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칼럼-김기중 대표]‘경쟁(競爭)’은 ‘교육(敎育)’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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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칼럼-김기중 대표]‘경쟁(競爭)’은 ‘교육(敎育)’이 아니다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3.06.29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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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무상화·평준화 전남운동본부 상임대표 김기중

[목포시민신문]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이른바 킬러 문항수능 배제 발언에 화답하듯, 교육부가 킬러 문항배제 방침과 공교육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하였고, 이에 대해 정치권을 비롯한 각계의 논쟁이 촉발되는 등 교육 의제가 사회적 화두로 새롭게 부상되고 있다. 우선 대통령의 수능 관련 발언에 대한 여야 정치권의 반응은, 입시경쟁 해소라는 대의에 입각한 해석이라기보다는, 다분히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국민 여론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끌어오기 위한 전략으로 이해할 수도 있겠다. 또한 수능 시험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사람들 입장에서도 킬러 문항변별(辨別)’ 사이의 상관계수를 놓고 얼마든지 다양한 해석들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공교육 경쟁력 제고 방안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국가의 공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교육부의 시각에 있다. 모름지기 공교육이라 함은 본질적으로 사회 공동선을 위한 목적에서 출발해야 한다. 다시 말해 공교육은, 최근 김누리 교수(중앙대)가 모 유튜브 방송에서도 밝혔듯이, 사회 공동선을 지속시키기 위하여 아이들의 재능을 발견해 키워주고 스스로를 존엄한 존재로 여겨 이 힘을 바탕으로 다른 사람도 존중하고 배려하며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어야 한다. 그럼에도 교육부 발표에는 경쟁력이라는 목적어만 강조될 뿐 재능이나 존엄성, 존중과 배려, 공감 능력 등 공동체적 가치가 들어설 자리는 보이지 않는다. 과도한 사교육 의존을 배제하고 공교육의 내실을 다지기 위한 불가피한 정책임을 감안하더라도 공교육 학력 제고 방안정도면 충분했을 것이다.

경쟁(競爭)’은 교육(敎育)이 아니다. 경쟁의 속성은 싸움이다. 그러므로 반드시 승자와 패자로 나뉜다. 아무리 선의의 경쟁이라 하더라도 승자 아니면 패자가 될 수밖에 없는 이상 존중과 배려, 공감 등의 가치는 공염불이 되기 십상이다. 경쟁의 논리를 교육에 이식하면 경쟁교육이 된다. 경쟁교육은 교육을 통하여 모두가 자기 인생의 승리자가 되고 더불어 타인을 존중하는 법을 배우기보다, 교육이 상대방과 싸워 이기기 위한 수단으로 기능하게 된다. 여기에 입학시험의 준말인 입시라는 수식어가 더 하게 되면 입시경쟁교육이 된다.

입시경쟁교육이 우리 교육의 대명사가 된 연유를 고려해볼 때 이를 어느 개인이나 집단, 특정 정부의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을 것이다. 일제 강점기와 해방, 친일파의 득세와 한국전쟁이라는 격변기를 거쳐오는 동안 자연스럽게 배태된 박탈감과 계급 상승 욕구로 인하여 교육이 입시경쟁의 장()으로 치환되었으니 말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첨예한 형태로 진화해 온 대입제도는 그동안 크게 어림잡더라도 수십 차례 옷을 갈아입었지만 경쟁의 쳇바퀴는 도무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결국 공정(公正)’의 외피를 두른 변별(辨別)’이라는 상수가 엄존하는 한 킬러 문항논란이나 사교육 대책 등은 그저 입시경쟁교육의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는 희석제(稀釋劑)일 뿐이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입시경쟁교육과 그로 인한 대학서열 체제에서 전남지역의 대학생들은 얼마나 불평등한 상태인가? 국가재정이 서울대와 같은 상위서열 학교들에 불평등하고 과도하게 배분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다시 말해, 서열화된 대학체제에서 ‘SKY’로 대변되는 수도권 상위 대학들과 지방대학 간 공교육비의 차등 지원 양상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는 것이다. 대학에 지원되는 공교육비는 당연히 공적 재화인데도 그 공적 재화가 수도권과 지방에 불공평하게 배분되고 있는 상황이야말로, 모든 사람은 차별받지 않고 균등한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헌법 정신에 위배되는 현실이 아닐 수 없다. 굳이 헌법 정신을 논하지 않더라도 공교육비 차등 지원으로 인한 수도권 쏠림 현상은 수도권 상위 대학에 들어가기 위한 입시경쟁 체제를 더욱 심화시킬 뿐만 아니라 지방대학과 지방소멸의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지방대학과 지역 경제를 살리고 아이들의 미래를 살리기 위해서는 이제 변죽만 울리는 대입제도 개선 논란에서 벗어나 대학무상화·평준화 실현을 위한 모든 활동에 힘을 모아야 할 때이다. 그 중요한 시도로 수능시험 자격고사화를 이제는 공론화해야 한다. 미국의 대학들이 우리의 수능시험에 해당하는 SAT 점수를, 개인의 수학능력이 아니라 계급지표로 간주하면서, 대입전형에서 배제하고 있는 현실을 참고해야 한다. 현재 미국의 UC계열 대학들은 SAT점수를 전면 폐지하였고, 더 많은 미국 대학들이 이런 흐름에 동참하고 있는 것이다.

대입제도를 어떻게 바꾼들 현행 경쟁 시스템을 해체시키지 않는 한 논란은 상존할 것이다. 경쟁 체제를 해체시킬 수 있는 방법은 소위 ‘SKY’로 대변되는 대입의 장벽을 허물어야 한다. 그것은 마치 영산강을 강답게 만들기 위해서는 하구둑 배수관문을 개방하여 용소에서 발원한 장구한 물줄기들을 목포 앞바다로 도도히 흐르게 해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결국 대학무상화·평준화 실현만이 철옹성 같은 대학서열 체제를 무너뜨리는 유일한 해법이자 초··고 교육을 규정하고 있는 입시경쟁교육을 타파하고 진정한 교육을 수복(收復)할 수 있는 길이다. 그 힘찬 발걸음을 대학무상화·평준화 실현을 위한 1만 전남도민 선언의 깃발 아래 내딛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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