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칼럼-송정미 대표]‘5월을 보내며 민주 영령들을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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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칼럼-송정미 대표]‘5월을 보내며 민주 영령들을 생각합니다‘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3.06.01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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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청소년노동인권센터 송정미

[목포시민신문] 다이나믹 코리아란 말이 어디에서 나왔을까? 다이나믹이란 뜻이 생동감 있고 역동성이 있다라는 의미라고 하니까 다이나믹 코리아는 생동감 있고 역동성 있는 나라라는 뜻이라고 할 수 있겠다. 생동감과 역동성의 뜻을 찾아보니 힘차게 살아 움직이는’ ‘힘차게 활발하게 움직이는라는 이라고 나와 있다. 어느 외국인의 눈에 우리나라의 모습이 이렇게 비춰졌던 모양이다.

언제인가는 모르지만 외신에서 한국을 이렇게 표현했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다. 그런데 지금도 외국인들은 한국을 다이나믹 코리아라고 생각할까?

국민 갈등을 유발해 경제, 정치, 사회, 문화 권력을 휘두르고 싶은 매체들은 국민들을 진보, 보수라는 집단묶음으로 나누어 내편, 네 편으로 편을 만들어 놓았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상호간에 적이 되어 서로 실체도 제대로 보지 않은 채 잘 알지도 모르는 사람들끼리 열나게 싸우고 있는데, 정작 떠드는 사람들은 유튜버들이고, 유튜버들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집단이 되었다. 무엇이 진보이고 무엇이 보수인지는 그 누구도 설명하지 않을뿐더러 진보 정책이 무엇인지, 보수 정책이 무엇인지 그 결과가 개인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 보수는 진보 정책이 자신을 삶을 파괴할 것이라 믿을까? 진보는 보수 정책이 자신의 삶을 파괴할 것이라 믿을까? 이에 대한 믿음이 어떻든 간에 변하지 않는 단 하나의 진실은 민주주의는 진보든 보수든 그 어떤 것도 파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단지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고 이것이 무너지면 진보든 보수든 결국은 우리 사회의 피해자가 될 것이라는 것이다.

 

이제 겨우 몇 발자국 나아간 민주주의 걸음에 재를 끼얹으며 자신들의 권력을 뽐내고자 다시 1960년대, 1970년대로 되돌아가고 싶은 욕망을 그대로 드러낸 사람들의 그림자들도 이곳저곳에서 아른거린다. 느닷없이 이승만 기념관을 지어야 한다는 보훈처도 있고,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집회시위결사 자유에 대한 국민 기본권을 제한 해야 한다는 권력자도 있다. 이제 곧 범죄 예방을 위한 통금시간이 만들어 질 수도 있겠다. 24시간 편의점도 없어지고, 일반 상점들도 불 끄고 문 닫으면 참 조용해지겠다.

 

스핀독재라는 새로운 독재시대가 등장했다고 한다. 527일자 인터넷 신문 프레시안의 박세열 칼럼에 실린 일부 내용을 그대로 옮겨본다.

 

최근 <포린폴리시>에 소개된 책 <스핀 독재자들>(Spin dictators, Sergei Guriev and Daniel Treisman)'공포 독재'와 구분되는 '스핀 독재' 개념을 제시한다. '스핀 닥터(정치홍보전문가를 일컫는 말)'에서 따온 말인 '스핀 독재'는 과거 무력을 주로 사용하는 권위주의와 달리, 정교한 홍보 전략, 메시지 등을 통해 사람들을 따르게 만들거나 산만하게 만들고 법적 수단을 동원해 반대파를 위축시키는 걸 특징으로 한다. 이 책에는 새로운 형태의 이런 권위주의의 선구자로 1959년부터 1990년까지 총리를 지낸 싱가포르의 리콴유를 꼽는다. 그는 선거를 통해 민주주의의 외피를 유지했지만, 야당 인사들을 체포하는 대신 명예훼손으로 소송을 제기하고, 이런 방식으로 '전과'를 달게 된 반대파들이 공직에나설 수 있는 길을 차단해 왔다. 이를테면 특정 집단의 집회시위를 불법으로 규정하면 그 집단은 '불법 집단'이 되고, '불법 집단'이 되면 다양한 방식의 '권리 박탈'이 이어진다. '권위주의'의 고도화다.   

