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칼럼-문애준 대표]“멀고도 먼 神에게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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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칼럼-문애준 대표]“멀고도 먼 神에게 가는 길”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3.07.05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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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애준대표(전남여성장애인연대)
목포지역 주요 종교시설의 장애인 접근성은?

[목포시민신문] 전남여성장애인연대에서는 장애인들의 지역사회 적응을 위한 대안 모색의 일환으로 목포지역 식당, 카페, 공원, 종교시설 등의 장애인 편의시설을 점검하여 안전지도를 만들고 있다.

휠체어 사용자를 비롯한 다양한 장애유형의 여성장애인들이 직접 시설 접근성 모니터링에 참여하며 실태를 파악하는 것이다.

장애인 편의시설 점검 내용 중에서 놀라운 사실은, 가장 어려운 이웃과 함께 해야 하는 종교시설의 장애인 접근성이 가장 열악한 것으로 조사되었다는 것이다.

종교시설(교회, 성당, 사찰 등)은 남녀노소 누구나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보통의 시민들은 아름다운 사찰에서 마음의 쉼을 얻기도 하고, 교회나 성당에서 성스러운 결혼식을 올리기도 하며 기도도 드리지만 비장애인들에게 속한 일상의 모습일 뿐이다. 장애인들은 편의시설의 미비함과 낮은 사회적 인식으로 많은 불편을 감수하며 종교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교회와 성당의 출입구에는 수많은 계단이 설치되어 있으며, 기준에 맞는 경사로도 없는 경우가 많다. 예배실이 엘리베이터가 없는 2층에 설치된 곳도 많으며, 예배실에 접근이 가능하다 해도 벤치형 의자가 설치되어 휠체어 이용자는 앉을 수 없는 구조이다.

벤치형 의자는 휠체어 사용자가 예배실 제일 뒷줄이나 앞줄의 빈 공간에 앉아야 하며, 가족이나 동반인이 있더라도 함께 나란히 앉아서 예배나 미사에 참여할 수 없는 구조인 것이다.

그래서 벤치형 의자는 이동과 분리가 가능한 좌석으로 바뀌어야 한다. 극장이나 공연장에 장애인석이 따로 마련되어 있는 것도 장애계는 이런 맥락에서 선진국처럼 비장애인과의 분리가 아닌 나란히 앉을 수 있는 좌석 배치를 요구하고 있다.

강단도 장벽 가운데 하나이다. 예배나 미사가 집전될 때, 목사나 신부가 올라가는 강단은 대부분 높은 무대 위에 계단으로 되어 있어 휠체어 사용자는 올라갈 수 없다. 장애인도 목사나 신부, 장로 등의 직분을 가지고 강단에 오를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단차가 없는 강단 또는 경사로가 설치된 강단이 보편화되어야 한다.

불교의 경우도 사찰들이 산 속에 있어 접근이 어렵고, 대웅전 등의 시설들은 모두 신발을 벗고 올라가야 하는 형태여서 휠체어 사용자 뿐만 아니라 신체장애인들의 접근이 어렵다.

이렇듯 장애인은 종교 시설의 문 앞에서부터 거부를 당하며, 성직자도 찾아보기 힘들다.

필자도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 교회에 처음 출석했을 때, 장애에 대한 고려로 좌식 식당을 테이블로 바꾸어 주셨고 성가대에 참여할 수 있도록 성가대석 위치를 변경하셨다. 이러한 고려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강단이나 장애인 화장실 등은 불편함이 남아 있다. 그래서 종교시설을 이용할 때에 장애유형별로 느끼는 불편함 등을 살펴보고자 한다.

휠체어 사용자의 종교시설 접근성을 위해서는 외부에서 건물로의 접근, 장애인 주차장, 건물의 출입(경사로나 엘리베이터), 건물 내에서의 예배미사예불 장소에서의 좌석, 장애인화장실 등에 대한 접근성을 제대로 갖추어야 한다. 또한,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성경불경 등의 비치,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어통역자막 제공 등을 하여야 하며, 발달장애인과 함께 종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발달장애 이해교육을 실시하는 것도 중요하다. 더 나아가 예배, 교육친교 등 종교 활동에서의 모든 활동에 대한 장애인에 대한 완전한 참여의 보장을 하여야 한다.

종교는 이 사회에서 가장 가난하고 어려움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증거하는 공동체로 알고 있다. 그렇다면 누구에게나 문이 열릴 수 있도록 해야 신앙의 궁극적 목적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점을 감안하여 장애인에게 종교시설의 접근성을 보장하기 위한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인증(BF인증)을 받으면 좋겠다. 물론, 종교시설이 민간시설이다보니 BF인증 의무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자발적으로 인증을 받아야 한다. 편의시설 등을 갖추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많은 예산의 투입이 전제되다 보니 쉽지는 않을 것이다. 군소 종교시설은 재정 여건상 장애인 편의시설을 갖추기 힘들 수 있다. 교단 차원이나 재정여건이 풍족한 대형 종교시설들이 먼저 고민해야 할 부분인 것이다.

신에게 의지하고 싶은 모든 장애인이이곳은 내가 갈 수 없어~!”, “ 이곳은 못 올라가~!” 라고 한다면 참 슬픈 일이다. 신에게 가는 길까지 차별당할 순 없는 일이다.

마음 편하게 종교 생활을 하러 갈 수 있고 그냥 지나가는 길에 편하게 들러 마음의 공허함을 달랠 수 있는 종교시설이 더욱 많아 졌으면 좋겠다.

종교시설 편의 제공이 시혜적인 배려가 아닌 장애인 접근성을 보장할 수 있는 의무로 인식된다면 진정한 사랑이고 자비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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