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읽기-정은채 대표]짚, 한 올 지푸라기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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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읽기-정은채 대표]짚, 한 올 지푸라기를 아시나요?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3.06.29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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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마을로협동조합 공공디자인연구소 대표 정은채

[목포시민신문] 벼나 밀 따위의 낱알을 떼어내고 남은 줄기. 짚을 모아놓은 것은 짚단, 줄기 한 올은 지푸라기라고 한다. 이것을 꼬아서 줄로 만든 것이 새끼줄이라고도 부른다. 곡식이 존재하는 곳에 반드시 존재하는 만큼 동서양 모두 존재하지만 옛날부터 유난히 동아시아 지역 국가와 인연이 깊었다. 당장 초가집만 봐도 알 수 있으며, 단순 재료를 넘어서 각종 발효식품의 근원이 되기도 했다. 농업사회에서 짚은 단순한 수확의 부산물을 넘어 중요한 자원 중 하나였다. 단순 자재로서의 용도뿐만 아니라 농사일을 돕는 가축인 소나 말의 사료로 쓰이는 것은 물론 비료의 재료가 되기 때문이다.

사람 입에 풀칠하기도 힘들었던 옛날엔 수확한 곡물을 사람이 먹고 가축은 부산물인 짚을 먹으며 상생하는 구조가 자리 잡았다. 특히나 동물의 힘을 빌려 농사를 지었던 옛날에는 곡식의 수확 이상으로 짚을 얼마나 거두는 것도 농업의 중요 과제였다. 지푸라기 하나하나로 만들기는 힘이 들고 연약하므로 보통 지푸라기 여럿을 꼬아서 만든 새끼를 기본으로 해서 이것을 엮어서 물건을 만든다. 짚은 구하기 쉽고 질기기 때문에 건축 재료로써도 많이 활용되었는데, 최초의 집의 형태중 하나인 움집부터 초가지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되었다.

중세 이후 서양 문헌에서 등장하는 황금의 나라 지팡구가 바로 일본인데, 여러 서양인들이 다녀오면서 초가집의 초가를 보고 "! 이 동네는 평민들도 황금을 지붕으로 올린 집에서 사네!?"라고 기록했고, 그게 입소문을 타며 지팡구로 불리게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또 지푸라기와 빨대 모두 영어로는 Straw인 것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빨대의 기원이기도 하다. 정확하게 말하면 밀짚이나 볏짚은 너무 작고, 갈대 짚을 빨대로 썼다고 한다. 짚 사용에 따른 우수성, 혹은 얼마나 과학적이었냐는 논리를 들이대 남다른 지혜라고 하는 글들을 읽고 자료를 찾아보면서 필자의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며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위한 마을공동체의 필요성을 인지했다. 100년 전만해도 국민의 80~90퍼센트가 농민이었다. 경운기가 나오기 전이었으니 논밭을 갈거나 써래질 하는 것은 당연히 소의 몫이었다.

이런 이앙농법이 신라시대부터 시작되었다니 최소한 천년 동안 농법이 크게 달라지지 않고 그 명맥을 유지하던 때였다. 그것이 60년대였다. 그리고 70년대에 들어와 경운기가 나왔고, 화학비료가 나왔고, 농약이 나왔고, 신품종(통일벼)이 나왔다. 순식간이었다. 자연농법에 가까운 천년 농사법이 무너지는 순간을 아버지들은 쌍수를 들어 환영했던 것이다. 이유는 단 하나, 노동의 고통에서 풀려났다는 해방감이었다. 이후 80년대에 들어와 이앙기가 나왔고, 콤바인이 나왔고, 항공방제가 시작되었다. 마침내 농사꾼의 천국이 도래한 것 같았다. 아무나 기계를 부리면 벼가 알곡으로 쏟아져 나오는 세상이 온 것이다.

그러나 농민의 수는 격감했고 남은 농민은 소농에서 전업농으로 전환했다. 세상이 변했다. 저출생, 고령화, 인구소멸에 지역소멸까지, 이제 어디로 갈 것인가? 수천 년 전 과거로부터 현재를 내다보고 50년 후 미래를 바라보며 지금을 생각하는 ()’의 관점에서 오늘날의 세계를 바라볼 때, 안정적인 식량 공급은 전 세계인에게 주어진 평생 과제이다.

지금은 과거와 다르게 작물을 효율적으로 재배하는 것 외에도 신선한 먹거리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정서적 만족감을 주는 미식 문화까지 추구하며 먹거리에 대한 산업이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농업 인구는 전 세계적으로 계속해서 줄고 있다. 젊은이들이 농촌에 거주하기를 꺼려해 농업의 혁신과 발전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유럽연합에서 농촌은 전체 면적의 45퍼센트 정도를 차지하지만 전체 인구의 약 21퍼센트만이 거주해 고령화와 일손 부족 등의 문제를 격고 있다. 도시로의 이주가 증가하며 발생한 문제들이 심화되고 있다.

한국의 현실은 어떤가? 소규모 농사를 짓는 농민이 많고 협동조합이라는 구조를 통해 농산물의 생산과 유통이 이루어져 경험에 의한 농업에 의존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적용하기 힘들어 농업 발전이 그만큼 더딜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지금과 같은 한국의 농업 인구 구성, 농업 생산 기술, 농촌 문화 시설로는 더 이상 부가가치를 만들어내기 어렵다. 진짜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할 심정으로 이 글을 마치려고 한다. 농업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기업과 함께 농민이 효율적으로 농산물을 생산하고, 유통을 위해 조직한 협동조합과 비교해 그 이상의 시너지를 낼 수 있어야 한다. 농업에서 혁신을 이루기 위해서는 작물 재배 시설을 꾸준히 연구, 개발하고 체계적으로 데이터를 수집해 새로운 방식으로 작물을 선택하고 유통할 수 있는 젊은이들을 농촌으로 유도하는 선순환의 과정이 필요하다. 가장 새로운 디자인 방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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