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서점 추천 이주의 책]완벽한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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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서점 추천 이주의 책]완벽한 아이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3.07.26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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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아이

·모드 쥘리앵 지음 / 복복서가

·2020. 12. 04 발행

[목포시민신문] 끝이 보이지 않는 넓은 정원과 음침한 형체의 거대한 집, 바닥의 자갈을 긁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등 뒤에서 닫히는 육중한 철문. 모드는 4살 무렵 세계와 단절된다. 부모님, 더 정확히 말하면 아버지가 설계하고 만든 세계에 갇힌다. 철조망을 두른 긴 담장 안의 집만이 모드에게 허락된 세계다.

모드를 선택받은 사람’, ‘빛의 사람’, ‘세계를 재건할 임무를 받은 사람으로 정의한 아버지는 모드에게 니체의 초인과 같이 완벽한 인간이 되길 강요한다. 마치 지구 종말을 대비한 생존 훈련처럼 보이는 비정상적인 교육은 모드가 나이가 들수록 점점 더 가혹해진다.

완벽하게 통제된 삶을 사는 모드는 부모에 대한 거부감과 공포, 그리고 죄책감 등을 동시에 느끼며 성장한다. 폐쇄되고 통제된 공간 안에서 부모에게 받거나 쏟지 못한 애정은 개(린다), (아르튀르), 집오리(피투) 등 동물들에게로 향한다. 동물들과의 교감과 부모의 감시를 피해 잠들기 전 읽는 소설만이 모드가 잔혹한 현실에서 잠시나마 고개를 내밀고 숨을 쉬는 시간이다.

모드가 공포 속에서도 조금씩 자아를 형성해 나갈 때마다 철문 안 세상에서 폭군처럼 군림하는 아버지, 그리고 그 아버지의 첫 번째 피해자이자 모드를 가장 직접적으로 교육, 감시, 통제하는 어머니와 마찰이 생긴다. 아버지의 비이성적인 이상세계에 갇힌 모드는 담장과 덧창 밖의 세상을 꿈꾸며 완벽한 아이를 위한 완벽한 세계를 하루하루 살아간다.

소설 완벽한 아이속 세계는 섬뜩하다. 공포영화 속에서나 그려질 법한 현실을 작고 연약한 몸으로 겪어 내는 한 소녀의 이야기는, 작가 모드 쥘리앵의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쓰여졌다. 소설은 작가의 과거를 현재형 문체로 서술해 읽는 이로 하여금 어린 모드가 겪은 끔찍한 일들을 함께 경험하는 듯한 감각을 전해준다.

작은 폭력으로도 길들이기 쉬운 어린아이의 세계는 타인에 의해 쉽게 훼손되곤 한다. 그러나 그 어떤 폭력에도 쉽게 깨지지 않고, 생명을 잃지 않는 씨앗을 품고 있는 것 역시 아이들이다. ‘완벽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 완벽한 세계를 만들려는 어른들의 욕망이 아이에게서 마지막 작은 씨앗마저 빼앗아가지 않기를 바라본다.

구보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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