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사회서비원 공동 봉사 체험수기-20]“목욕봉사를 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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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사회서비원 공동 봉사 체험수기-20]“목욕봉사를 마치며”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3.06.22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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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효(돌봄지원사) 전라남도동부종합재가센터

목포시민신문은 전라남도사회서비스원과 공동으로 아름다운 전남 봉사의 삶이란 주제로 도내 사회복지시설 봉사자와 수급자의 체험수기를 받아 연재한다. 체험수기는 전라남도사회서비스원이 지난해 봉사자와 수급자를 대상으로 공모전을 실시해 입상작을 중심으로 올 한해동안 본보에 게재된다.<편집자 주>

아름다운 전남 봉사의 삶 체험수기-20

[목포시민신문] 제가 처음 목욕 봉사를 선택한 이유는 사명이나 소명이 있어서가 아니라,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았고, 단지 일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목욕 봉사 첫날을 앞둔 저녁 잘해보자’‘열심히 해야겠다다짐도 했습니다.

2022726일 대상자가 어떤 분인지도 모르고 출발하여 그 동네를 들어섰습니다. 그런데 대상자 자택은 마을 내 위치하지 않았고, 외딴곳에 위치해 있는 컨테이너였습니다. 사람은 없고, 강아지가 반겨주었는데 컨테이너 안을 들여다보니 너무나 어수선하고 안타까운 실내에 쪼그리고 누워있는 어르신이 보였습니다. 너무 깜짝 놀랐습니다. 이런 곳에 이런 모습으로 혼자 있다는 게 약간은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무엇보다도 그분은 연세도 꽤 있으시며 알츠하이머 초기 진단을 받으셨는데도 불구하고, 가족이 없이 혼자 계셨습니다. 냄새가 너무 나서 내부를 살펴보니 이렇게 사는 분도 계시는구나 싶을 정도로 너무 열악하고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 방문을 하여 목욕서비스를 제공했습니다. 처음 2주 동안은 의사소통이 전혀 되지 않았습니다. 눈을 맞추는 것도 어려운 분이셨습니다. 다음 주를 기약하며 인사를 드리는데도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러나 세 번째 방문 때는 놀랍게도 밖으로 나와 쪼그리고 앉아서 우리를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그 모습을 발견한 우리 일행은 눈시울이 뜨거워지며 눈물이 났습니다. 놀랍게도 대상자분께서는 저희를 한 명씩 쳐다보시고,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하셨습니다. “고맙소라며 인사를 하시는데 마음이 찡하고, 또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 그 이후로는 마음의 문을 열어 반갑게 맞아주시고, 간간이 의사표현도 하시고, 언제 다시 올 것인지 묻기도 하시며, 기다려주시고 고마움을 표현하시기도 했습니다.

어느 날은 아주 어렵게 일어서서 밖으로 나오시기까지 하며 반갑게 맞아주시고, 또 배웅을 해주기도 했습니다. 너무 감동적이었습니다. 우리를 만나며, 어르신의 얼굴 표정이 좋아지시고, 누워만 계시던 분이 조금씩 움직이셨고, 우리를 기다려 주시는게 너무 감사했습니다. 누군가가 찾아와 준다는게 그 분에게 생기를 주고 살아야겠다는 의지를 드린 것 같아 너무 감사하고 보람을 느꼈던 순간이었습니다.

마무리 시점이 되니, 세탁기도 없고, 겨울을 오로지 전기장판으로 지내야 하는 그분을 생각하니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상황이 남의 일 같지 않고,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일 또는 미래의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은 안타까움과 아픔이 내 마음에 가득 차 마음이 아팠습니다. 이런 분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 얼마든지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내 힘이 닿는대로 도와드리고 싶다는 각오가 생겼습니다. 처음 이 일을 선택할 때는 별다른 의미를 주지 않고 일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사명감을 가지고 내일을 기대해봅니다. 우리의 조그만 도움이 한 사람 인생에 생기를 심어 준다는 게 보람이 있을 뿐 아니라 사명처럼 여겨집니다. 앞으로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삶을 통해 내가 저분들의 나이쯤 되었을 때, 내 안에 감사만 넘치길 소망하며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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