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단상-김수미 부회장]국민의 상처 난 유대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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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단상-김수미 부회장]국민의 상처 난 유대감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3.06.22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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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미 전남·목포소비자연맹 부회장

[목포시민신문] 202212월쯤 엘리베이터 안에서 눈인사 정도의 안면이 있는 정도의 아주머니를 만났다. 김장 준비 하는 듯 보여 김장 하세요라고 말을 건냈더니 내일 김장 하는데 댁은 김장 하요하셔서 아니요 저는 친정에서 얻어다 먹어요. 그래서 걱정이예요. 엄마 없으면 큰일일거 같아요라고 라고 이야기 했더니 내일 김장 하면 조금 가져다 줄게요. 몇호요??.” 하시면서 헤어졌다. 그 분은 정말 그 뒷날 김장을 가지고 와서 벨을 누르셨는데 내가 집에 없는 탓에 집에 있는 언니를 보고 집을 잘못 왔나??” 하시면서 내려가셨다고 한다. 김장 김치를 받지 못했어도 받은 거나 다름 없을 정도로 감사한 일이었다. 엘리베이터에서 주고 받은 이야기를 기억하고 안면만 있는 이웃에게 선뜻 김장을 가져다주는 정스런 인심은 아무래도 나이가 지긋하시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어린 시절 살던 동네는 풍겨오는 냄새로 오늘은 누구네 집 식탁에 무엇이 올라갔을지 짐작이 갈 정도로 서로 잘 알고 서로 친밀했었다. 간혹 많은 음식을 할 때는 조금씩 나누어 주기도 했다. 옆집에는 철수네~ 그 옆집에는 영희네~ 그 옆집에는 수미네 ...... 누구집인지 식구들까지 알고 있었는데 요새는 앞집에 아래층에, 위충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오히려 한 번도 본적 없는 소셜미디어의 관계들이 더 많을 것이다. 그만큼 사람들과의 관계는 단절되었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외롭고, 소외되었다고 느낀다.

2018년 영국의 총리가 외로움부 장관(Minister for Loneliness)을 임명했다. 그 당시 영국인 여덟 명 중 한명은 의지할 수 있는 친구가 없다고 답했고, 시민 4분의 3이 이웃의 이름을 몰랐고, 직장인의 60%가 직장에서 외로움을 느낀다고 응답했다. 아시아, 호주, 남아메리카, 아프리카의 상황 역시 별로 다르지 않았다.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는 이런 외로움에 문제를 더욱 가중시켰다.

남자든, 여자든, 젊은이든, 노인이든, 부유하든, 가난하든, 비혼이든, 기혼이든 똑같다.

노인이 더 외로워 할 거 같지만 오히려 젊은 층이 면대면 상호작용을 힘들어 하며 극심한 외로움과 고립감을 보인다. 특히 어린 시절을 스마트폰과 SNS를 활용하며 자란 세대들은 자신들이 올린 인스타그램에서 반응이 없으면 반응이 올 때까지 하염없이 기다리고, 또 괴로워한다.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는 주변사람에 대한 관심을 빼앗고 우리 내면에 자리한 최악의 것들을 부채질함으로써 분노와 분열을 조장하였고, 우리는 효과적 의사소통 능력을 잃어버렸다.

이런 외로움은 정신적인 건강뿐 아니라 우리 몸에도 해를 끼친다. 외로움은 알코올의존증과 비슷한 수준으로, 비만보다 2배 더 해롭고, 담배를 매일 15개비씩 피우는 만큼이나 해롭다. 외로운 신체는 심각한 질병에도 취약하여 영국 국민보건서비스는 50대 이상에게만 18억 파운드(한화 26,000억원) 지출할 정도로 사회적 지출도 늘어난다. 또한 외로움은 분열을 조장하고 극단주의를 부채질하며 포퓰리즘과 긴밀하게 관계되어 정치적 위기까지 초래한다.

외로움은 우울증과는 다르게 도시화되어가면서 사회화되지 못한 현대사회에서 고립되면서 느끼는 스트레스이다. 가족과 지인, 이웃을 넘어서 정치인과 정치로부터 단절되어 있다는 느낌, 일과 일터에서 소외되어 있다는 느낌, 사회의 소득에서 배제되어 있다는 느낌, 스스로가 힘이 없고 무시당하는 존재라는 느낌까지 아우른다.

삶의 방식, 일의 근본적 변화, 관계의 근본적 변화, 도시의 건설방식, 사무실의 설계방식, 우리가 서로를 대하는 방식, 정부가 국민을 대하는 방식, 스마트폰 중독, 심지어 우리가 사랑하는 방식 이 모두가 우리의 외로움에 영향을 미친다.

<고립의 시대>의 저자 노리나 허츠 교수는 사람들에게 타인 및 공동체와의 연결을 제공하는 서비스 제품을 기반으로 한 외로움의 경제즉 외로움이 곧 시장에 새로운 기회를 가져오는 동력이 된다고 하였다. 외로움이 시장의 주제가 된 슬픈 현상이다. 시장은 외로움을 완화하고 더 나은 관계를 만들어주는 서비스, 유대감을 판매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외로움의 경제에서 소비자들에게 유대감을 판매하며 그들을 안전하게 지켜나가려 할 것이다. 국민의 외로움은 누가 치유해 주어야 할까?

국가는 국민과 국민간의 관계를 잇고 서로 잘 연결될 수 있도록 하여 국민의 외로움을 줄이고 서로의 유대감을 높여주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누구든 무엇가의 일부로 느껴지고 소속감과 공동체를 느낄 기회가 주어질 때 그 기간이 짧더라도 이 지역의 소속으로서의 자부심, 이 나라의 국민으로서의 자부심만 느끼는 순간들이 필요하고 그런 것들이 유대감을 느끼게 하는 것일 것이다. 2002년의 월드컵처럼, 상품화되는 공동체가 아닌 자연스럽고 진정스러운 기회여야 한다.

세월호 참사나 이태원 참사로 국민들은 외로움의 감정을 느끼고 상처를 받았을 것이다. 정부가 더 이상 우리를 지켜주지 못할 것이라는 소속감 이탈 등의 느낌을 받지 않았을까 싶다. 국민들이 고립되지 않고 서로 연결되는 소속된 공동체를 만들고 느낄 수 있는 연습을 하도록 배려해 주어야 한다. 정부는 더욱 세심하게 열린 마음으로 소통하며 국민의 상처난 유대감을 치유해주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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