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광장-김진주 시민기자]“책이 나에게 말을 걸어 주는 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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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광장-김진주 시민기자]“책이 나에게 말을 걸어 주는 책방”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3.06.08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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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의 대표 독립서점 ‘동네산책’
어느덧 5년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

[목포시민신문] 목포시립도서관 가는 길을 올라가다 보면 주민들만 이용할 것 같은 계단이 있다. 그 계단을 올라가면 한 주택이 있다. 주택은 높다란 담장 대신에 계절마다 새로워지는 정원이 있고 건물에는 집 대신에 서점이 자리 잡았다. 2019년에 간판을 걸고 벌써 5년째로 접어든 독립서점 동네산책이다.
동네산책의 책방지기인 윤소희 씨는 책방을 열기 전 서울의 잡지사에서 오랫동안 일을 해왔다. 2017년에 목포에 방문하게 된 계기도 취재를 위해서였다. 일이 끝나고 원도심을 산책하는데 서울에서 느끼기 힘들었던 여유와 청량함을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옛날 분위기를 내려고 억지로 만들어 놓은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옛날 그대로 남아 있는 모습이 인상 깊었어요." 그리고 이날 잠깐의 동네 산책이 윤소희 씨가 목포행 기차를 다시 타게 했다.
윤 씨는 처음부터 무언가를 해야 하겠다는 뚜렷한 계획은 없었고 독립서점을 차리게 될 거란 생각도 하지 못했다고 한다. 서울에서는 그 시기 우후죽순으로 독립서점이 생기고 있었다. 윤 씨는 독립서점에서 책방지기마다 개성 있는 큐레이션과 대형서점에서는 찾기 힘든 책들을 구경하는 재미에 독립서점을 종종 방문했었다. 그런데 목포에는 아직 독립서점이 없다는 걸 알고 아쉬움이 컸다. 그래서 다른 지역을 가야 하나 고민도 했으나 어차피 내가 오래 있을 공간이니까 내가 독립서점을 만들어야겠다고 마음을 바꿨다.
아무런 연고도 없는 목포에서 서점을 만들려니 어려운 점도 많았다. 장소를 선정하는 것부터 쉽지 않았고 리모델링 공사도 1년 반이 넘어서야 끝이 났다. 오랜 공을 들였던 만큼 윤 씨는 사소한 것도 소홀히 두지 않고 서점을 만들어 나갔다. “서점의 모든 요소가 책을 읽는 데 방해가 되지 않고 잘 읽을 수 있는 환경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데 신경을 가장 많이 썼어요.” 이를 위해 잡지사에서 일하며 쌓아왔던 다양한 지식을 이용해 건물 곳곳을 꾸미고 원예에 대한 책을 쌓아두고 읽으며 정원을 꾸몄다. 손님들이 불편함 없이 책에 집중할 수 있도록 카페를 안쪽에 만들고 편안한 느낌을 주는 조명을 손수 골랐다.
동네산책에는 편안하게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 외에도 책방지기만의 특별한 공간들이 있다. 서점의 가장 큰 벽에는 문학에 관한 책장이 자리하고 있다. 그곳에는 소설 외에도 인문학책과 문학잡지 등이 있다. “베스트셀러나 유명인의 추천 책으로 발표되었다는 이유로 책을 두지는 않아요. 독립서점의 역할은 큐레이션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문학에 관련된 책이 많은 이유도 제가 문학 전공자이기 때문이에요. 독립서점에 와서 나한테 말을 걸어 주는 책을 발견하셨으면 좋겠어요.”
또한 카운터 옆에는 북키핑 공간이 있는데 무거운 책을 들고 다니지 않고 책방에 두고 읽을 수 있다. 서점에 문을 열면 가장 먼저 보이는 책상에서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지정된 책에 대한 해설을 듣고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는 독서 모임과 에세이를 첨삭하는 글쓰기 모임을 정기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 밖에도 책방지기의 경험 공유와 작가와의 만남을 가지기도 한다.

이렇듯 독립서점은 서점의 역할뿐만 아니라 지역의 문화 갈증을 풀어줄 공간이기도 하다. 일부 대도시로 집중되고 있는 문화집중 현상으로 인해 예술을 하려면 도시로 가야 하는 게 당연할 정도로 문화집중 현상이 심화되었다. 예술인들이 특정 지역으로 집중되고 문화 공간이 생기고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들이 생기며 몸집을 부풀리고 있지만 그 밖에 지역은 메말라가고 있다. 지역의 독립서점은 문화 공유의 장소를 마련해주고 문화 프로그램을 개설하며 지역문화의 한 갈래가 되어주고 있다.
동네산책은 월요일 휴무이고 12시부터 7시까지 문이 열려있다. 다양한 문화프로그램 운영하고 편안하게 책을 읽을 공간을 제공하고 있으니 방문해 보시길 바란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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