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광장-김창모 시민기자]목포역 광장 ‘못다한 5월 주먹밥’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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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광장-김창모 시민기자]목포역 광장 ‘못다한 5월 주먹밥’ 이야기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3.06.15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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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시민신문]5월을 다시 소환한다. 젊은 정치인과 누군가의 손자가 같이 주먹밥을 만들었다는 기사가 얼마 전까지만 해도 화제였던 그 5월이다.

5월이면 어김없이 목포의 광장은 바쁘다. 목포역 광장도 평화광장도 이날만큼은 과거의 기억들을 소환하며 광장에 잔뜩 의미부여를 한다. 무대에서 펼쳐지는 퍼포먼스도 속이 뻥 뚫리는 풍물도 다양한 부스도 자랑하고 싶은 게 참 많았지만 특히 음식이 가져다주는 감정과 경험은 특별하면서도 오묘하다. 머리보다는 감각으로 더 기억할 테니 말이다.

5월만큼은 더 특별한 주먹밥
혹시 카모메 식당이라는 영화를 기억할지 모르겠다. 카모메 식당이 한창 인기를 끌었던 그 때만 해도 오니기리로 회자되던 주먹밥은 사람들에게 특별하게 각인됐다. 지금도 OTT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그 영화를 보는 이들이 있다면 주먹밥에 한 번 더 눈길을 주리라 확신한다.

그런데 우리에겐 이미 주먹밥은 특별했다.

19805월 잔인했던 그날의 국가폭력에 시민들은 주먹밥으로 연대했고 공동체를 지키려는 용기를 낼 수 있었다.

사실 주먹밥은 우리 식문화에서 가장 낮은 위치에 있다 해도 무방할 만큼 단순 끼니를 때우기에 딱 적당한 음식 그 정도다. 쉽게 상할 수 있는 부재료를 제외하고 흰쌀밥에 소금이나 소금물로 간을 해 둥글게 뭉쳐내면 되는 음식이니 그다지 특별할 것도 없는 음식이었으리라.

가는 곳마다 주먹밥과 음료를 나누어주며 박수쳐주고 환호

2017년에 발행된 5.18 민주화운동 교과서를 보면 당시의 증언이 꽤 나온다. 왜 주먹밥이 오월을 상징하는 음식이 됐는지 읽어보면 잘 알 수 있다.

당시 계엄군이 외곽을 차단해 고립된 광주는 갈수록 생필품이 부족해졌습니다. 무엇보다 쌀이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누구도 사재기를 하지 않았고, 오히려 자기 집 쌀을 가져와 길가에 솥을 내걸고 시민군을 위해 밥을 지었습니다. 이때 만든 주먹밥은 시민군의 든든한 식사였고, 공동체를 지키자는 의지의 표현이었습니다. 지금도 시민들은 5월이면 길거리에서 주먹밥을 나누며 그날의 정신을 되새깁니다.”

그날을 함께 기억하는 주먹밥

오늘은 저희도 주먹밥으로 끼니를 때웁니다. 그렇지만 뱃속은 그 어느 때보다 더 든든합니다.” 평화광장에서 다른 부스를 지키며 주먹밥을 한 움큼 집어든 한 시민에게도 다시 그렇게 주먹밥은 가닿는다.

음식은 우리에게 어떤 기억을 가져다줄까? 지금을 사는 우리도 이날만큼은 주먹밥을 신나게 나누었다. 한껏 펼쳐진 광장은 다시 그렇게 기억을 소환한다. 1980그날우리가 나누었던 주먹밥이야말로 우리 자존의 역사이며 민주주의의 참 모습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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