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사회서비원 공동 봉사 체험수기⑯]‘코로나 격리로 놓친 골든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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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사회서비원 공동 봉사 체험수기⑯]‘코로나 격리로 놓친 골든타임’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3.05.25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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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사회서비스원 박분임(돌봄지원사)

목포시민신문은 전라남도사회서비스원과 공동으로 아름다운 전남 봉사의 삶이란 주제로 도내 사회복지시설 봉사자와 수급자의 체험수기를 받아 연재한다. 체험수기는 전라남도사회서비스원이 지난해 봉사자와 수급자를 대상으로 공모전을 실시해 입상작을 중심으로 올 한해동안 본보에 게재된다.<편집자 주>

아름다운 전남 봉사의 삶 체험수기-

 

[목포시민신문] 서비스 지원을 위해 1시간가량 운전을 하여 도착한 이곳은 50가구 정도에 병풍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풍경을 가진 마을이었습니다. 마을 어귀에 도착하여 정자 앞에 차를 세워놓고 23일을 묵으며 먹을 밥과 반찬을 챙겨든 가방을 어깨에 메고서 음성으로 14일간 격리되신 분을 돌봐드리기 위하여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어르신은 사고로 한쪽 다리를 절단하고 대장수술로 장요루증을 앓고 계시며 간도 좋지 않으시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파견되기 전날 잠을 한숨도 잘 수가 없없습니다. 외지에선 잠도 잘 자지 못할뿐더러 심각해 보인 환자분 상태와 코로나 음성이지만 혹시나 14일동안 격리되다가 양성으로 바뀔수도 있어서 더욱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교육은 잘 받았지만, 기간 동안 방역복과 방역 마스크를 잘 쓰고 있다고 해도 코로나에 걸릴 수도 있으니 더욱 불안해졌습니다.

환자분 집에 찾아 들어갔더니 서비스원 선생님께서 물품을 놓아주고 계셨습니다. 5년은 비워둔 집인지 화장실은 바닥이 새까맣게 때가 끼어 있었고, 마당엔 온통 그릇들이 널부러져 있었습니다. 방호복을 입고 어르신께 인사 후 거주할 방에 들어가 가방을 풀어 놓고, 반찬과 냉동해온 밥들을 냉장고와 냉동실에 넣어두고 3일동안 거주할 방을 청소하였습니다. 사회서비스원 선생님께선 떨어진 방충망을 테이프로 붙이고 닫히지 않는 방문을 고치고 계셨습니다.

일단 거주할 방청소를 하는데 방호복 때문에 얼굴이나 몸이 땀으로 범벅이 되어서 눈을 뜰 수가 없었고 숨도 막혀서 청소하기 너무 힘들었습니다. 밖에 나가 마스크를 벗고 2분정도 숨을 고른 후 다시 마스크를 착용하는 과정을 반복해야 했습니다.

사회서비스원 선생님께서 돌아가시고 이제 52시간을 어르신을 돌보며 함께 지내야 한다는 사실 와닿았습니다

어르신 식사를 위해 버너에 본죽을 데워서 반찬과 동치미국물에 드렸더니 한그릇을 거뜬히 드셨습니다. 식사 드시는 걸 보고 정리 후 약을 챙겨 드리고 저 옆방에서 쉴게요 하니 어르신은 몸이 불편한 와중에도 왜 나는 식사를 안하냐며 걱정을 해 주셨습니다.

처음 입어본 방역복에 숨이 막히고 어지러워서 식사를 할 수 없었고 환경도 너무 열악하여 먹을수가 없었습니다.

첫날은 단백질 약 1잔으로 끼니를 때우고 30분정도 조금 누워서 쉬다가 화장실 청소를 시작하였습니다. 닦아도 닦아도 변기고 화장실 바닥이 닦이지 않았습니다. 변기는 고장이 나서 볼일을 본후 물을 수도꼭지를 데고 받아서 내려야 했고 주방청소를 하고 마당에 나와서야 방역마스크를 벗고 숨을 고르며 쉴 수 있었습니다. 어르신은 병원에 입원해 있으셨는데 담당하던 간호사가 양성이 나와서 담당하던 환자들이 6분이 계셨는데 전부 격리조치 되어 집으로 올 수밖에 없으셨다며 호탕하게 웃으며 얘기를 하셨습니다. 젊으실 때는 건설 일을 하시며 높은 빌딩도 짓고 술도 잘 드시고 재미있게 사셨다고, 그러던 중 일하다 다리를 조금 다치셨는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넘어갔는데 50대가 넘어서 다리를 절단하게 되셨다고 합니다.

