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읽기-조준 교수]숭고한 희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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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읽기-조준 교수]숭고한 희생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3.06.15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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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준(동신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목포시민신문] 호국보훈의 달 6월을 맞이하여 희생과 그 희생이 우리 사회에 가져다주는 선한 영향력에 대하여 생각해 보게 된다. 희생(犧牲)은 사전적인 의미로 다른 사람이나 어떤 목적을 위하여 자신의 목숨, 재산, 명예, 이익 따위를 바치거나 버림 또는 그것을 빼앗김이라고 정의되고 있다. 사전적인 의미에 나타난 것처럼 희생은 상황에 따라 매우 고결한 행위가 될 수도, 혹은 매우 끔찍한 행위가 될 수도 있다.

왜냐하면 희생에는 스스로 바치는 형태뿐만 아니라 빼앗기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오늘은 스스로의 선택에 따른 숭고한희생에 대하여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나라를 구한 희생으로 잘 알려진 둑을 막은 소년이야기를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해수면보다 지면이 낮은 곳이 많아 둑이 많은 네덜란드. 그런 네덜란드의 한 소년이 추운 겨울 어느 날 둑이 조금씩 새는 것을 발견하고 자신의 두 주먹으로 밤새 빈틈을 막아 얼어붙은 몸으로 나라를 지켜냈다는... 한참 시간이 지난 후에야 이 이야기가 미국인이 지어낸 동화라는 것을 알았지만 그 이야기가 주는 여운은 아직도 마음속에 남아 있다.

이번에는 실제 이야기. 대영제국의 위세가 하늘을 찌르던 1852, 영국 해군의 1,400톤급 수송선이었던 버큰헤드호(Birkenhead)는 군인과 민간인 634명을 태우고 아프리카 남단을 항해 중이었다. 케이프타운에서 65km 떨어진 바다를 지나던 버큰헤드호는 226일 새벽 2, 그만 암초와 충돌하고 말았다. 암초에 부딪힌 배는 한쪽으로 기울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차가운 바닷물이 들이닥치는 절체절명의 위기가 닥쳤다. 완전히 허리가 끊긴 배에는 고작 3척의 구명정이 있었는데, 1척당 60, 전부 합해 180명밖에 탈 수 없었다. 배 위에 탄 병사와 가족들의 공포는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려운 지경이었다.

그때, 그 배에 타고 있던 영국군 74 보병연대 지휘관인 알렉산더 세튼 중령은 병사들을 갑판에 집결시켜 놓고 큰 소리로 외쳤다. "제군들은 들어라. 지금까지 가족들은 우리를 위해 희생해 왔다. 이제 우리가 그들을 위해 희생할 때가 되었다. 어린이와 여성부터 보트에 태워라!" 병사들은 횃불을 밝히고, 아이들과 부녀자들을 3척의 구명정으로 옮겨 태웠다. 마지막 구명보트에 사람을 태운 뒤 버큰헤드호는 점점 더 바닷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하지만, 버큰헤드호의 세튼 지휘관과 병사들은 차가운 물이 목까지 차오르는 순간에도 흐트러지지 않은 모습으로 명예롭게 죽음을 맞이했다. 잠시 후 그들은 순식간에 물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판자에 매달려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한 병사는 당시의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중령님의 지시에 불평 한마디 없었습니다. 그 명령이 곧 죽음이라는 걸 알면서도.." 바로 이때부터 '여성과 어린이부터'라는 전통이 생겼다고 한다.

세월호 참사라는 비극적 사건 속에서 우리에게 큰 울림을 주었던 고() 박지영씨의 숭고한 희생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전 미국 대통령 오바마는 세월호 사건 후 용산기지 연설에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 하였다고 한다. ”We are inspired by the tales of heroism and selflessness. The young woman who tried to make sure everyone else had a life jacket, even if it meant her own death. It meat, whose last words were "Im own my way to save the kids (우리는 세월호 사건에서 영웅적 행위와 이타적 행위에 관한 이야기에 영감을 받았습니다. 다른 모든 사람들이 구명조끼를 착용하도록 했던 젊은 여성이 있습니다. 그런 행동이 결국 자신의 죽음을 의미하더라도요. “아이들 구하러가요가 마지막 말이었던 남자도 있었습니다).”

인간은 이기적인 존재로 태어나 이기적인 삶을 살아가지만 그래도 우리 사회가 유지되는 것은 이러한 숭고한 희생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나라 역시 나라를 위해 몸과 마음을 바친 분들의 고귀한 희생 위에 존재하고 있다. 언제나 남보다 내가 우선이었던 삶을 잠시나마 반성해본다. “사랑의 첫 번째 계명은 먼저 희생할 수 있어야 한다. 자기희생은 사랑의 고귀한 표현이기 때문이다”( 발타자르 그라시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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