지금 우리사회가 겪고 있는 웃기고도 슬픈 현실이 왜 발생하고 있는지 제대로 알 수 있지 않은가? 다이나믹 코리아가 아니다. 또다시 반복되는 되돌이표 같은 과거의 시간 속으로 들어가는 것 같은 이 느낌이 암울하고 음습하다.

한 사람의 인간이 자신이 살고 있는 나라의 역사 전체를 지켜볼 수는 없다. 하여 사람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나라의 역사를 교육을 통해서 알게 된다. 나도 그렇다. 그러하니 내가 살아있는 동안의 시간은 어쩌면 한 나라의 역사에서 살펴보면 아주 짧은 찰나일 뿐이다. 그러나 한 사람의 인생으로 보면 그 찰나가 삶의 모든 것이고 얽히고설킨 인간의 모든 것을 경험하는 긴 역사이다. 내가 아는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는 정말 몇 줄밖에 안 되는 아주 간락한 내용이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지속된 고통과 아픔의 시간이었으며 영원처럼 느껴졌을 것만 같다.

12년간의 독재자 이승만을 물러나게 만든 1960419혁명, 18년간의 독재자 박정희 유신정권에 항거한 1979년 부마 항쟁, 19805월 전두환 신군부를 향해 민중항쟁으로 저항했던 5월의 광주, 1987년 결국은 전두환을 몰아내고 대통령 직선제를 개헌으로 쟁취한 6월 민주화 투쟁……. 이 수십 년의 시간 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오로지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되며 죽어갔을까?

추운 겨울이 끝나고 3월이 오면 새싹이 돋고 초록과 봄 꽃 찬란한 향연이 펼쳐지는 4, 5, 6월이 오지만, 하지만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한 분들의 가족들에게 이 시간은 얼마나 견디기 힘든 고통스러운 시간이었을까? 이름도 얼굴도 알지 못하는 누군가의 고통과 슬픔이 절절이 쌓이고 쌓여 하나 하나 봄 꽃으로 피어나 사그라드는 이시간이 그들에게는 인내의 시간이었을 것만 같다.

고등학교 1학년 17살의 나이에 마산 앞바다에 왼쪽 눈에 최루탄 조각이 박힌 채 떠 오른 김주열 학생은 419혁명에 불을 지폈고, 박정희 권위주의 정권 18년은 전태일 열사의 분신과 학생, 노동자, 시민들이 숱하게 감옥에 잡혀 들어가고 누군가에게 잡혀가 아무도 모르게 죽임을 당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1980년 광주 5월은 윤상원 열사를 비롯하여 광주 시민의 핏빛으로 물든 무덤이 거리를 물들였다. 19876월은 전두환 군부독재 끝장을 이끌어 냈지만 박종철열사는 국가의 무도한 고문과 학살에 죽임을 당하고, 이한열 열사는 시위 현장에서 최루탄에 맞아 희생을 당하는 일이 일어났다. 어찌 이 분들 뿐이겠는가? 이름도 얼굴도 모르지만 수 많은 사람이 민주영령이 되었다. 오늘 날 우리나라는 이렇게 민주주의 국가라는 칭호를 얻게 되었다. 하지만 희생된 희생자의 가족들은 국가와 사회로부터 제대로 된 존중을 받은 적이 있는지 모르겠다. 죽음 전에도 죽음 후에도 끊임없이 국가로부터, 사회로부터 일상화된 폭력을 겪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본다. 이번 보훈처의 이승만 기념관 건립을 듣는 순간, 자본주의 초기에 가장 먼저 시민의 자유권으로 규정된 집회시위결사의 자유가 갑자기 범죄 이력으로 전락한 이 모순적 말과 행동을 보는 순간 민주영령 앞에 죄 짓는 마음으로 다시 한번 고개를 숙이게 된다.

권위주의를 내세우는 정부는 민주라는 말을 싫어한다. 민주화 운동, 민주시민교육, 민주시민사회단체, 시민의 권리, 인권, 이러한 말들이 갖는 힘이 결국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다이나믹 코리아를 만들기 때문이다. 다이나믹 코리아는 이럴 때 만들어진다.

민주주의는 퇴보가 아니라 앞으로 나아가야 국민 모두의 삶이 다이나믹하게 된다는 생각이 든다. 그걸 위해 수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고, 수천만의 시민이 촛불을 든 것은 아니었을까?

민주영령들이시여! 굽어 살피시고 영면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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