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서점 이주의 책] 라캉과 정신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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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서점 이주의 책] 라캉과 정신의학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3.07.19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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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캉과 정신의학

브루스 핑크 지음. 맹정현 옮김. 민음사. 2021. 09 발행

[목포시민신문] 우리가 항시 스스로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실상은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과, 우리는 계속해서 어떤 것을 표현하고 개념화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시도는 여전히 근사치에 불과하고 항상 과녁을 빗나가버린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환기시켜 주는 것이다.- 브루스 핑크

이 책은 라캉의 정신분석에 대해 임상을 중심으로 그의 핵심 개념들을 소개하는 책이다. 프랑스 정신분석가 자크 라캉은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을 확장하여 인간의 욕구와 욕망에 관해 연구하며, 언어를 통해 상상계에서 상징계로 넘어갈 수 있다고 하여 언어학과 구조주의 철학을 중심으로 인문학적 담론에서 주로 논의됐다. 라캉은 자신의 정신분석에 상상계, 상징계, 실재계를 설정하여 연구하였다. 개인의 세계인 상상계, 사회 속의 상징계, 상징계가 말할 수 없는 부분인 실재계를 설명한다. 상상계에는 아이와 어머니 관계만 존재하며, 그 다음 단계인 상징계로 넘어가는 단계를 거울단계라 하였으며 이 시기는 아이가 거울 속 자신의 이미지를 처음 마주하는 단계로, 거울에 비친 모습을 자신의 것으로 동일시하는 시기이다. 그리고 제삼자인 아버지의 존재가 개입된다. 이때, 새롭게 맞이하는 세계를 보는 불완전한 간극을 채워주는 역할을 어머니가 하게 된다고 설명한다. 아이는 어머니와 아버지의 관계에서 언어를 통해 개인의 세계에서 사회의 세계로 돌입한다는 것이다. 욕구의 좌절이냐, 간극을 잘 메워서 긍정적인 자기 원형을 형성하느냐는 어머니의 역할을 통해 좌우된다는 것이다. 상징계로 들어선 아이는 아버지의 존재와 역할이 필요하며, 이를 라캉은 아버지의 이름으로명명한다. 상징계는 부모의 언어에 의해 구조화되고 언어가 인간의 생존을 지배하고 결정한다고 라캉은 말한다. 언어를 습득하게 되는 계기, 즉 아버지의 이름이 제대로 작동하는 것을 누빔 점이라고 하여 부모의 역할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여 누빈 점이 없으면 정신적으로 문제가 온다는 설명이다. 특히 아버지의 이름이 결여된 상징계는 복구되기 힘들다고 설명한다.

라캉은 정신적 문제를 주이상스*에 대한 태도를 통해 도착증, 신경증, 정신병으로 구분하여 나(주체)와 타자를 구별하는 것이 자신의 주체화라고 하여 라캉의 정신분석 목표는 자신의 욕망을 인정하는 주체화이다.

이 책은 임상에 치중한 책이며, 라캉의 임상적인 활동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가를 독자들에게 이해시킴으로써 라캉의 임상과 실천의 영역 속으로 더 다가가 라캉을 원래의 자리로 되돌리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사실 라캉의 정신분석적 개념들은 난해하고 또한 한계도 있다. 그는 또한 글로 자신의 업적을 남기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 저서로 남긴 것이 거의 없다. 그는 세미나를 통해 자신의 연구를 공유하였으며, 그것들을 엮어 만든 책들이 대부분이다. 브루스 핑크는 라캉의 주저인 에크리를 준비하고 있다. 그 또한, 기대된다.

마음을 보듬고 따뜻한 온기를 전하고 생명의 소중함과 치유의 힘을 가진 그림책과 식물을 도구로 사용하는 그림책식물테라피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나 자신을 포함한 인간을 이해하려는 심리학과 철학적 연구와 노력은 계속되어야 함을 절실히 느낀다. 그 와중에 만나는 흥미롭고 값진 책들은 중요한 참고 도서이다.

인간이 경험을 통해 얻은 지혜롭다고 생각하는 것들은 불완전하다. 서두에서 저자가 말한 것처럼, 항시 우리가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하는 것들이 사실 허상에 불과할 수도 있다. 자신을 되돌아보며 단순하고 순수해지지 않으면 타자와 주체를 구별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 지극히 주체로서 살아가는 것, 곧 나의 욕망을 타자의 욕망으로 착각하지 않는 것, 그것이 타자와 나를 구분하여 건강하게 사는 방법이다. 주체의 중심으로서 온전하게 나를 인정하며 살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을 한 장씩 곱씹으며 읽기를 권한다.

*주이상스(Jouissance): 자신을 고통 속에 몰아넣으면서도 엄청난 쾌락을 느끼는 것(고통 속의 쾌락). 프랑스어에서 이러한 고통 속의 쾌락, 불만족 속의 만족감을 지칭하는 말.

화온꽃그림책방&별꽃그림책정원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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