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칼럼-김윤호 목포환경련]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세상을 위해
상태바
[NGO칼럼-김윤호 목포환경련]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세상을 위해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3.06.15 09: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윤호 목포환경운동연합 회원
수라 갯벌 탐방기

[목포시민신문] 목포환경운동연합 회원이 되고 나서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과 행동에 작은 변화가 생겼다. 직장에서 종이컵 대신 머그컵을 사용하고, 외출 시 텀블러를 들고 다니며, 분리배출에 신경 쓴다. 환경운동연합에서 주최하는 프로그램에도 자연스레 관심과 흥미가 생겼다. ‘해안 쓰레기 줍기를 참여하고, ‘엮을편동호회 활동도 하고 있다.

지난 5월에 황윤 감독이 새만금 갯벌 수라에서 7년간 찍은 다큐멘터리 독립영화 <수라>를 관람할 기회가 생겼다. ‘수라갯벌은 군산에 있는 남수라 마을에서 이름을 가져왔다. ‘비단에 수를 놓은 듯 아름답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수라30년간 진행 중인 새만금 간척사업을 둘러싸며 바다를 막는 정부와 바다(갯벌)를 터전으로 살고 있는 마을 주민, 갯벌에서 살아가는 생물들의 모습, 간척을 반대하는 환경단체, 종교단체,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의 모습이 담겨있다. 물막이 공사로 갯벌이 육지가 되어가고, 갯벌에서 조개를 캐고 바다에서 물고기를 잡던 평화롭던 남수라 마을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서로 반목하고, 싸우며 분열한다. 갯벌 생명들도 죽어간다.

갯벌의 생명들은 하루 두 번 당연히 들어오던 바닷물이 안 들어오자 어땠을까? 예를 들어 저녁이면 각자의 일을 마치고 집에 들어오던 가족이 어느 날 시간이 늦었는데 안 들어온다면 어떤 마음이 들까? 영화를 보는 내내 마음이 아팠다. 강자와 싸우는 소수 약자의 모습 같아 보였다. 하지만 갯벌의 생명들은 강했다. 갯벌을 막고, 몇 년이 흐르자 안쪽에 갇힌 물은 썩기 시작했다. 그제야 정부는 방조제 한 구간을 텄고, 이후 갯벌에 바닷물이 들어오자 다시금 갯벌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영화 속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오동필 단장은 철새들의 군무를 보며 아름다움을 본 죄라고 말한다. 그 아름다움을 본죄로 오동필 단장은 갯벌을 떠나지 못하나 보다. 황윤 감독은 관객과의 대화에서 수라갯벌을 지키기 위해 응원해달라라는 당부와 함께 선물로 엽서에 도요새 스탬프를 찍어 주셨다. 세상에 독립투사처럼 음지에서 싸우시는 분들이 반드시 존재한다는 생각을 하는데 황윤 감독에게 그런 인상을 받았다.

520일에 수라갯벌 만나는 날탐방 안내 문자를 받고 바로 신청했다. 회원, 시민 30여 명이 참여했다. 코스는 해창갯벌- 새만금 방조제-점심식사-심포 망해사 걷기-수라갯벌 탐방 순서이다. 이른 아침부터 버스를 타고 출발했다. 자기소개 시간이 주어졌다. 혼자 참여해서 조금 심심했지만, 특유의 친화력으로 재미있게 나를 소개했다. 일행 중 영어 선생님은 개인 마이크까지 챙겨오며, 멋진 팝송을 불러주셨다. 목포환경운동연합 해양갯벌위원장 김경완 선생님과 환경과 생명을 지키는 교사 모임 박병삼 선생님이 들려주는 새만금 갯벌을 지키기 위한 노력, 활동 이야기를 듣다 보니 어느새 전라북도 김제시에 있는 해창갯벌에 도착했다. 갯벌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새롭게 조성된 도로 주변에 있는 공터처럼 보여 마음이 아팠다. 인근에 해창산과 해창마을이 있어서 해창갯벌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해창산은 국립공원에 속해 있음에도 환경부에서 새만금 방조제를 만드는 데 필요한 바위와 흙을 구하기 위해 암석 채취 허가를 내줬다. 지금은 해창산에 산봉우리가 하나도 없다. 지난 2003328일부터 531일까지 4개 종단을 대표한 4분의 성직자가 서울까지 65일간 새만금 갯벌을 살리기 위한 삼보일배를 처음 시작한 장소로 해창갯벌은 환경운동의 성지로 불린다. 해창갯벌 앞에는 새만금 간척사업 반대 뜻을 담은 장승이 여럿 세워져 있다. <수라>영화에도 장승을 세우는 모습이 나온다. 아이러니하게도 해창갯벌 옆 부지에서 2023년 세계 청소년 야영활동 잼버리 대회가 개최된다고 한다.

