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박경서 전 교사] 소망스러운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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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박경서 전 교사] 소망스러운 아침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3.07.27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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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서 전 교사

[목포시민신문] 어려서 여름 날 아침에 울타리를 타고 쭉 뻗어나간 나팔꽃 행렬을 보면 가슴이 뭉클할 정도로 기쁨과 감동이 밀려오곤 했다. 청초하고 해맑은 모습에서 오랫동안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나팔꽃 덕분에 여름 한철을 어린 왕자처럼 즐겁고 행복하게 보낼 수 있었던 것 같다. 필자는 늦둥이로 태어나 콤플렉스나 핸디캡이 많아 또래 친구로부터 각시암펄이라고 놀림을 받을 정도로 집안에만 틀어박혀 지내는 시간이 많았는데, 다행히 나팔꽃 같은 다정하고 반가운 동심의 친구가 있어서 그런대로 칩거(蟄居) 생활이 견딜 만했다.

언젠가 텔레비전에서 여성 어르신 한 분이 아침에 텃밭에서 일을 하시고 돌아와 꼼지락거려야 건강하고 활기차게 살 수 있다고 하시는 말씀이 가슴속에 교훈처럼 와 박혔다. 요즈음 필자가 아침에 꼼지락거리면서 여러 가지 소확행을 누리면서 살고 있는 것이 어쩌면 그 어르신이 그때 주신 가르침 덕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텃밭이 꼼지락거리면서 살 수 있는 좋은 일터가 되어주는 것처럼, 필자의 경우에 소확행을 가능케 하는 갖가지 자료나 도구들이 방마다 가득히 쌓여 있다. 그래서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것이다.

별명이 각시암펄일 정도로 집밖에 나오기가 두려웠지만, 그래도 고맙게도 밖에 나와서 함께 운동도 하고 어울려 지내보자고 필자를 집밖으로 불러내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용기를 내어 외출을 하기 시작했다. 한번은 회관 마당에 마을 학생들이나 젊은이들이 모여 구령에 맞추어 아침 조기체조라는 것을 해보았는데 느낌이 좋았다. 초등학생 시절에 아침 일찍 일어나 함께 모여 체조하는 즐거움과 보람이 느껴져, 그리고 개인별 출석부에 출석 확인 도장 받을 요량으로 한 번도 안 빠지고 참여했다. 이런 식으로 어려서부터 인생 팔미(人生八味) 중의 하나인 운동지미(運動之味)에 맛을 들이기 시작했다.

필자는 정신이 맑은 아침 시간대에 누리는 몇 가지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 있다. 자리에서 늦게 일어난 날도 있기 때문에 하고 싶지만 못하고 생략하고 가는 경우도 있다. 칸트처럼 매일 정해진 시간에 시계 바늘처럼 정확히 무슨 일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필자는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제목을 소망스러운 아침으로 정해 보았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맑고 신선한 공기를 마시면서 기분 좋게 아침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요 행복이 아닐 수 없다. 보건체조를 하고 냉수마찰까지 하고 나서 시원한 냉수 한 컵 들이키고 나면 신선이 부럽지 않다. 그래서 언제부턴가 기상과 동시에 일어난 시각을 적어오고 있는데, 기상 시간이 들쭉날쭉이다.

일찍 일어난 날은 여유가 있고 마음이 평탄하지만, 늦게 일어난 날은 후회스럽고 어떻게든 만회해 보고 싶은 생각에 마음이 조급해지고 서두르게 된다. 기상 시간이 늦어졌을 때는 어쩐지 귀한 보물을 빼앗긴 것처럼 기분이 좋지 않다. 시간보다 더 귀한 보배가 어디 있겠는가. ‘황금’, ‘소금’, ‘지금중에 지금이 가장 귀한 이라고 하지 않는가. 모름지기 시간을 아끼고 선용할 일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아침 시간의 중요성에 주목하여 더 부지런히 움직이면 그날 하루에 얻어지는 소득이나 보람이 더 많아질 것임에 틀림없다.

고등학교 음악 교과서에서 경기 민요 박연폭포가 실려 있기에 요즘 그 노래 구성지게 부르면서 풍류지미(風流之味) 맛보는 재미에 빠져서 산다. 거세고 힘찬 폭포수가 떨어져 부서지는 모습을 생각하면서 시원스럽고 흥겹게 부르면 이 노래 특유의 분위기와 맛이 살아난다.

나는 아침이 있어서 행복합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이런저런 일들을 할 수 있어서 나팔꽃처럼 즐겁고 행복합니다라는 콧노래라도 불러보고 싶어지는 건 필자 혼자만의 느낌일까. 아인슈타인은 죽는다는 것은 베토벤의 운명교향곡을 못 듣는 것이다라고 했는데, 필자의 경우, 베란다에 있는 허브 식물이나 편백나무 베개에서 나는 향내를 맡을 수 없다든지, 신문이나 잡지의 표지에서 싱글벙글 웃고 있는 아름답고 매력적인 행복전도사(?)들의 얼굴을 마주보며 같이 웃을 수 있는 특권이나 즐거움도 더 이상 누릴 수 없을 것이니, 저승사자가 죽음과 함께 필자에게서 빼앗아가는 것이 참 많다.

소망(Wollen), 능력(Koennen), 도덕심(Sollen)’의 행복의 세 조건을 놓고 볼 때, 필자의 소망스러운 아침시간 활용은 소망에 힘입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여러 소확행을 누리면서 아침을 즐겁고 활기차고 행복하게 보내면, 그날 하루의 삶에도 은연중에 좋은 영향을 미쳐, 만나는 사람들로부터 참 밝고 행복해 보이십니다라는 칭찬의 말도 들을 수 있을 것 같다.

시간의 소중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지만, 하루의 시간 중에 특히 아침 시간은 시들은 나팔꽃을 활짝 피어나게 할 만큼 좋은 기운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아침이 있어서 부지런히 꼼지락거리고 살 수 있으니 행복합니다~’ 이런 노래 아닌 노래라도 부르고 살아야 세상사는 맛이 느껴질 것 같다. 앞으로 지인들이나 주위 분들에게 다양한 소확행을 선물해주는 아침 예찬을 늘어놓는 일이 많아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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