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서점 추천 이주의 책] 호텔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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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서점 추천 이주의 책] 호텔이야기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3.05.25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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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이야기

·임경선 지음 / 토스트

·2022. 11. 09 발행

[목포시민신문] 서울 남산 둘레길에 위치한 그라프(GRAF) 호텔. 임경선 작가의 단편소설집 호텔 이야기는 호텔이야기도 아니고, 호텔에서의 이야기도 아니다. 애써 말하자면 호텔이 등장하는 이야기가 적당할 것 같다.

도심에 자리잡고 있지만, 자본의 논리를 빗겨나 어딘가 비현실적인 듯하고, 낡은 듯한 그라프 호텔. 오너의 철학과 고집, 그리고 30여 년 동안 그라프 호텔에서 근무했던 사람과 이곳을 방문한 사람의 무수한 이야기가 만든 공간. 이 공간이 상식적인 사업가가 아닌 오너의 주장으로 문을 닫기 전, 그라프 호텔의 마지막 반 년 동안의 이야기 다섯 편이 호텔 이야기에 실려있다.

사회적, 생물학적으로 자신의 전성기가 지나고 있음을 느끼는 영화감독 두리(호텔에서 한 달 살기), 근무시간 중 여자를 만나기 위해 호텔에 온 남자’(프랑스 소설처럼), 자신만의 편안한 공간과 일을 호텔에서 찾은 메이드 정현(하우스키핑), 짧지만 강렬했던 사랑의 기억을 잊기 위해 노력하는 호텔 도어맨 동주(야간 근무), 자신과 다른 세계의 사람과 이해관계가 없는 교류를 나눈다고 생각한 코미디언 상수(초대받지 못한 사람) 등 다섯 편의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은 일류정상에서 빗겨나 있다. 어딘가 곧 문을 닫게 될 그라프 호텔을 닮은 그들의 삶이 잠시 머물거나, 일을하는 공간이 바로 그라프 호텔이다,

꼭 그라프 호텔이 아니어도 되었지만, 그라프 호텔이 아니었다면 모이지 않았을 삶과 이야기들. 한 시대가 저물고 한 세대가 지나며, 개인의 삶에서 펼쳐지는 이야기가 그라프 호텔이라는 공간이 가진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다. 그리고 임경선 작가는 이들의 삶을 마치 그라프 호텔처럼 선악의 판단 없이 지켜보고, 담담히 서술하고 있다.

호텔 이야기는 심장을 뛰게 하는 짜릿한 스토리 전개나, 삶을 다시 살게 하는 거대한 철학과 주장을 담은 소설책은 아니다. 오히려 그 덕분에 소설 속 그라프 호텔처럼 편안하고, 고즈넉하며, 넉넉하게 등장인물과 그들의 이야기를 품는다. 여기에 임경선 작가의 편안하고 담백한 문체와 곧 사라질 존재들의 반짝임이 책의 마지막장까지 조심스럽게 독자의 호흡을 이끈다.

 

- 구보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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