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사회서비원 공동 봉사 체험수기-19]다도애(愛), 섬에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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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사회서비원 공동 봉사 체험수기-19]다도애(愛), 섬에 가다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3.06.1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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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서부종합재가센터 / 김경현(돌봄지원사)

목포시민신문은 전라남도사회서비스원과 공동으로 아름다운 전남 봉사의 삶이란 주제로 도내 사회복지시설 봉사자와 수급자의 체험수기를 받아 연재한다. 체험수기는 전라남도사회서비스원이 지난해 봉사자와 수급자를 대상으로 공모전을 실시해 입상작을 중심으로 올 한해동안 본보에 게재된다.<편집자 주>

아름다운 전남 봉사의 삶 체험수기-19

[목포시민신문]저는 기억에 남는 활동으로 이동목욕 서비스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해보고 싶습니다. 시범 사업으로 시작되어 현재는 전라남도 서부지역을 대상으로 제공되고 있는 이동목욕 서비스.

저는 목포 관내에서 서비스를 진행해 본 경험이 있었고, 그 과정에서 어르신의 감사함에 뿌듯함을 느끼는 순간도 있었고, 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만족스럽지 못하다면 언성을 높이시는 어르신으로 인해 서비스를 마치고 돌아서는 길 씁쓸함을 느끼는 날도 있었습니다.

이런 과정들은 서비스를 제공하다 보면 있을 수 있는 일들이었지만, 어르신이 서비스로 인해 눈물을 보이셨던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때는 다도애라는 사업의 일환으로 신안의 한 섬에 들어가 서비스를 제공하였던 날이었습니다. 그날 목욕서비스를 받으실 어르신은 총 3분이었습니다. 두 분의 서비스를 마치고, 마지막 세 번째 목욕서비스를 받으실 어르신 댁을 찾아갔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서비스를 받으실 예정이셨던 어르신께서는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신 채 누워만 계셨습니다. 알고 보니 서비스 전날, 집 마당에서 넘어지셔서 거동이 불편하신 상황이었습니다. 목욕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목욕 침상에 올라가셔야 했기에 어르신의 경우는 자칫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목욕서비스를 진행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자 어르신께서는 갑자기 울음을 터트리셨고, 그 모습에 어쩔 줄 몰랐던 저는 조금의 당황스러움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이내 어르신을 꼬옥 안아 드리며 어머니, 목욕을 못하셔서 속상하셨어요?”라고 말씀드렸고, 어머니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셨습니다.

그리고는 혼자서는 목욕을 못 해서 목욕을 해주러 온다고 하니까 좋아했는데 안된다고 하니까 서운하네... 나는 목욕을 못 해서 어떡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어르신의 마음을 달래드리며 저는 방법을 연구해 보자며 안심을 시켜 드렸습니다.

이 모습을 지켜본 담당 팀장님께서는 당일 목욕서비스를 함께 한 선생님들과 회의를 진행하셨고, 면사무소와 보건소 등에도 연락을 취하시어 의료서비스를 연계하셨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보건소에서 의사 선생님이 어르신 댁을 방문하시어 어르신의 상태를 확인해주시며 뼈에 금이나 부러진 것은 아니고, 그 전부터 아프셨던 것이 최근에 넘어진 일로 인해 더 아파지게 된 것이라 말씀해 주셨습니다.

어르신의 상태가 심각하다면 헬기 이송까지 할 계획이었는데, 다행히 크게 다치신 것은 아니라고 하니 비록 목욕서비스는 진행하지 못하였지만, 안심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날은 예상했던 것보다 시간이 지체되어 2시간을 기다린 후에야 겨우 배를 타고 목포에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목욕서비스를 나가게 되면 대부분의 대상자분들께서는 많이 기뻐하십니다. 기분 좋게 씻어서 좋고, 씻으면서 즐거운 이야기도 나누고 그보다 더 큰 것은 내 자식도 나를 씻겨 주지 않는데, 남의 자식이 이렇게 찾아와 씻겨 주는 것이 대상자 어르신들에게는 호강이라고 하셨습니다.

그 외 목욕서비스를 하다 보면 분위기 전환을 위해 어르신들의 연세를 여쭙곤 합니다. 그리고는 어이구~, 우리 어르신 얼굴은 아가씨구만요.”라고 농담을 할 때도 있습니다. 그러면 어머니들이 해맑게 웃어 보이시며 행복해하십니다. 어떤 어머니들은 얼른 안 죽고 이렇게 나이만 먹어서 어짜까?”라고 하시기도 합니다. 저는 그럴 때면 이렇게 건강하게 살아계시니 이런 좋은 서비스도 받아보죠, 어머니! 아프지만 마시고 지금처럼 건강하게만 사셔요~”라고 대답하곤 합니다.

오늘도 저는 오고 가는 이야기 속에서 그리고 어르신들의 웃음과 격려 속에서 저는 힘을 얻고, 평범한 일상에서는 배울 수 없는 것들과 경험 그리고 추억을 하나 더 쌓아가고 있음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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