우리는 갯벌을 지키기 위해 싸우고 계신 분들을 응원하며, 하얀 천 위에 각자의 염원을 담아 글과 그림을 그리고 장승 옆에 걸었다. 나는 이렇게 적었다. ‘아프게 하면 너도 아플 것이다.’ 단체사진을 찍고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김경완 선생님이 새만금은 군산에서 김제시까지 섬들을 연결하는 방조제인데 길이가 33.9km로 세계에서 제일 길다고 한다. 세계 최장 방조제 1위 뒤에 숨겨진 이야기와 주변 섬이 육지와 연결되면서 생긴 사연도 들려주셨다. 새만금 방조제 옆을 달리다 보니 몇 년 전 군산 여행 때 들렸던 무녀도, 선유도 섬들이 보였다. 그때 새만금 방조제를 보면서 감탄사를 날렸는데, 지금은 새만금방조제를 지나면서 막힌 바다를 보니 안쓰럽다. 새만금은 지금도 사방팔방으로 다리 공사를 하고 있고 현재 진행 중이다.

심포 마을에 도착해 고창에서 나는 백합탕(새만금 갯벌에서 전국 백합 생산 90% 차지했는데 이제 자취를 감췄다)을 먹었다. 식사 후 새만금 바람길을 따라 망해사, 두곡서원이 있는 숲길을 걸었다. 바람길 이름처럼 봄바람이 시원했다. 아까시나무 꽃도 피어있고, 꿀벌통도 보였다. 20분쯤 걷다 보니 전망대가 나왔다. 진봉망해대였다. 올라서니 멀리 군산공항이 보였다. 바로 옆 마을이 남수라 마을이라고 한다. 다시 버스를 타고 군산공항 옆에 있는 남수라 마을에 도착해 수라갯벌로 향했다. 마을은 조용했다. 여기저기 빛바랜 횟집 간판과 부서진 수족관이 보였다. 갯벌이 살아 있을 때에는 왁자지껄 번성했을 마을이 지금은 주민 한 명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10분 정도 걸으니 수라갯벌이 나왔다. 진입로 옆에 컨테이너 하나가 있었고, 마을 주민 두 분이 갯벌에 들어가는 사람을 통제하고 있었다. 우리는 박병삼 선생님을 따라 천천히 걸었다. 갯벌은 말라 있어 운동화를 신고도 빠지지 않고 걸을 수 있었다. 흙바닥에 새, 고라니 등 다양한 야생동물 발자국이 찍혀 있었다.

영화에서 봤던 마지막이라는 수식어가 붙고, 새들이 날아다니는 아름다운 수라갯벌을 상상하며 이곳에 왔는데, 가까이서 본 수라 갯벌에는 마른 진흙과 염생식물, 죽은 조개껍데기들이 어마어마하게 묻혀 있었다. 일정 상 갯벌 끝까지 못 가고, 중간에 되돌아왔다. 영화 속 화려한 새 군무도, 다양한 갯벌 생명도 볼 수 없었다. 오동필 단장과도 일정이 안 맞아 만날 수 없었다. 수라갯벌 탐방은 마른 갯벌처럼 먼지만 남기고 끝났다. 황윤 감독은 2시간 가량의 영화에 아름다운 수라 갯벌을 담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했을까.

다양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세상이다. 자연환경을 지키는 것만큼은 너와 내가 이체동심(異體同心)의 마음으로 지켜나가기를 바라면서 나의 수라갯벌 탐방기를 마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