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광장-김진주 시민기자]“서울에서 이사와 목포에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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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광장-김진주 시민기자]“서울에서 이사와 목포에 삽니다”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3.05.25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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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목포역 인근에 문 연 ‘구보 책방’
“낯선이 제3의 장소가 돼 줄 것” 기대

[목포시민신문] 2014년 도서정가제를 계기로 홍대를 중심으로 많은 독립서점이 생겼다. 도서정가제란 책의 판매 가격을 출판사나 제작사가 미리 정해놓고 할인이나 가격 조정을 제한하는 제도이다. 도서정가제의 도입을 통해 책의 가격을 일정하게 유지함으로써 대형서점과의 가격 경쟁 싸움에서 벗어나고 작은 출판사들이 다양한 작품을 출간할 수 되었다.
목포도 2017퐁당퐁당과 동네산책을 시작으로 다양한 독립서점이 들어서고 있다. 올해 3, 푸릇한 것들이 돋아나는 시기에 목포역 근처에 새로운 독립서점 구보책방이 들어왔다.
부부는 서울에서 잡지사 일을 하다가 그만두고 새롭게 이사할 곳을 찾았다. 여행 잡지사에서 일하던 남편과 함께 이곳저곳 돌아다녔던 동네들을 되새김하는데 그중 목포를 고르게 되었다. "당일치기 여행이었어요. 북항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목포역까지 걸어가는데 옥단이 길을 우연히 발견했어요. 비 오는 날 그곳을 걷는 데 좋더라고요." 짧은 추억이었지만 목포로 오는 결심을 하기에는 충분했다. "사실 목포에는 잡지 편집자가 일하기에는 좋은 곳은 아니에요. 목포로 오면 다른 일을 찾아봐야 하는 상황인 거죠. 그래도 무슨 일을 하든지 우선 서재는 있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저희가 모아둔 물건들이 꽤 많아서 물건들을 진열할 수도 있고 작업실도 되어줄 수 있는 공간을 오랫동안 갖고 싶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리하여 부부는 여관이 있던 건물에 자리 잡게 되었다. 1층에는 서재를 두고 남은 방은 북 스테이하며 생계를 유지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이곳을 둘이서만 쓰는 것이 아닌 다른 사람과 공유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독립서점을 열기로 마음먹었다. "개인의 서재처럼 저희만 보는 게 아니라 누구든 들어올 수 있는 공간이면 좋겠어요. 책을 읽거나 모여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응접실처럼 말이죠." 그래서인지 구보책방은 책방지기의 아지트처럼 보이기도 한다. 학원에서 버려진 책장과 목포에서 의료기기 60년 넘게 운영하시던 사장님이 주신 수납장, 목포 동사무소에서 버린 책꽂이에 그동안 모아왔던 물건들을 채웠다. 아기자기한 장난감과 책방지기가 읽은 책, 곳곳을 돌아다니며 받은 도록이나 소책자, 책의 부록 등이 있다. 모두 버리기엔 추억이 있고 품고 다니기엔 너무 많은 것들이다. 장난감은 아직 가격표를 달지 않았지만 판매할 예정이고 중고 책의 경우에는 구매하지 않아도 서점에서 읽을 수 있다.
중고 책 외에도 책방지기가 선택한 책들도 책장을 채우고 있다. "내가 읽고 싶은 책을 주로 가져다 둬요. 내용이나 제목, 만듦새, 디자인을 보고 마음에 드는 걸 고르는 거죠. 그래서 한 가지 분야만 있지도 대중성을 굳이 따르지도 않아요. 그 시기에 관심사에 따라 책의 분야도 달라지고요. 아직은 조금 빈 곳이 보이지만 한 권씩 채워갈 생각입니다."
5년 전에는 독립서점 하나 없던 목포에 벌써 독립서점이 5개 이상 생겼다. 독립서점이 생겼다는 것은 다양한 책을 살 수 있는 곳이 생겼다는 의미에서 그치지 않는다. 미국의 도시사회학자 레이 올든버그는 인간의 행복을 위해 '3의 장소'의 중요성을 주장하는데 제3의 장소란 제1의 장소인 집과 제2의 장소인 직장·학교 외의 사회적인 활동이 가능한 장소를 뜻한다. 과거에는 이웃집 숟가락 개수도 알고 있을 정도로 친밀했더라면 현재에는 동네 친구를 사귀는 데에 앱이 필요할 정도로 주민들과의 교류가 쉽지 않다. 이웃 간에 교류가 없어질수록 사회구성원은 고립되기가 쉽다. 그리고 그 고립은 사회적 약자가 될수록 치명적이다. 이러한 때 독립서점은 교류의 장소가 되어준다. 책방지기와 이야기를 진득이 나누어도, 옆 사람이 읽는 책에 관해 물어도, 아무것도 사지 않고 그냥 앉아있다가도 되는 곳이 바로 독립서점이다. 늘어나는 무인 판매점, 키오스크와 주위 사람에 대한 무관심 속에 '3의 장소'의 의미를 상실된 동네 가게를 대신하여 독립서점이 '3의 공간'이 되는 것에 앞장서고 있다. 그리고 구보책방또한 시민들을 위한 응접실 또는 아지트가 되어줄 준비가 되어있는 공간이니 들러보시길 바란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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