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시민신문] 43년 전, 1980년 5월 18일 광주 / 날씨 맑음, 평균기온 16.3℃, 최고기온 25.1℃
나들이하기 참 좋았을 따뜻했던 그날의 봄 주말, 오월의 국가폭력은 여전히 우리에게 큰 아픔으로 남아있다. 그 날을 기억하고 함께 이야기하고자 43년이 지난 2023년 5월 17일 수요일 저녁, 목포평화광장 CGV에 시민들이 한데 모였다. 목포 5.18 민주항쟁 43주년 기념으로 영화 <제비>의 감독인 이송희일 감독을 초청해 관객과의 대화도 함께 마련됐다.
영화는 5.18 민중항쟁이 일어났던 1980년 아닌 1983년의 어느 날로 시작된다. 바로 빨간 민둥산을 푸르게 가꾼다는 취지의 ‘녹화사업’이 그것인데, 대한민국의 남자라면 누구나 마쳐야 하는 신성한 병역 의무를 이용해 ‘인간을 개조한다’는 목적으로 실시된 사업이었다.
돌아오지 못한 젊은이들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에게는 군대란 누구나 겪어야 할 통과의례다. 그러나 끝내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이 있었다. 그 당시 사병 여섯 명의 죽음을 자살이라 발표했던 사건이 있었고 유가족들은 이러한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잘 알려지지 않았던 1980년대 전두환 정권 보안사의 녹화사업은 그렇게 무법천지로 잔인했다. 특히 그 당시 강제징집 및 프락치(밀정) 공작 관련자가 현재까지 밝혀진 인원만 2921명이라고 하니 그 피해가 얼마나 잔혹했는지 혀를 내두를 정도다.
영화는 이러한 실제 사실들을 조명하고 현재와 과거를 교차하며 스크린에 굉장히 몰입감 있게 영화적 장면들을 담아낸다. 2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지루하지 않게 관객들로 하여금 영화에 집중하게 한다. 특히 던진 실마리를 후반부로 풀어가는 긴장감이 아주 일품이다. 마지막 장면인 배우의 처절한 춤과 몸짓은 보는 관객들로 하여금 여러 가지 감정들을 극도로 끌어올리기도 한다.
‘제비’가 꼭 다시 왔으면 좋겠습니다.
제비를 보며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가 오버랩 된 건 나뿐이었을까? ‘산 자’로서 이날 모인 많은 관객들은 영화를 통해 함께 만감이 교차했던 순간들을 나누었다.
"너무 많은 피를 흘리지 않았습니까. 어떻게 그 피를 그냥 덮으란 말입니까. 먼저 가신 혼들이 눈을 뜨고 우릴 지켜보고 있습니다" -한강, 소년이 온다-
그 흘린 피를 기억하기에 모인 관객들의 소감과 질문, 그리고 대답들은 결국 가슴속에 각자의 ‘제비’를 간직하며 여운을 가지는 걸로 마무리 된 듯 보였다. “제비가 다시 왔으면 좋겠습니다. 잃어버린 가치를 다시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한 관객의 소감이다.
독립영화임에도 한층 풍성했던 영화 ‘제비’
“제작비가 좀 더 넉넉했다면 이 영화 <제비>가 들려줄 이야기가 한층 풍성했을 겁니다” 관객과의 대화 중 나온 한 관객의 소감이었지만 결코 성기지 않고 영화적 재미가 풍부한 작품이라 감히 말하고 싶다.
한편 ‘영화 제비 공동체 상영회’는 목포5.18민중항쟁43주년기념행사위원회가 주최하고 목포국도1호선독립영화제, 씨네로드, 협동조합시네마Mm이 함께 협력해 치러졌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