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광장-김창모 시민기자] “독립서점은 다양한 책의 생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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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광장-김창모 시민기자] “독립서점은 다양한 책의 생태계”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3.07.19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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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시민신문] 그렇다면 도서정가제는 어디에서부터 시작됐을까? 도서정가제가 도입되어 무리 없이 잘 정착해온 다른 문화권 국가들은 우리에게 좋은 사례가 된다.

1981년 프랑스에서 통과된 도서정가제는 40년이나 지났지만 탁월한 존재의미를 입증하며 프랑스 사회에서 건재해왔다. 독일을 비롯한 다른 다수의 유럽국가에서도 책의 생태계를 지키는 금과옥조로 간주되며 책의 다양성을 지켜줄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인 동네서점이 시장의 무자비한 질서 속에서 살아남게 해주는 역할도 여전히 동시에 해내고 있다.

도서정가제의 시작

프랑스 사회당 정권이 마침내 집권했던 그 해, 프랑스의 대표적인 문학 전문 출판사인 갈리마르와 미뉘의 대표는 그들이 품고 있던 생각을 문화부 장관에게 전달했다. 프랑스의 여러 문인들과 오래 작업해온 이 양대 출판사는 그들이 구축한 문학의 세계가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구상했다. 문학이 어떤 시대적 변화를 맞더라도, 장기적으로 책을 독자에게 전달하는 가장 적절한 매개자인 동네 서점이 무너지지 않을 법률적 틀을 마련하자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었다. 각각의 작가들이 만든 문학이 저마다의 개성을 가진 동네 서점 주인의 손에 선별돼 꽂히고, 그 서점들이 구축한 지역 독자들을 통해 뿌리 내려 읽히게 하겠다는 생각이었다.

초기 서점업계는 그들의 생각에 충분히 공감하지 못했다. 가격 정책을 유동적으로 할 수 없는 건 불편한 일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효과는 금방 드러났다.

당시엔 인터넷 서점이 없으니 대형서점 프낙(우리나라의 교보문고 같은 대형매장과 체인을 가진 서점)이 가장 큰 위협 업체였다. 프낙에선 책을 여러 권 사면 즉석에서 할인을 해주었으나 도서정가제 도입으로 더 이상 그렇게 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러자 동네 서점들은 프낙과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게 되었고, 그 상황은 동네 서점들의 출현을 부추기는 계기가 되었다.

2000년대 들어서는 아마존을 대표로 하는 인터넷 서점들이 동네서점을 위협했다. 그러나 출판사들은 동네서점과 아마존에 같은 가격으로 책을 공급해야 하며, 아마존은 책을 배송할 때 배송료를 무료로 해줄 수 없도록 규제를 받았다. 도서정가제의 진가를 여기서 한 번 더 확인하게 된 것이다.

동네서점에만 있는 것

서점 문 열 때부터 책마다 깨알 같은 메모를 적어 꽂아 놓습니다. 그게 독자들을 향해 우리가 다가가는 방식입니다. 우린 독자들과 책을 매개하는 사람들입니다. 책에 대한 우리의 시선을 넌지시 전하면 독자들이 다가오기 쉬워집니다. 각각의 독자와 맺는 끈끈한 관계가 동네 서점으로서 우리의 장점이고 전략이죠. 책에 대해 질문하고 의견을 구하고, 우리는 그들의 요구에 답하며 책을 통해 인간관계를 형성해 갑니다.”

독립서점들이 중요한 건, 그 서점의 개수만큼의 창조성, 문학의 다양성, 책의 다양성이 보장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넷 서점과 대형서점만 남으면 다양성은 축소되고 소위 베스트셀러만 판매 될 겁니다. 그건 책의 생태계를 파괴하고 생명력을 축소하는 길입니다, 도서정가제는 출판계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토대입니다.”

영혼이 있는 동네서점을 응원하며

독자들이 점점 독서를 하기 힘들어지는 첫 요인은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19.4%)이지 비용에 대한 부담 때문(1.4%)만은 아니다. 이미 통계로 증명된 사실이기도 하다. 불완전한 형태로나마 지켜지는 도서정가제는 개성을 담은 매력적인 서점을 만들고 그 속에서 삶을 펼치고자 하는 사람들 혹은 청년들의 창업에 힘입어 다양한 형태로 확대되고 있다. 함께 출판물의 다양성이 견인되는 것도 고무적이다.

직접적인 재정지원을 받진 않지만 우리가 있는 이 건물은 시가 절발의 지분을 가진 공공건물입니다. 시는 우리 서점의 존재가 시의 정체성과 시민들의 문화적·지적 생활에 중추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파트너십을 형성하고 있고, 시세보다 훨씬 저렴한 집세를 냅니다.”

북소믈리에 역할을 하는 책방지기의 책과 동네 사람들을 관계 맺어주는 일은 단순히 10% 할인해주고, 총알배송 해주는 일보다 더 막강한 힘을 발휘할 것이 분명하다.

비단 문학도시이기 이전에 우리에겐 책이 먼저 힘을 발휘했고, 21세기 우리가 가장 목말라하는 것들이 이제는 동네서점에 있기 때문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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