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읽기-홍선기 교수]디지털 시대의 문맹(文盲)과 문해(文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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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읽기-홍선기 교수]디지털 시대의 문맹(文盲)과 문해(文解)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3.06.22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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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선기 목포대 교수

[목포시민신문] 점심식사를 하러 캠퍼스 인근 국수집에 갔다. 가까운 곳에 시장도 있다 보니 동네 어르신들이 장을 보시고, 가볍게 식사하러 오시는 곳이다. 필자는 가끔 그곳에서 글을 못 읽는 어르신들을 만난다. 의외로 메뉴판의 식단을 못 읽으시는 노인들이 많다. 글은 못 읽지만, 일상 생활에 큰 어려움 없이 사시는 것 같다. 읽기와 쓰기는 안 배웠지만, 말하는 것은 오랜 생활습관으로 익숙해졌을 테니까. 검색을 해보니, ‘문맹(文盲, illiteracy)’이라는 말은 배우지 못하여 글을 읽거나 쓸 줄을 모르는 상태 또는 그런 사람을 이르는 말로 표현한다. 순수한 우리말로는 까막눈이다. 반대로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것을 문해(文解, literacy)라고 한다. 대학에서 학생을 지도하는 입장에서 볼 때, ‘문해의 뜻에는 읽고 쓰는 것 뿐 아니라, 글의 뜻을 이해할 수 있는 것까지 포함되는 것이 현대적 의미에서 타당할 것으로 생각한다.

문맹률(文盲率, illiteracy rate)은 글을 읽을 수 없는 사람의 비율, 반대로 읽을 수 있는 사람의 비율을 문해율(文解率, literacy rate)이라고 한다. 이 문맹률과 문해율을 더하면 100%가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문맹률'이라는 단어를 선호한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교육열이 높고(대학 진학률은 최고), 문맹률(文盲率)이 세계에서 가장 낮은 나라에 속한다. 2021년 발표된 3차 성인문해능력조사에 따르면, 기본적인 읽기·쓰기·셈하기가 어려운 수준인 비문해(非文解) 수준의 성인은 4.5%인 약 200백만명으로 추산했다. 우리나라 성인의 문해 능력은 연령이 높을수록, 월 가구소득이나 학력이 낮을수록, ··어촌에 거주할수록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일상생활에 필요한 충분한 문해력(文解力)을 갖춘 성인은 79.8%이다.

최근 코로나를 겪으면서 학생들의 문해력 수준이 급격히 낮아지고 있어서 교육 당국에서는 크게 걱정을 하고 있다. 대학생 수준이면 문해율은 100%라고 생각이 될 것이다. 물론 읽고, 쓰는 것에는 당연히 최고 수준이지만, 문제는 문장 이해력이다. 인터넷이나 SNS상으로 간단한 문장이나 짧은 대화, 카툰에 익숙해진 세대에게 몇 줄 넘어가는 긴 문장을 이해하고 설명하라는 것이 큰 부담이 되는 시대가 왔다. 또한 웬만한 지식은 인터넷 검색을 통해 찾아보면 다 나오는 세상이니 대학에서의 지식정보 전달은 점차 고루한 일상이 되고 있다.

필자가 대학생들에게 교양수업을 하다 보니 쓰기와 발표, 협력, 규범 등에 대한 상식적인 수준의 생활 교육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주에 기말 시험을 치렀다. 1학년 신입생을 대상으로 교양에 대한 기초 수준의 시험이다. 놀라운 것은 학생들이 쓴 글씨를 필자가 못 알아볼 수준이다. 띄어쓰기, 문법, 해석력도 문제이지만, 무엇보다 우선 교수가 알아볼 수 있게는 써줘야 할 터인데, 한글이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 생길 정도이다. 어떻게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졸업했을까. 고도의 전문 인력을 양성하여 지역산업 동력으로 활용해야 할 대학의 입장에서는 곤란한 점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시점에 국가에서는 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 즉 디지털 문해에 대한 교육도 강조하고 있다. 디지털 리터러시를 검색으로 찾아보니, ’디지털 시대에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정보 이해 및 표현 능력으로 설명한다. 디지털 기기를 활용한 작업 실행, 정보 습득 등 디지털 지식과 능력을 말하지만, 한편으로는 디지털 미디어(Digital media)의 올바른 이용을 촉진하는 계몽적인 개념이기도 하다.

지난 펜데믹 상황에서 도시가 폐쇄되고, 사회적 거리를 유지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디지털 미디어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학교도 영상수업으로 진행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디지털 소통시대에 빠르게 들어오게 되었다. 우리나라와 같이 초고속 인터넷에 쉽고 빠르게 접속할 수 있는 나라는 전 세계에 많지 않다. 그렇지만, 세대간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디지털 문맹률에 대해서는 심각한 고민을 해야 한다. 길 찾기, 예매를 비롯하여 금융서비스까지 핸드폰에서 처리되는 세상이다. 글을 못 읽고, 못 쓰는 문해력 부재의 농··어촌 실버세대에겐 디지털 세계는 더더욱 문맹에 가깝다. 한편 온종일 핸드폰만 보는 사람들에겐 디지털 종속이 되지 않을까. 특히 AI(인공지능)이 급속도로 발달하면서 인공지능 기반의 대화형 소프트웨어인 ChatGPT까지 진화하고 있는 상황은 인류가 인공지능이 주는 정보에 종속되는 미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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