억들을 복원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조금만 더 함께 마음을 모아 원주 아카데미 극장을 보존 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리고 그 바램을 원주시 의회는 경고로 받아들여지기를. 절대 후회하는 반복의 시대가 오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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