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칼럼-박현숙 센터장]나의 일상을 희롱한 그 남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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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칼럼-박현숙 센터장]나의 일상을 희롱한 그 남자들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3.08.05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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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여성인권지원센터장 박현숙

[목포시민신문] 필자는 유흥주점의 변화에 관심이 있다.

왜냐하면 필자의 일이 지역의 성산업 실태를 파악하고 분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어제 밤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 저녁식사를 하고 우연히 용당동에 새롭게 오픈한 00유흥주점 앞을 지나게 되었다. 유흥주점을 홍보하는 여성의 벗은 몸을 형상화하여 춤을 추는 네온사인을 보며 동료들과 자연스럽게 여성의 신체를 대상화하는 홍보물을 만들어 상품화 하고 남성 고객을 유인하여 수익을 얻는 업소의 문제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런데 우리 이야기를 곁에서 들으면 신호를 기다리던 약간 취기가 오른 60대로 보이는 남성 두 명이 우리 일행에게 관심을 보이더니 그 중 한 명이 함께 저기 가서 2차하자(술을 마시자)며 희롱했다.

필자는 순간 내가 이 나이에 헌팅 당하는 건가라며 조금은 가볍게 생각하며 2차 하자는 남성의 눈이 머무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 남성이 젊은 나의 동료들을 보며 말했다는 걸 본 순간 기가 막혔다.

성산업 문제를 이야기하는 맥락에 주목하지 않고, 대로에서 아무렇지 않게 유흥업소를 가르키며, 유흥업소 이름을 말하는 여자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같이 저기 가서 술 마시고 놀자는 것이다

60대의 남성이 20대 후반정도로 보이는 손녀 뻘 되는 젊은 여성을 바라보며 너무도 자연스럽게 저기 가서 함께 2차 하자고 제안 할 수 있는가.

상상해 본다. 50대 중반의 여성이 길거리에서 만난 젊은 남성에게 다가가 우리 주점에 가서 술 마시고 놀자! 우리 사회에서 용납되지 않는 그림이다.

여성의 행동은 용인되지도 현실화 되지도 않는데 어째서 남성에게는 허용되고 가능할까.

길거리에서 아무렇지 않게 유흥주점을 바라보면 이야기하는 여자라면 그래도 된다고. 소위 말하는 ‘쉬운 여자’ 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렇게 남자들을 오해하게 만든 우리는 ‘유발자’인 것이다.

집에 돌아가 가족들에게 이야기를 하였고 옆에서 듣고 있던 딸이 ‘’나 대학 때 치마 입고 버스 정류장에 있으면 ‘아가씨 쉽게 돈 벌고 싶지 않아’ 하고 말을 거는 중년의 술 취한 아저씨들 많았어, 내 친구들도 한번쯤 들어 봤어“라고 이야기 하는 것이다.

타인의 성 즉 여성의 성을 돈으로 살 수 있는 사회는 길에서 만난 젊은 여성에게 유흥업소 가서 같이 술 마시고 놀자 제안하는 것이 너무도 자연스러울 수 있는 것이다.

혹자는 일부 특수한 경우라고 치부 할지 모르지만, 성구매 경험이 있는 남성의 비율이 50%가 넘는 사회, 성구매를 한 번도 하지 않은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 이제 성구매하지 않겠다는 것을 칭찬하는 사회에서 오늘도 길거리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여성을 상품화하고 성적도구로 사용할 수 있다고 인식하는 순간, 내 옆의 직장동료, 길거리에 등하교 하는 학생이 동등한 인격체로 과연 받아들여질까?

세상에는 누구도 그래도 되는 사람은 없다. 이번 일로 성산업 현장에 놓여 있는 여성들의 일상은 매일이 폭력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파출소 경찰이 예전 다방에서 일하고 퇴근하는 여성 2명을 끌고 가 파출소에서 성폭력 한 사건이 발생하였다. 여성들은 성폭력 후 고소하였는데 결과는 성폭력으로 고소한 여성들이 무고죄로 처벌 받았다. 다방에 다니는 여성에게 성폭력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이야 말로 피해자를 두 번 죽이는 일이며, 가해자가 국가인 것이다. 그래서 여성에게는 국가가 없다는 외침이 나오는 것이다.

유흥주점을 가르키면 거리에서 이야기하는 여자. 짧은 치마를 입은 여자. 다방에 다니는 여자 우리는 모두 쉬운 여자이며 그런 취급을 받아도 되는 ‘유발자’이다.

그러나, 세상에 누구도 그래도 되는 사람은 없다.

돈으로 여성을 성을 사는 것을 멈추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우리의 다침과 실천이 이뤄져야 거리에서, 가정에서, 학교에서, 우리의 일상에서 안전과 평화가 보장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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