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시민신문] 조선 중기, 존경받는 학자이자 정치가인 '율곡 이이' 선생은 평소 나쁜 습관에 대해서 경고하였다고 한다. 학문을 시작하는 이들을 가르치기 위해 1577년 율곡 선생께서 쓴 '격몽요결'에는 ‘인생을 망치는 8가지 나쁜 습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첫째, 일하지 않고 놀 생각만 하는 것. 둘째, 할 일 없이 하루를 허비하는 것. 셋째, 자기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만 좋아하는 것. 넷째, 사람들의 칭찬을 받으려고 헛된 말과 헛된 글을 쓰는 것. 다섯째, 풍류를 핑계로 인생을 허비하는 것. 여섯째, 돈만 목표로 삼아 살아가는 것. 일곱째, 남의 성공을 부러워하고 열등감을 느끼는 것. 여덟째, 절제하지 못하고 돈과 여색을 탐하는 것...
습관의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면 ‘오랫동안 되풀이하여 몸에 익은 채로 굳어진 개인적인 행동’으로 선천적인 것이 아니라 후천적인 행동을 가리킨다. 사람의 습관은 후천적인 행동양식이고 반복하여 수행되는 것으로 고정화된다. 신체적 행동 외에, 생각 등 정신적, 심리적 경향도 포함한다. 습관과 비슷한 용어로 ‘버릇’이란 말이 있다. 어떤 행위를 오래 되풀이하는 과정에서 익혀진 행동 방식으로 순우리말 단어이다. 이것이 생기면 주로 그 행동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즉 무의식중에도 저절로 하게 된다. 세 살 적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에서 볼 수 있듯이 고치기 매우 힘들고 어렵다. 따라서 좋은 버릇을 들이는 것은 인간의 삶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칼로 잘라내듯 나쁜 버릇이나 습관을 뿌리 뽑는 것은 말은 쉽지만 어렵고 힘든 일이다. 하지만 나쁜 습관 때문에 망가진 인생을 살아가는 것만큼 어렵고 힘든 일도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좋은 습관은 늘리고 나쁜 습관은 줄여나갈 수 있을까? 우선 우리가 게으르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인간의 모든 욕구의 기저에는 게으르게 지내는 것, 편리하게 일하는 것에 대한 열망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최소한의 에너지로 최대한의 효과를 누리려고 하는 것이 바로 인간이다. 이는 우리가 많은 시간을 쓰는 습관들을 살펴보면 더욱 쉽게 알 수 있다. 인터넷 검색, 음악 듣기, 유튜브 시청, 영화나 드라마 보기, 특별히 하는 일 없이 시간을 보내는 것 등 실행하는데 노력이 들어가지 않는 일들에 사람들은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율곡 선생 역시 ‘인생을 망치는 8가지 나쁜 습관’에서 게으르고 시간을 허비하는 것에 대해 중복적으로 경고하고 있다.
이처럼 인간의 천성이 게으르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나쁜 습관을 줄이고 새로운 습관 혹은 좋은 습관을 유지하고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터무니없을 만큼 사소한 것으로부터 시작하여야 한다. ‘매일 밤 책 읽기’를 ‘책 1페이지 읽기’로, ‘운동을 해야지’를 ‘푸시업 한 개 하기’로, ‘매일 만보를 걸어야지’를 ‘운동화 신고 밖에 나가기’로, ‘유튜브 시청 시간 줄이기’를 ‘시청 시간 10분 줄이기’로, ‘사람들과 좋은 관계 맺기’를 ‘하루에 한마디만 다른 사람에게 좋은 말 하기’로 바꾸어 보자. 시작부터 완벽하게 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여야 한다. 동물은 즉각적인 보상이 있어야 그 행동을 반복하게 되는데, 인간의 뇌를 연구한 인지과학자들은 인간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한다. 즉 인간은 본인이 변화하고자 하는 행동을 하였을 때 아주 사소한 방식이라도 즉각적으로 성공했다는 느낌을 받아야 그 행동을 반복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사소한 습관을 반복하다 보면 어느 순간 ‘이제는 좀 더 오래 할 때가 된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게 되는데, 그 때 천천히 늘려나가면 된다. 습관을 기록하는 것도 매우 좋다. 특히 시각적으로 습관을 볼 수 있게 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그대신 기록 역시 성공한 날을 달력에 표시하는 것처럼 쉽고 간단해야 한다. 요즘은 스마트폰에 운동량을 기록해주는 어플이 있는데 운동을 지속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반대로 나쁜 습관을 줄여나가려면 나쁜 습관 이행을 어렵게 만들면 된다. 잦은 군것질을 줄이기 위해서는 가급적이면 집안에 간식거리를 두지 않는 것이 좋다. 군것질을 하려면 시간을 들여 간식을 사러 가는 불편을 감수하도록...
영국의 저술가인 새뮤얼 스마일즈는 ‘자조론’에서 “생각을 심으면 행동을 낳고 행동을 심으면 습관을 낳으며 습관을 심으면 성격을 낳고 성격을 심으면 운명을 낳는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 사람의 습관을 보면 그 사람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알 수가 있다고 하는 것이다. 습관이 사람의 운명을 좌우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