사모님은 당신이 싫다고 애들 4명을 두고 하늘로 가셨다고 홀로 4명의 애들을 키우다 보니 당신몸은 챙길 겨를이 없어서 이일 저일 안가리고 하느라 몸이 이렇게 망가질 줄 모르셨다고 하시며 아내가 없으니 술만 드시고 잘때가 많았다고 합니다.

살아오신 얘기를 듣다보니 일찍 돌아가신 내 아버지 생각이 나서 가슴이 저려왔습니다. “아버지 정말 고생많으셨네요 제가 잘 돌봐드릴게요라며 위로해 드렸습니다.

어르신을 돌보고 장루주머니를 교체하고 나니 저녁 9시가 돼서야 옆방에 들어가서 쉴 수 있었습니다. 쉬기 전에도 방역에 철저하게 해야 해서 마스크도 쓴채로 장갑은 번갈아 가면서 끼고 소독약도 뿌리고 나서야 쉴 수 있었습니다. 오늘 하루를 정리하는 일지를 쓰고 내일 할 일을 생각하며 자리에 누운지 얼마나 지났을까 어르신의 신음소리에 잠에서 깼습니다. 괜찮으시냐고 여쭤보고 진통제를 챙겨드렸습니다. 고통이 줄어들어 겨우 잠에 드신 어르신을 보고 나도 다시 잠에 들려했지만, 잠이 잘 오지 않았습니다.

다음날 아침이 되어서 5시에 일어나 인사 후 대소변을 정리하고 따뜻한 수건으로 얼굴과 손을 닦아 드리고 양치하실 수 있도록 도와드렸습니다. 아침 식사를 챙겨드리니 전복죽 한그릇을 잘 드셔 안심이 되었습니다.

장루를 갈아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처음이라 무섭고 겁이 났지만 용기를 내어 보호자가 안내해주셨던 기억을 더듬어 조금씩 손을 움직여 보았습니다.

느린손으로 가방을 꺼낸 후 장루주머니를 장루에 맞추어서 가위로 자르기 시작하였습니다. 연결되 있는 장루주머니의 테이프를 뜯는 순간 변이 쏟아져 나오니 정신이 없었지만 얼른 옆에 붙어 빠르게 닦아내고 소독한 후 주머니를 고정하여 붙이고 나니 교체가 끝났습니다. 이삼십분 정도 걸렸는데 두세시간 걸린 것처럼 정신이 없고 숨이 콱콱 막히고 어지러워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저는 아무렇지 않은 척 옷을 갈아 입혀드리고 쉬게 해드리고 가는데 어르신의 표정이 많이 미안해 보여 마음이 아팠습니다.

오늘의 약과 진통제는 고통을 많이 줄여주지 못했는지 어르신께서는 하루종일 웅크리고 앉아계셨습니다. 이렇게 독한 병마와 싸우는 와중에도 밝고 환하게 대해주려고 하신고 오히려 방호복을 입고 당신을 챙겨주는 저를 위로해주시는 모습이 안쓰러우면서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지막 날이 되어 교대하는 선생님께 인수인계를 하고 어르신께 인사를 드리니 배웅은 못하시지만 밝게 웃으며 잘가라고 말씀해주셨는데 그 모습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후에 어르신 잘 계신지 따님께 안부전화를 드렸습니다. 격리에서 풀려 병원으로 복귀하시고 몸이 점점 안 좋아 지셔서 결국 돌아가셨다고 하셨습니다. 마음이 아려왔습니다. 격리기간이라서 고통 속에서도 병원에 갈 수 없어 진통제로 견뎌야 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밤이면 통증 속에서 겨우겨우 잠을 이루심에도 아침이 오면 괜찮다고 웃으시며 옛날 추억들을 이야기 하시던... 몸이 나아지면 고향에서 늘그막히 살고 싶으시다던 어르신...

면역력이 약하신 어르신들에겐 코로나로 격리되어 있던 14일은 골든 타임 시간을 넘길수도 있는 아주 위험한 시간인 듯 합니다. 병원에서 제대로 치료받아야 하는 상황을 빼앗아 가버린 코로나야 말로 하루빨리 이 세상에서 퇴치되기를 빌어봅니다. 지금은 고인이 되셔서 아픔없는 천국에서 계실거라 생각하며 이 글을 적어봅니다. 이렇게 글 재주도 없지만 코로나로 힘든 부모 형제를 잃으신 분들게 위로를 전하면서 이글을 적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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