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칼럼-김기중 상임대표] 창세기와 기후정의, 그리고 교육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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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칼럼-김기중 상임대표] 창세기와 기후정의, 그리고 교육혁명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3.08.18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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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무상화·평준화 전남운동본부 상임대표 김기중

[목포시민신문] 노아의 방주와 소돔과 고모라 이야기는 세상이 타락하여 미래가 보이지 않을 때 하느님은 결코 이를 좌시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던져준다. “세상은 하느님 앞에 타락해 있었다(창세기, 6-11)”에서 타락(墮落)’이란 하느님의 뜻에 따라 살지 않는 것이며, 그러므로 이 세상과 인간을 창조하신 하느님의 존재를 일깨우기 위한 종교적 가르침일 것이다.

노아의 방주가 폭력으로 가득 찬 세상을 홍수로 정화시켰다면, 소돔과 고모라의 징벌은 보다 구체적으로 서술된다. 먼저 하느님의 사자(使者)들이 아브라함에게 나타나 정의와 공정을 실천하도록 강조한다. 그리고 소돔 성읍 안에서 공정을 실천하는 이를 단 열 명만이라도 찾을 수 있다면 그들을 보아 그 도시를 파멸시키지 않겠다고 약속한다. 그러나 성읍의 사내들이 밤에 아브라함의 조카 롯의 집 앞에서 벌인 나쁜 짓을 보고서는 아예 그들의 눈을 멀게 한 다음 유황과 불로 도시 전체를 파멸시킨다. 이 두 이야기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이 징벌들이 결국 정의와 공정을 실천하지 않는 타락한 인간 세상이 불러왔다는 점, 그리고 이를 피하기 위해서는 서둘러 방주를 만들거나 절대로 뒤를 돌아보지 말고 들판을 가로질러 산으로 달려야 하는 등의 지금까지와는 다른 실천적 결단과 행동이 요구된다는 점이다.

서두에 굳이 성경을 인용하는 까닭은 물과 불로 상징되는 작금의 기후 위기가 새삼 이 창세기 이야기와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창세기에서는 물과 불의 이야기가 시차를 두고 기술된 데 비해 현 기후 위기는 전지구적이고 동시다발적으로 발생되고 있어 더욱 심각하다는 데 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지구 곳곳에서 발생되는 폭우와 폭염, 태풍과 폭설, 지진, 산불 등 각종 재해 앞에서 우리는 속수무책(束手無策)이다. 그러니 하루빨리 묶인 손을 풀고 근본적인 방책을 세우는 일이 시급하다. 그 일은 이제 소수 활동가들의 외롭고 고단한 외침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몫이 되어야 하며, 그 방식은 정의와 공정에 기반한 실천적 결단과 행동이어야 할 것이다. 환경과 생태 측면에서 강조되는 일상의 작은 실천들, 즉 일회용품 줄이기나 쓰레기 분리 및 재활용 운동 등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이제는 이산화탄소 배출의 주범인 소위 선진국들에 의한 자본주의 확대재생산의 거대한 쳇바퀴를 멈추게 해야 한다. 재생에너지나 녹색성장 등의 구호가 자본과 기업의 이윤추구의 도구가 되는 한 기후 위기는 더욱 심화될 것이다. 2015년 파리기후협약 이후 각국 정부들에 의한 국제회의가 간단없이 진행되어왔지만,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꾸준히 증가해왔다는 사실은 무엇을 말해주는가? 이제는 기후 위기를 초래한 소위 잘 사는 나라의 정부와 기업, 국민들이 이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과 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해 시스템을 바꾸는 담대한 전환과 실천에 나서야 한다. 바로 기후정의 행동에 나서야 할 때이다.

오늘날 국내 사정만 따져볼 때 기후 위기와 교육 위기는 혁명적인 전환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굳이 인과(因果)를 따진다면 교육 위기가 기후 위기를 초래했다고 보는 쪽이 타당하다. 교육 위기는 어디에서 비롯되었는가? 바로 경쟁교육의 고착이다. 가까이서 볼 때, 1995년 소위 ‘5.31 교육개혁을 필두로 신자유주의 시장경제논리가 교육 부문에 획기적으로 도입되면서 입시경쟁교육이 확고히 자리잡게 되었다. 그 이후 개혁의 이름으로 진행돼온 숱한 교육정책들은 입시제도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 다름 아니었다. 당장 내년 1~2월 중에 확정 발표될 2024 대입제도 변경안도 결국 내신과 수능에서 9등급 상대평가 교과가 유지되는 한 입시경쟁은 완화되지 않을 것이며, 이를 선점하기 위한 사교육 또한 여전히 치열할 것이다. 수능에서 9등급 상대평가 대상인 공통과목(영어는 절대평가)은 고1 때 배치되어 있어서 최소한 중학교부터 사교육에 내몰릴 것이다. 또한 수능 상대평가에서 유리하다고 판단되는 자사고나 특목고에 진학하기 위한 중학교 사교육 열풍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이와 같은 경쟁교육의 결과는 우리가 지향하는 지속가능한 미래 사회 건설을 방해하거나 오히려 야금야금 파괴시킨다는 데 그 심각성이 있다. 치열한 경쟁교육을 거쳐온 개인들은 자신도 모르게 함께 잘 살기보다는 남보다 더 잘 사는 쪽을 택하기 마련일 것이며 그로 인해 사회적 연대와 책임 의식은 진정한 실천이 결여된 구두선(口頭禪)이 되기 십상일 것이다. 그러니 그 구두선이 쌓이고 쌓여 지금 기후 위기라는 종착역을 목도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결국 기후 위기를 초래한 교육 위기의 원인과 해법을 개인적 차원에서 찾을 수는 없을 것이며, 또한 누구도 이 문제에서 온전히 자유로울 수도 없을 것이다. 그러니 함께 시스템과 제도를 근본적으로 바꾸자고 외쳐야 한다. 입시경쟁과 대학서열화 해체, 대학무상화와 평준화, 수능자격고사화, ·공립대 네트워크화와 사립대공영화, 지역연합대학 설립 등을 함께 외치고 실현해내야 한다. 바야흐로 교육혁명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 함께 기후정의와 교육혁명의 기치 아래 함께 행진할 것을 제안한다. 올 하반기 ‘9.23 기후정의 행진‘10.14 교육혁명 행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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