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칼럼-최응재 독자위원] 목포청년회관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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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칼럼-최응재 독자위원] 목포청년회관 유감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3.08.06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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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협동조합 나무숲 최응재 이사
목포시민신문 독자위원

[목포시민신문] 목포의 원도심에는 오늘날까지 비교적 많은 근대건축물들이 잘 보존되어 있다. 그래서 목포는 지붕없는 박물관이라 불리울 정도로 다른 지역에서는 보기 드문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면서 많은 외부 관광객들의 호감을 끌기도 한다.

목포역에서부터 길게 이어진 수문로를 따라 걷다가 유달산이 올려다 보이는 구 신안군청 방향의 골목길에 들어서면 장방형 구조의 석조건축물인 목포청년회관을 만날 수 있다.

목포청년회관은 1924년 목포청년회에서 시민들의 모금운동을 통해 건립한 건축물로 일본 제국주의의 치하에서 대중의 계몽을 위한 강연회와 노동야학회 등 수많은 행사들이 열려왔던 의미있는 역사문화공간이다. 또 항일민족단체인 신간회 목포지회와 여성운동단체인 근우회 목포지회 등이 이곳에서 창립되어 활동하였으며 1920년대 중반에는 개항 이후 활발했던 노동조합의 노동자를 지원하는 활동이 이루어지기도 하였다. 이처럼 목포에서 청년, 여성, 학생, 문화, 노동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항일 민족운동의 근간을 만들어 왔던 목포청년회관은 그 역사적 가치로 보면 목포사람들의 정신적 지주로서의 역할을 해왔다고 볼 수 있는 소중한 의미를 간직한 공간이다.

현재 문화재로 지정되어 목포에 남아있는 대부분의 근대 건축물들은 일본인들의 식민정책을 위해 세운 건물들이 대부분이지만, 목포청년회관은 시민들의 모금운동을 통해서 건축되었으며 목포민족운동의 보금자리 역할을 해왔다는 점에서 그 의미는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해방이후에는 줄곧 교회건물로 사용되었다가 그 역사적 가치를 발견한 지역의 학자와 문화예술인들의 요구로 목포시는 2011년 건물을 매입하고 문화예술공간인 ‘남교소극장’으로 변모시켰다. 당시만 하더라도 근대건축물의 현대적 활용이라는 측면에서 목포시민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기도 했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시민들의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었다.

목포청년회관은 항시 문이 굳게 잠겨있다. 목포를 찾는 관광객들이 문화관광해설사의 안내를 통해 이곳을 방문하게 될 때에도 건물의 외관을 밖에서 둘러볼 뿐 내부에 들어가 볼 수도 없다. 아주 드물게 목포에서 활동하고 있는 극단에서 공연을 위한 용도로 이용되기도 하지만 일년에서 손으로 꼽을 정도이며 소극장이라는 이름이 부끄러울 정도의 무대, 조명, 음향 시설은 노후로 인해 별도의 비용을 들여 장비를 임차하여야 한다. 예로부터 일제에 맞서 싸워왔던 자랑스러운 저항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목포청년회관이 예향의 도시임을 자처하는 목포시에서 이처럼 홀대받고 방치되고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부끄럽기만 하다,

목포시는 목포청년회관을 시민의 품으로 돌려주어야 한다.

가장 목포다운 정신이 깃들어 있는 근대유산이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말이다. 지금까지의 대관위주의 문화공간 활용은 실패할 수 밖에 없다. 목포의 대표적인 예술인들을 배출한 목원동에 위치한 목포청년회관은 시민과 관광객들이 문학, 미술, 연극, 음악 등 다양한 예술을 경험하고 체험할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거듭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건물의 내부를 복합문화공간의 용도에 맞게 리모델링을 해야하고 운영방식 또한 전문문화단체에 위탁하여 운영하는 방식을 검토해야 한다. 목포청년회관의 활용계획을 공모하여 가장 우수한 계획을 수립하고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단체가 복합문화공간으로 운영하며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의 공정한 평가와 심사를 통해 재위탁 또는 보다 우수한 계획을 마련한 새로운 단체가 운영할 수 있도록 건전한 경쟁을 유도하는 관리시스템을 도입하여야 한다.

지역의 문화재에 대한 관심과 활용은 행정뿐 아니라 지역언론, 학자, 예술인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할 일이다. 하루빨리 목포청년회관이 문화적 복원을 통해 시민으로부터 사랑받는 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하기를 기대한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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